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희“아이템거래는‘행위’아닌‘짓거리’?”

입력 2008-04-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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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궁디고 누구는 힙이냐!’ 솔직히 고백한다. 최근 수개월간 - 나 혼자서 - 질투심에 불탔었다. 예전 속옷 광고에서 봤던 위의 글귀가 내내 머리에 맴돌았다. 온라인게임 회사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그것을 뛰어넘을 수 없나’라는 오기로 똘똘 뭉쳤었다. 대상은 최근 한국에도 공개된 ‘세컨드라이프’다. 온라인게임 산업으로 진입하기 수년 전, 신문 국제면에서‘세컨드라이프’를 처음 접하고 호감을 갖고 있었다. 세계 정·관계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다보스포럼에서 참가자들이 ‘세컨드라이프’에 등장해 연설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유명인사가 색다른 매체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고, 가상현실이라는 개념 또한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후 굴지의 다국적 기업이 그곳에 본사를 만들었다는 등 ‘세컨드라이프’의 소식을 재미있게 받아들였다.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의 테두리에 들어서면서 호감은 질투로 슬금슬금 변해갔다. 우리나라가 온라인게임 종주국, 온라인게임 세계 1위라는 평을 듣고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한국 인재들은 새로운 놀이문화에 대한 혜안, 그래픽, 기획, 창의력을 바탕으로 10여 년 전 전무했던 온라인게임 시장을 형성하고 발전시켰다. 왜‘세컨드라이프’는 고급스럽고 미래지향적인 가상현실로 언론을 통해 주로 묘사되고, 우리나라의 숨은 수출 역군인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은 ‘바다이야기’같은 사행성 게임 파문까지 맞물려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아야 하나. 이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자니 끝이 없었다. ‘세컨드라이프’ 내에서 부동산 투자 등을 통해 돈을 번 안시청은 미지의 투자처를 개척한 거부(巨富)신화의 주인공이다. 반면, 한국 온라인게임 아이템을 거래하는 행위는‘현(금)질’이라는, 어감도 아름답지 못한 표현으로 규정된다. 한국에서 온라인게임 아이템 거래는 게임 중독과 이미지가 오버랩되어 음지의 산물로 인식되기 십상이다. 아울러 게임 아이템을 대량 만들어내는 곳은 ‘작업장’으로 불린다. 안시청의 비즈니스 전략에서 ‘직원을 증가시킨다’라는 표현과는 대조적이다. 한국 온라인게임 주요 기업들의 2007년 수출 실적은 합계 1조원을 뛰어넘은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2006년에도 영화산업에 비해 20배를 훌쩍 넘는 수출 성과를 올렸다. 이 정도면, 인도가 자국의 영화 산업을 ‘볼리우드’로 승화시킨 것처럼 우리나라도 온라인게임 산업을 멋지게 포장해 한국의 고급 콘텐츠 산업으로 부각시켜야 한다는 나만의 뒤늦은 깨달음에 고심했다. 그러면 그 포장법은 뭘까? 일류 산업으로 부각될 수 있게 내실을 다지는 방법은 뭘까?(하편에 계속) 정은희 액토즈 소프트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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