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광수,亞시니어레슬링선수권준우승

입력 2008-03-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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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흐리구만.” 북한대표팀 김광수 감독은 긴장감을 털어내려는 듯 담배를 꺼내 물었다. 순한 남쪽 담배가 입에 맞지 않는 듯 “함경도 연초가 독하지…”라며 깊게 한숨을 들이마신다. “비가 오면 우리가 잘했지?” 좋은 징조를 찾아내려는 모습이 남쪽 체육인과 다를 바 없다. 22일 제주 한라 체육관, 2008년 아시아 시니어 레슬링 선수권대회 남자 그레코로만형 55kg급 결승을 20여분 앞둔 순간이었다. 차광수(29·사진)의 상대는 ‘이란의 강호’ 하미드 소리안레이한포. 1라운드를 뺏긴 차광수는 2라운드를 따냈다. “북한 파이팅”이라는 소녀 팬의 응원소리가 카랑카랑하게 울려 퍼진다. “기어, 기어. 빠져나와.” 차광수가 수비 자세를 취하자 남쪽 선수단의 소리가 커진다. 상반신만을 공격할 수 있는 그레코로만형. 상대가 차광수의 하체 쪽으로 손을 가져가자 한국 선수단은 “다리, 다리!”라며 반칙을 지적한다. 차광수는 종료직전 2점을 허용했다. 라운드 스코어 1-2 패. 경기장에는 탄성이 가득하다. 수고했다고 건넨 악수. 맞잡은 두 손사이로 6분간의 열기가 느껴진다. 차광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남측 관계자가 “상대가 다리를 잡았을 때 액션을 취했으면 심판이 벌점을 줬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하자 고개를 끄덕인다. 김광수 감독은 “소극적으로 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하지만 어두운 표정은 아니었다. 우승자가 이미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상황이라 차광수에게도 베이징행 티켓이 돌아갔기 때문. 이 날 남자 그레코로만형 66kg급에서 금메달을 딴 김민철(25·성신양회)은 “북한 선수들과는 국제대회에서 자주 만나서 친하다”면서 “트레이닝복을 선물했더니 답례로 90도짜리 인삼주를 준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김광수 감독에게 “북한 레슬링이 강해졌다”고 하자 “한참 떨어졌다가 좀 나아진 것뿐”이라며 자부심을 내비친다. 88년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대한레슬링협회 한명우 전무는 “만약 북한이 서울올림픽에 참가했다면 레슬링에서만 2개의 금메달을 가져갔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당시 북한은 세계선수권대회를 2연패한 김철환과 김영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북한 레슬링은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자유형 48kg급을 제패한 김일 이후 첫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제주|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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