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아트]큐레이터,그로맨틱환상을벗겨주마

입력 2008-04-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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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야기를 머릿속에 한번 그려보자. 삭막한 도심 한가운데 수려한 건물 한 층에 어떤 갤러리가 자리 잡고 있다. 그 곳에 처음 들어서는 사람은 사방이 온통 하얀색 벽으로 둘러싸인 전시 공간이 풍겨내는 순결함(?)에 잠시 움찔하게 된다. 재빨리 정신을 가다듬으려고 하는 사이 바로 눈앞에서는 작가와 미술 애호가로 보이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어떤 여성의 말에 주목하고 있는 광경이 펼쳐진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니 그들은 그 여성을 한결같이 ‘큐레이터’라고 불렀다. 그들은 그가 미술 애호가와 대중에게 흥미를 돋울 전시 주제를 선정해 그에 해당하는 작품을 선정하고, 그것을 전시실에 보기 좋게 설치한 뒤 작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의 구매 욕구를 그럴듯하게 자극하는 사람이란 것을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런가 하면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들이나 미술의 세계에 막연한 동경을 가진 사람들은 그녀를 다른 예술에서 유추한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굿나잇(The Good Night)’에서 기네스 팰트로가 연기한 큐레이터 ‘도라’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굿나잇’의 한국판 영화 포스터의 카피처럼, 그들에게 큐레이터는 왠지 사랑을 꿈꾸는 뉴요커들의 로맨틱 판타지와 관련 있는 사람일 것 같다. 하지만 극중 큐레이터인 도라는 미술관의 바쁜 일상에 쫓기게 되면서 남자 친구와의 로맨스에는 정작 매번 삐걱거린다. 일에 치여 자신의 일상은 완벽하게 계획하고 보호하지 못하는 게 큐레이터의 삶이다. 이렇게 갤러리 안팎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큐레이터라는 직함으로 미술계 현장에서 일하는 필자의 목소리로 끊임없이 전달될 것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큐레이터를 둘러싼 로맨틱 판타지적 이야기들이 완전히 진실도, 또한 완전히 거짓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물론 큐레이터가 영화의 주인공도, 화려한 파티의 주인공도, 도시에서 로맨스를 꿈꾸는 영화 속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도 그녀는 한때 화재 시 비상용으로 갤러리에 놓아둔 소화기를 ‘예술’이라고 태연하게 우길 수 있는 사람이었다. 만지는 모든 것을 황금으로 변하게 하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다스 왕까지는 아닐지라도 말이다. 필자의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영화 ‘굿나잇’의 전단지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꿈속의 그녀, 현실 속의 그녀, 완벽한 사랑을 꿈꾸는 당신의 환상적인 하루가 시작된다.” 이 문구를 내 마음에 맞게 다음과 같이 바꿔볼까. “꿈속의 그녀, 현실 속의 그녀. 완벽한 큐레이터를 알고자 당신의 호기심 어린 하루가 시작된다.” 부디 이 칼럼을 읽으면서 당신의 호기심이 너무 산산조각 나지도, 또 너무 공중에 붕 뜨지 않기를 기대한다. 박 대 정 유쾌, 상쾌, 통쾌 삼박자가 맞아 떨 어지는 미술 전시를 꿈꾸는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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