[창간릴레이인터뷰]‘제2의박지성’은싫다‘나를넘을후배나와야

입력 2008-03-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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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으로 이긴다.” ‘한국인 1호 프리미어리거’ 박지성(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2010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축구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남북대결을 앞두고 “1-0으로 이긴다”고 자신했다. 박지성은 스포츠동아 창간 기념 인터뷰를 통해 “동아시아대회에 출전한 북한팀의 경기를 보지 못해 뭐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면서도 승리에 대한 자신감만은 확실히 드러냈다. 남북대결은 26일 오후 8시 중국 상하이 훙커우스타디움에서 벌어진다. 박지성은 이번 창간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인생관과 결혼, 한국 축구와 자신이 뛰고 있는 잉글랜드 축구에 대한 견해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박지성은 ‘제2의 박지성이라고 추천할만한 후배를 소개해달라’는 질문에는 “제 2의 박지성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후배들이 ‘제 2의 박지성’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이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평가를 들었으면 좋겠다”며 후배들이 자신을 뛰어넘어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를 희망했다. 박지성은 축구에 대한 열정을 숨기지 않았다. ‘당신에게 축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축구는 내가 살아가는 이유다. 축구가 있고, 지금까지 축구를 할 수 있어서, 앞으로도 축구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축구를 인생의 전부로 묘사했다. 또한, 박지성은 네덜란드 진출 이후 외롭고 힘든 해외 생활을 버티게 만들어 준 원동력에 대해서도 “바로 축구다. 좋아하는 축구를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최고의 환경에서 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결혼관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10년 뒤에는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한국 축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다”며 “시기를 따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좋은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이상형에 대해서는 “축구선수로서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이해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사람, 그리고 인내심이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지성은 올림픽 와일드 카드에 대해서도 “베이징올림픽때 와일드 카드 출전은 선택권이 없는 문제이지만 내가 속한 팀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개인적으로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지성은 ‘축구 인생 가장 최고의 순간’으로 ‘2002년 한일월드컵’을 들면서 “좋아하는 축구를 해서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축구인생의 목표에 대해서는 “어릴 적 꿈이었던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선수 생명이 다할 때까지 부상 없이 즐겁고 재미있게 축구를 할 수 있길 바란다”며 “그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축구를 즐길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한국인 1호 프리미어리거’의 성공은 기본기에 충실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소탱크로 불릴 정도로 빼어난 체력을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특별히 하고 있는 것은 없다.잘 먹고 잘 쉬는 것이 제일”이라고 밝혔다. 박지성은 기량은 물론이고 그라운드 밖에서의 사생활도 모범적인 선수다. 박지성은 “특별히 좌우명을 토대로 살아가고 있지 않다. 단지 내 앞의 목표를 위해 지금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하는 것에서도 특유의 성실함이 묻어나온다. 지난해 말 맨유의 일부 선수들이 ‘광란의 파티’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질타를 받은 것에 대해서도 “팀원들이 모두 참석하는 파티에 빠진 적이 없다. 특별히 사생활 관리를 하는 것은 없다”며 담담해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한국축구에 대한 날카로운 의견도 덧붙였다. 박지성은 ‘EPL이 세계 최고의 리그로 거듭날 수 있었던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좋은 선수들의 영입과 좋은 인프라, 그리고 관중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경기력”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훈련을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프리미어리그는 세계 최고의 리그중 하나다. 이 선수들이 모두 좋은 볼 터치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유소년 시스템과 환경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박지성은 ‘잉글랜드 유소년 프로그램’의 장점에 대해 “좋은 환경은 물론이고 선수들의 창의력을 살려주는 시스템이 돋보인다”고 부러워했다. 아울러 “EPL에서 활약할 수 있는 비결은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활동력 하나만으로는 최고의 리그에 있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한국 축구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높이 샀다. 박지성은 “2006독일월드컵에서 한국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2002한일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는 퇴보하지 않았다. 다만 좀 더 좋은 팀으로 가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덧붙여 “한국 축구는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팬들의 응원과 함께라면 빠르고 좋은 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망했다. 박지성은 마지막으로 “팬들로부터 ‘박지성은 믿을 수 있고, 믿음을 주는 선수’라는 말을 듣고 싶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최현길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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