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우 ‘몸풀이’…현대는 ‘한풀이’ 

입력 2008-04-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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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우(23·현대캐피탈)는 사흘째 단 한 숨도 자지 못했다. 팀은 대한항공과 결승 진출을 향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지난 5일 홈에서 벌어진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아예 코트에 서지도 못했다. 경기 중 김호철 감독이 교체 사인을 보내면 “저요?”하고 뛰쳐나간 것도 여러 번. 그 때마다 김호철 감독은 “너 아니다”며 박철우를 자리에 다시 앉혔다. 기흉 수술을 4차례나 받은 박철우의 몸 상태가 아직 완전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 김호철 감독은 올 시즌이 끝나면 박철우를 1년 간 재활에만 힘쓰게 하겠다는 복안까지 가지고 있었다.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플레이오프 3차전이 벌어진 6일 오후 인천도원시립체육관. 세트스코어 1-1에서 맞이한 3세트.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에 9점 차까지 뒤졌다. 3세트를 내주면 오늘 경기를 이기기는 힘들겠다고 판단한 김호철 감독이 뒤를 돌아봤다. 박철우는 자신을 쳐다보는 감독의 눈길을 애써 피했다. 그 동안 얼마나 여러 차례 ‘뛰고싶다’고 눈빛으로 말했었나. 박철우는 ‘이번에도 난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김호철 감독은 마지막 승부수로 박철우를 택했다. 3세트 초반 후인정과 교체돼 들어간 박철우는 미친 듯이 코트를 휘저었다. ‘크게 소리지르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라’는 의사의 당부도 잊어버렸다. 박철우는 “그래 우리 찬스야”, “서브 들어간다”,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계속 외쳐대며 동료들을 독려했다. 박철우는 3세트에서만 9점을 뽑아냈다. 공격성공률은 무려 80 박철우가 떴다하면 전광판의 현대캐피탈 점수가 올라갔다. 분위기를 탄 현대캐피탈은 하경민, 이선규, 윤봉우의 장신 플레이가 살아났고, 송인석까지 공격에 가세하며 결국 3세트를 25-23으로 이겼다. 다 잡았던 3세트를 내준 대한항공은 맥이 풀렸고, 현대캐피탈은 4세트마저 25-19로 따내며 세트스코어 3-1(17-25 25-19 25-23 25-19)로 승리했다. PO 1차전 패배 후 내리 2연승을 거둔 현대캐피탈은 4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경기 후 박철우는 “그 동안 경기에 뛰지 못해 솔직히 화도 많이 나고 속상했다. 3세트에 많이 지고 있어 편안한 마음으로 뛴 것이 오히려 플레이에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체력이 완전치가 않아 너무 무리하면 안 되는데 경기장 안에서는 정말 미친 듯이 플레이에 전념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박철우는 아픈 선수다. 선수 보호를 위해 그 동안 경기에 내보내지 않았다. 3세트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투입했는데 잘 해줘 고맙다”며 “삼성화재와는 5차전까지 간다고 생각하고 부딪쳐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챔피언결정전은 10일 1차전을 시작으로 5전 3선승제로 벌어진다. 인천|윤태석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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