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사자>들을수도,말할수도,오른쪽눈도…마스크쓰고온몸수비

입력 2008-03-20 06:3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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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성심학교 3루수 안광민“힘들어도 야구부 명맥 이을 것”화순고 선수들은 2루에만 가면 3루 도루를 시도했다. 슬슬 걷다시피 도루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충주 성심학교 포수는 3루 송구를 아예 하지 않았다. 독특하게 안전 마스크를 쓰고 나온 성심학교 3루수는 멋쩍은 듯 고개를 숙였다.19일 인천 숭의야구장에서 열린 화순고와 성심학교의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1회전.국내에서 유일하게 청각장애 선수들로만 구성된 성심학교 야구부 가운데서 3루수 안광민(2학년·사진)은 특별하다. 다른 동료와 같이 듣고 말할 수 없을뿐더러 오른쪽 눈이 실명됐기 때문. 망막색소염으로 오른쪽 시신경이 이미 마비된 그는 왼쪽 시력마저 잃어가고 있다.하지만 그는 경기에 나선다. 빠지면 팀원이 8명으로 줄어 경기 자체에 참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힘들지만 야구부 전통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한쪽 눈으로 강습타가 많은 3루 수비는 쉽지 않다. 원근감이 없기 때문이다.몸으로 공을 막으려다 다치기도 여러 번. 이후 그는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나선다. 서바이벌 게임용 마스크와 비슷했다.땅볼은 몸으로라도 막지만 뜬공 처리가 힘들다. 타격은 더 어렵다. 번트만 겨우 가능하다. 안광민은 이날 두 번 타석에 나와 모두 삼진을 당했다.성심학교는 이날 2-12, 5회 콜드게임으로 졌다.“실책을 하니까 속상하다. 동료들에게 미안하다.” 경기 후 안광민은 종이에 써서 소감을 전했다. 다른 선수들은 웃으며 안광민을 위로했다. 조일연 전 성심학교 교감은 “광민이가 야구를 시작한 뒤 밝아졌다”고 말했다. 2002년 창단한 성심학교 야구부는 공식대회 첫 승을 다음 경기로 미뤘다. 인천=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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