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궁사곽예지“웃으면복이와요”

입력 2008-04-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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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양궁‘태극마크’막차…남자부는임동현·이창환·김재형뽑혀
비가 내렸다. 손은 굳었다. 유니폼 사이로 빗방울이 느껴질 때면 몸이 오싹거렸다. 양궁여자대표팀 문형철(50) 감독은 “궂은 날씨면 아무래도 경험 많은 선수들이 유리하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고교생 궁사의 승리였다. 2일, 태릉 양궁장에서 열린 국가대표 3차 평가전 마지막 날 경기. 1일까지 3장 중 2장의 티켓은 거의 가려졌다. 남은 한 장을 놓고 김원정(27·대전서구청)과 곽예지(16·대전체고 1년)가 다퉜다. 오전까지도 윤곽은 드러나지 않았다. 한 경기가 끝나고 5분간의 휴식시간. 곽예지가 PDA를 만지작 거린다. 대표팀은 PDA를 통해 자신의 탄착군이 어디에 형성되는 지를 입력하는 첨단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2007년 역대 최연소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천재는 역시 다른 걸까. 가까이 다가갔다. 화면에는 하트와 다이아몬드, 스페이드, 클로버가 넘실댄다. 포커페이스 대신 포커, 카드놀이다. 가볍게 콧노래까지 흥얼거린다. 88년 서울 올림픽, 여고 2년생 김수녕은 사선에 서면 돌부처 같았다. 하지만 곽예지는 “몸이 좋지 않다”면서도 연신 싱글벙글이다. “곽예지, 너 누가 활 쏘는 데서 웃으래!” 구자청(41)코치가 다그쳐보지만 역공만 받는다. “웃어야 복이 오죠.” “참내.” 코치도 웃는다. 올림픽 출전권이 결정되는 순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10점. 10점. 9점. 마지막 엔드를 끝내고도 미소다. 하지만 경기장에는 잠시 긴장감이 감돈다. 1, 2, 3차 평가전 합산 결과가 발표됐다. 윤옥희(23·예천군청) 1위(15점), 주현정(26·현대모비스) 2위(11.5점), 곽예지 3위(9.5점)다. 4위 김원정(9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곽예지의 얼굴도 달아오른다. 덜컥 전인수(43) 코치를 끌어안았다. 눈물을 왈칵 쏟는다. “좋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해요. 제가 좀 갈대 같아서요. 울다가 웃다가 그래요. 저 사실 4차원이에요.” 눈물을 들킨 것이 쑥스러웠는지 애꿎은 소리를 했다. 눈물을 닦은 곽예지는 분주히 뛰어다녔다. 경기장을 정리하고, 로비를 닦는 것도 막내가 앞장선다. 문 감독은 “(곽)예지는 천진, 난만, 쾌활 그 자체”라면서 “아직 더 키워야 할 부분이 많다”며 흐뭇하게 바라봤다. 한편, 남자부에서는 임동현(22·한국체육대학)과 이창환(26·두산중공업)이 1,2위를 차지했다. 김재형(18·순천고 3년)은 3위를 기록하며 고교생 돌풍을 함께 했다. 이번에 선발된 남녀 각 3명과 1, 2차 평가전 1위 선수 등 남녀 각 4명은 5월말까지 평가 시스템을 거쳐 최종 남녀 3명씩만이 베이징에 입성한다. 태릉=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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