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탤런트가가정부役왜?

입력 2008-04-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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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역할 - 단순 가사도우미에서 갈등유발 등 극 전개 도우미로 극중 배역 - 방은희·문영미 등 부터 20대 초 젊은 연기자까지 도전 예나 지금이나 한국 드라마의 단골로 등장하는 것은 재벌집이다. 그리고 재벌가를 묘사할 때 필수적인 존재가 있다. 바로 가정부. 드라마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지만, 가정부는 거침없이 진화했다. 요즘은 가사도우미로 불리는 가정부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보수를 받고 집안 일을 해 주는 여자. 과거에는 한 회에 대사 한 마디 있으면 다행인 역할이었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가정부가 주인공들의 갈등을 유발하고, 극의 밝은 흐름을 맡기 시작했다. 배역의 비중이 커지자 선입견을 깨고 비중있는 출연자들이 포진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20대 초반 배우들이 가정부 역할을 맡아 극의 감초 역할을 하고 있다. 급기야 MBC 주말극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에서는 주인공 최진실의 직업이 가정부로 등장했다. ○다양한 캐릭터, 높아진 비중…베테랑 연기자들이 맡아 얼마 전 막을 내린 MBC 주말극 ‘겨울새’에서는 연기 경력 10년이 넘는 방은희가 강여사(박원숙)집의 가정부 인천댁으로 등장했다. 인천댁은 드라마에서 하루에도 여러 번 성격이 돌변하는 변덕스런 강 여사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때론 눈치 없이, 때로는 당돌하게 집안 일에 참견하고 나서는 인천댁은 자칫 무겁게 가라앉을 수 있는 드라마 분위기를 살리는 중요한 인물이다. 드라마 홈페이지의 출연자 소개를 보면 인천댁에 대해 ‘입이 무거우면서도 은근히 염장 지르는 소리를 잘함’이라고 적혀 있다. 방은희는 할 말 못하는 착하고 답답한 며느리 영은(박선영) 대신 강 여사에게 대들기도 하고, 강여사의 만행을 영은에게 일러주는 전달자 역할을 함으로서 주인공의 갈등을 촉발시킨다. MBC ‘그래도 좋아’에서는 중견 개그우먼 문영미가 가정부 공주댁을 맡아 종횡무진 했다. 그녀는 둘째 며느리 명지(고은미)의 못된 행동을 증명할 귀걸이 한 짝을 청소하면서 찾아내고, 집안의 원수인 사위 박준배를 시장에서 발견해 쫓기도 한다. 공주댁은 ‘정도 많고 입바른 소리도 잘하는 코믹한 캐릭터. 조여사(정애리)가 질색을 하는데도 윤회장 집 대소사에 안 끼는 데가 없다. 귀여운 사모님 조여사와 자매 같은 관계로 극중 비중도 비슷하다. ○가정부도 ‘소녀시대’ 박슬기 vs 신다은 최근 20대 초반의 여자 연기자들이 가정부 역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그래도 좋아’의 가정부 미순역을 맡은 박슬기(22)와 SBS ‘행복합니다’의 쫑아 역의 신다은(21). 이들은 젊어진 가정부의 장점을 살려 극의 멜로 선상에도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MBC 시트콤 ‘프란체스카’에서 유연한 연기를 보여줬던 박슬기는 ‘그래도 좋아’의 미순역이 첫 정극 출연이다. 미순은 드라마에서 딸 명지에게 번번히 당하는 사모님(이효춘)을 곁에서 지키는 인물이다. 그녀는 사모님이 치매에 걸렸다고 솔직하게 전해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역할도 했다. 극 말미에는 회장님 운전을 담당하는 최기사와 로맨스가 이루어져 이례적으로 키스신과 애기 엄마가 된 모습까지 선보였다. 박슬기는 “가정부 역할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며 “한 신 찍기 위해 5시간까지 기다려 본 작은 역할이었지만 스튜디오 녹화 경험도 쌓고 선생님들에게 배울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고 소회했다. 박슬기는 ‘그래도 좋아’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 KBS 1TV 일일극 ‘너는 내 운명’에 주인공의 친구로 캐스팅 됐다. 화제작 ‘뉴하트’에서 철부지 의사 김미미로 대중의 인지도를 얻었던 신다은은 다음 드라마에서는 가사도우미로 신분이 바뀌었다. 쫑아는 이세영(이휘향 분)의 먼 친척이지만, 돌봐줄 사람이 없어 세영의 집에 함께 기거하며 자질구레한 일을 맡는 귀여운 인물이다. 신다은은 자신의 역할이 거북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에서는 주인공 최진실 선배님 역시 가정부이신데 제가 어찌 거부감을 가질 수 있겠냐”며 웃었다.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 씨는 “사극에서는 뚜렷한 계급사회를 보여줄 수 있으나, 현대극에서의 사회적 상하 관계는 시청자들에게 분명히 보기 불편한 설정”이라면서 “요즘엔 가정부도 한 개인의 부끄럽지 않은 직업으로 드라마에서도 선입견 없이 표현하고 있는 추세이며, 가정부는 극의 흐름을 3인칭 시점에서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위치이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다양한 상황을 전개시키기에 좋은 배역”이라고 말했다. 이유나기자 ly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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