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회의스포츠에세이‘척박한훈련장미음마저시려’

입력 2008-04-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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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요정’이라 불리면서 요정같은 연기를 빙판에서 펼치는 김연아. 그리고 ‘제 2의 김연아’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얼음판을 지치는 피겨 꿈나무들. 화려한 피겨 드레스를 입은 그들이 한없이 아름다워 보이지만 그저 아름답게만 볼 수 없는, 눈물나는 차가운 현실이 있습니다. 김연아의 훈련을 보기 위해 아이스링크에 갔을 때, 또 제 2의 김연아를 찾기 위해 훈련장에 갔을 때, 저는 선수들이 훈련하는 척박한 현실에 마음이 시렸습니다. 김연아가 훈련을 시작한 밤 10시30분. 링크장측과 같은 시간대 훈련하는 선수, 코치들의 배려로 그나마 금쪽같은 훈련시간을 얻은 김연아는 고사리 같은 손을 호호 불며 피겨훈련에 여념이 없는 어린 선수들 사이로 곡예를 하듯 점프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행여 부딪쳐서 다치면 어쩌나. 김연아를 매니지먼트하고 있는 저로서는 연아의 안전 뿐만 아니라 어린 선수들이 충돌로 다치면 어쩌나 하고 가슴 졸였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가슴 졸이며 지켜본 지 2시간여. 김연아와 어린 선수들이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향할 준비를 하기 시작한 시각은 밤 12시를 훌쩍 넘었습니다. 올 3월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김연아를 지도하기 위해 한국에 왔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밤 12시에야 짐을 챙기는 초등학생 피겨 꿈나무들을 바라보며 저에게 우문을 던졌죠. “저 어린 학생들은 내일 학교에 가나요?” 오서 코치는 “내일 아침 8시30분까지 등교를 한다”는 제 답변을 듣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오서 코치는 ‘그럼 언제 잠을 자고, 언제 쉬지?’하는 표정을 지으며 “캐나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김연아와 피겨 꿈나무들이 올빼미 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피겨선수들의 환경은 어떨까요. 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도요타시 추코대 오로라 링크장에서 훈련하는 장면이 한국 TV에도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오로라 링크는 피겨전용링크로 공사비만 150억원이 들었고, 천정에 훈련분석용 고속카메라만 4개가 설치된 ‘첨단 피겨링크’입니다. 한국에서 훈련하고 있는 김연아와 꿈나무들은 일본에서와 같은 첨단 피겨전용링크를 바라는 게 아닙니다. 그저 피겨훈련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입니다. 수천명의 관중석이 있는 아이스링크가 아니라 피겨스타의 꿈을 키울 수 있는 30X60m의 얼음판 뿐입니다. 구동회 IB스포츠 스포츠마케팅본부장 스포츠지 축구팀장, 영국 유학, 월드컵마케팅 대행 등 다양한 경험을 했고, 현재는 스포츠마 케팅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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