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Black&White-부부기사…오늘설거지내기바둑어때?

입력 2008-04-18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중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 재미있는 기사가 떴습니다. 19일 일본에서 제1회 야마토증권 온라인바둑대회 결승전이 열리는데 부부가 대국을 하게 되었다는 얘기지요. 남편은 2005년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우승했던 대만계 프로기사 장쉬 9단. 와이프는 조치훈과 함께 일본 바둑계를 양분했던 고바야시 고이치 9단의 장녀 고바야시 이즈미입니다. 부부기사가 우승컵과 상금을 놓고 결승전을 치른다는 것도 재미있지만, 두 사람이 한 집에서 각자 다른 컴퓨터에 앉아(이 대회는 온라인 대회입니다) 바둑을 두고 있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납니다. 뭐, 누가 우승을 하든 우승컵은 거실에 모셔지고, 상금은 아내의 통장으로 입금이 되겠지만요, 하하. 바둑계를 둘러보면 프로기사 커플이 제법 됩니다. 족보를 주욱 거슬러 올라가보면 중국의 녜웨이핑과 쿵샹밍 부부가 있지요. 아, 이 두 사람은 그 후 각자 제 갈 길(?)을 갔습니다. 젊은 축으로는 중국의 창하오와 장쉔 부부가 있습니다. 지난해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남편이 이창호를 꺾고 우승하자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환하게 웃던 장쉔 8단의 모습이 기억나는군요. 한국에는 이상훈-하호정 커플과 김영삼-현미진 커플이 있습니다. 남편이나 와이프나 모두 미남 미녀 기사로 ‘날렸던’ 사람들이지요. 이 중 김영삼 7단은 같은 도장 출신이자 다섯 살 연하인 현미진 4단을 아내로 맞이하며 ‘○○놈’ 소리 깨나 들었다는 뒷담화가 남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프로기사 부부의 사는 법’에 대해 궁금해 합니다. 이런 분들은 ‘같이 살면서 매일 바둑을 두니 얼마나 좋을까’, ‘혹시 저녁 설거지 내기바둑 같은 것을 두지는 않을까?’ 같은 상상들을 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죄송하게도 NO! 정답은 ‘사람 사는 건 어디나 똑같다’입니다. 오히려 프로기사 남편들은 ‘와이프가 나의 행적을 훤히 꿰뚫고 있어 괴롭다(?)’며 투덜댑니다. 생각해 보니, 제 와이프가 같은 신문사에서 일한다면 … (음, 괴로울 것 같습니다) 아참, 부부라 해도 프로기사인 이상 공식경기에서의 만남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어지간하면 남편이 이기더라는 것이죠. 아내 입장에서는 어차피 수입은 통장으로 들어오는 것이니, 이왕이면 남편 얼굴 세워주는 것이 명분도 살리고 실리도 잡는 일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릅니다. 양형모 ranbi@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