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끝장승부,부자선동열도‘뜨끔’

입력 2008-04-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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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야구의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무제한 연장승부’다. 프로 출범 이후 처음 이 제도를 시행하기에 앞서 8개 구단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전반적으로 선수층이 얇아 더블헤더도 가급적 자제하고 있는 마당에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제도이기 때문이다. 연장전 돌입시 이닝 또는 시간을 제한하던 과거와 달리, 끝장 승부로 팬들의 흥미를 유발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투수 자원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구단들은 꺼림칙한 반응을 보였다. 마운드를 포함해 선수자원이 풍부한 삼성은 무제한 연장승부 도입에 가장 호의적이었던 팀이다. 프런트가 앞장 서 지지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매경기 연장승부의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벤치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특히 개막 후 보름도 채 안된 11일 목동에서 SK와 우리 히어로즈가 3시간54분에 걸쳐 연장 13회 혈투를 치르자 선동열 삼성 감독도 우려 섞인 관심을 드러냈다. 13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선 감독은 “1군 등록선수 26명 가운데 지난해까지는 대개 11명이 투수였는데 올해는 12명을 투수로 채우는 팀들이 많다”며 “한, 두타자만 상대하는 패턴으로 불펜을 운영하다 보면 연장전에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또 원정팀은 초 공격을 하니까 마무리투수를 리드 상황에서만 낼 수 있지만 홈팀은 다르다. 상대 타선을 보고 동점 상황에서도 마무리를 투입해 1, 2이닝을 던지게 해야 하는데 타이밍 잡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선 감독은 이어 “무제한 연장승부가 도입된다기에 시즌 전부터 나도 고민을 많이 해봤는데 아무래도 정답이 없는 것 같다. 아무튼 우리 팀에는 정현욱이랑 안지만, 차우찬처럼 롱릴리프로 활용할 수 있는 불펜투수가 여럿 있어 괜찮은 편이다”라며 여유를 보였다. 그러나 잠시 후 자신의 얘기를 주의 깊게 듣고 있던 취재진이 ‘투수를 여러 명 동원하는 삼성과 SK가 붙으면 무척 길어지겠다’고 지적하자 공감한 듯 호탕하게 웃었다. 선 감독에게도 역시 무제한 연장승부는 ‘강 건너 불구경’ 만은 아니었다. 대전=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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