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4’를넘어서라

입력 2008-04-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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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히딩크 러시아 대표팀 감독의 4강 징크스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히딩크 감독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4강에 올려놓은 것을 시작으로 2002년 월드컵 한국 4강, 2005년 PSV 에인트호벤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모두 준결승 진출로 그치고 마는 불운을 맛봤다. 박지성(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시 주요 메이저 대회 4강에서 좌절한 것이 벌써 3번이다. 히딩크 감독과 함께 일궈낸 두 차례의 4강 외에도 2006-2007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소속으로 다시 한번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무대에 올랐으나 AC밀란(이탈리아)에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두 차례나 박지성의 발목을 잡은 팀이 AC밀란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박지성이 4강 징크스를 털어버릴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맨유는 10일 열렸던 AS로마(이탈리아)와의 2007-2008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테베스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 1,2차전 합계 3-0으로 4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준결승 상대는 샬케04(독일)를 꺾고 올라온 스페인의 명문 클럽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가 만만찮은 전력을 가지고 있지만 맨유가 결승에 오를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도 높아 보인다. 박지성이 언론과의 인터뷰 때마다 “우리 팀은 어떤 경쟁상대도 이길 수 있는 멤버를 갖췄다(We have the squad to win any competition)”고 말하듯 맨유의 승승장구는 계속되고 있다. 호나우두와 웨인 루니라는 당대 최고의 공격수에 이들을 뒷받침할 리저브 멤버도 풍부하다. 퍼거슨 감독이 AS로마와의 2차전에서 호나우두와 루니를 빼는 여유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그 만큼 선수층이 두껍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박지성이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 때는 부상으로 벤치에서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 했지만 올해는 다르다. 8강 1, 2차전을 풀타임으로 뛰며 당당하게 4강 주역으로 자리잡았다. 1차전에서 루니의 골을 도왔던 박지성은 2차전에서는 비록 공격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활발한 움직임으로 팀 공격을 주도하며 경기 후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테베스, 하그리브스와 함께 최고였다”는 칭찬을 받았다. 영국 현지 언론 역시 박지성에 대해 연일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날 박지성은 영국 스포츠 전문매체 <스카이스포츠로>부터 평점 7을 받았다. 맨유와 바르셀로나와의 준결승 1,2차전은 4월 23일(한국시간)과 5월 1일 벌어진다. 박지성이 이날도 맹활약을 펼쳐 소속 팀을 결승으로 이끌고, 본인도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결승 무대를 밟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성의 아쉬운 2골 결정력 살려야 박지성이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로 이적한 후 지금까지 챔피언스리그 무대서 풀타임을 소화한 것은 올해 AS로마와의 8강 1,2차전이 처음이다. 데뷔 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리그에서 17차례 풀타임 출전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결정력이다. 누구도 박지성에게 30골을 넣으라고 요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확실한 찬스가 오면 해결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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