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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지콰이‘섹시보컬’↔포크밴드이바디‘생얼보컬’
호란(본명 최수진)은 참 재주가 많은 여자다. 재주만큼 매력도 많다.
장르에 따라 스타일리시한 보컬리스트가 되기도 하고 인간미 넘치는 노래를 진솔하게 부르는 음유시인이 되기도 한다. 극의 배역에 따라 요부가 됐다가도 청순가련한 여자로 깜쪽같이 변신하는 능력을 가진 배우처럼.
‘팔방미인’ 호란이 모던 포크의 감성을 한껏 담은 어쿠스틱 프로젝트 이바디를 결성하고 최근 첫 앨범 ‘스토리 오브 어스’(Story of Us)를 냈다. 일렉트로니카 밴드 클래지콰이의 보컬 호란이 예쁘게 치장한 모습이었다면, 포크밴드 ‘이바디’에선 ‘생얼’을 그대로 드러냈다.
연주인들 사이에서 이름난 드럼 연주자이자 섬세한 감성의 어쿠스틱 기타리스트 거정(임거정)과 팝과 재즈를 넘나드는 베이시스트이자 기타리스트 저스틴 김이 이바디의 멤버다. 이바디는 ‘잔치’를 뜻하는 순우리말.
클래지콰이에서 호란이 잘 정돈된 각각의 악기소리(혹은 소스)의 조합에 따라 그의 목소리도 마치 또 하나의 악기인양 사운드의 조합에 가지런히 어울렸다면, 이바디에서는 자신의 온전한 목소리로 노래를 이끌어간다.
클래지콰이에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 속삭임이 등장하고 거친 호흡도 그대로 들어가, 감정이입을 쉽게 느낄 수 있다. 가지런하고 단정하던 예전 보컬과는 딴판이다. 그만큼 자연스러운 발성이 필요하고 악기들과의 조화를 처음부터 신경 써야 한다. 컴프레서로 작은 성량을 커버할 수 없고, 리버브로 여운을 길게 만들 수도 없다. 어쿠스틱 음악은 한마디로 보컬의 ‘생얼’이다. 호란은 매력적인 목소리의 ‘생얼’을 마음껏 드러냈다.
화려한 전자음악에서 소박한 어쿠스틱으로 변신한 호란에게 소감을 묻자 “친정으로 돌아온 느낌”이라며 “클래지콰이 하기 전부터 하고 싶었던 음악”이라고 했다.
그러나 호란은 가을이면 클래지콰이로 돌아간다. 그녀는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니카를 오가는 ‘이중생활’이 “재미있다”고 했다.
김원겸기자 gyumm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