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진“사진속그녀의죽음이‘아프간산모들의비극’알려”

입력 2008-04-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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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제대로알리려전시회…시대정신담은감동찍고싶다
“사진은 ‘몇 월 며칠 몇 시 몇 초’ 단 1초도 안 되는 당시 상황을 기록한다. 꼭 과거다 현재다 미래다 그런 것 없다. 그 시간을 기록할 뿐이다.” 정은진(39)은 시간을 기록하는 포토저널리스트다. 2007년 5월 아프가니스탄 여인의 모습을 사진으로 포착해 ‘페르피냥 포토 페스티벌’에서 ‘케어인터내셔널 르포르타주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보도사진작가에게 이 상은 굉장히 영예로운 상이다. ‘페르피냥 페스티벌’ 역시 저널리즘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축제다. 정은진의 수상 내역은 아프간 산모 사망률에 대한 포토스토리였다. 아프간에서는 1년에 2만 5000명의 여인이 출산 중에 죽는다. ‘아프간의 산모 사망률문제를 어떻게 사진으로 표현하여 전 세계인에게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느냐’가 그가 작업하면서 고민한 문제다. 그에게 촬영을 협조한 스물여섯의 ‘카마르’ 여인은 ‘톡소플라스마증’, ‘저체온증’, ‘뇌막염’ 등을 앓던 환자다. 제왕절개로 아들을 낳고 산후합병증으로 고생하다 결국 숨을 거뒀다. 정은진은 ‘카마르 가족이 없었다면 나의 르포르타주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록 카마르는 세상을 떴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세상에 알려졌다’고 일기에 적어 내려간다. 정은진은 아프간 활동 틈틈이 적은 글을 묶어 ‘카불의 사진사’ 책을 냈고 사진전도 열었다. 현재 아프리카에서 작업하고 있지만 출판과 사진전 때문에 잠시 입국한 정은진을 그의 사진전에서 만났다. 4월 30일(수)까지 광화문 동아일보사 신문박물관에서는 ‘카불의 사진사-부르카 밑의 웃음소리’라는 주제로 정은진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국제뉴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한국일보에서 기자로 6년간 일하면서 저널리즘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됐다. 뉴욕에서 8년간 살다가 미주리로 이사 갔는데, 그때 바로 9·11 사태가 터졌다. 미주리에 이슬람교도 인구가 많았는데, 백인들이 이슬람 이민자들한테 사건의 앙갚음을 하는 걸 듣고 무엇 때문에 이럴까 굉장히 고민하다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 느낀 중동에 열흘 간 다녀왔다. 세계정세에 대해 알고 싶었다. 당시 주변 친구들이 모두 국제무대를 발판으로 활약하는 기자들이었다. 그 친구들한테 영감도 받고 도움을 얻었다.” -사진전에는 책(카불의 사진사)에서 볼 수 없는 사진이 많은데… “책에는 사진이 많이 안 들어갔다. 책은 자전적 에세이지 사진집은 아니다. 사진작가라면 궁극적으로 사진집을 내는 게 좋겠지만 아직 모르겠다. 책과 사진 전시회는 다르다. 갖고 있는 사진은 더 많다. 책은 아프간의 일상이라기보다 내 일상의 기록이다.” -독자들이 아프간에 대해 느끼길 바라는 점은… “책과 전시회의 한 가지 목적은 같다. 아프간에 대해서 제대로 알리는 것이다. 아프간하면 탈레반, 내전 등 부정적 이미지만 있는데 대부분 아프간 사람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려고 노력한다. 수수한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그 시대에 그 시간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으려고 했다.” - 카불의 사진사 책은… “아프간에 대한 여러 모습이 있기 때문에 사진기자로서의 관점이 있는 것이고, 평범한 모습을 담는 앵글이 있고… 여러 앵글이 있다. 책은 내 자전적 에세이다. 뉴스현장을 취재하는 사진기자라도 일이 없을 때 나가서 일상 생활을 하는 소시민의 삶을 담았다.” -아프간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은… “힘든 날이 많았지만 도와주신 분들도 많았기 때문에 거기서 많은 위안을 얻었다. 전쟁을 겪은 나라이고 인간성이 피폐해질 수 있는데, 대부분 피폐해졌지만… 그 중에도 정상적인 인간성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데에 작은 희망을 가졌다. 굉장히 힘든 곳이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선한 사람이 있다고 느꼈다.” - 마음 관리는 … “낙천적인 성격은 절대 아니다. 뭐랄까 좀 성격이 웃기다. 괄괄한 건 아닌데, 유머러스한 면이 있다. 힘든 상황이라도 돌이켜보면 웃는 여유가 생긴다. 굉장히 감정 기복이 심할 수밖에 없다. 분쟁지역이라는 게 보통의 심장 가지고는 살아갈 수 없는 지역이다. 그래도 어떻게 하겠는가? 유쾌하게 풀어야지. 너무 비참하게 생각하면 힘이 빠진다.” - 분쟁 지역의 저널리스트는… “지금 수만 명이 이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 살아남으려면 독해야 한다. 그렇다고 인간성이 없어도 안 된다. 인간성이 있으면서 웬만한 힘든 일은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정신력이 있어야지. 안 그러면 이 일을 못 한다. 감정에 빠져도 일을 못한다. 감정을 추스르고 딛고 일어서야 한다.” - 사진기자로서의 직업적 특징은… “일단 텔레비전도 인터넷도 뉴스만 본다. 예를 들어서 그냥 있으면 생각하게 된다. 내가 사진기가 있으면 이 상황이라면 이렇게 찍겠다. 여기는 빛이 좋구나. 빛이 안 좋구나. 그런 생각을 한다. 어딜 가면 무의식적으로든 빛을 본다. 빛의 근원, 색온도 이런 것들을 떠올린다.” - 체력관리는… “특별한 체력관리는 안 한다. 일하다보면 튼튼해진다. 쉬고 있을 때 요가나 필라테스를 한다.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건강을 생각해 하는 편이다.” - 사진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면… “영향력이 있는 사진도 있고 없는 사진도 있다. 사진이 얼마나 시대정신을 담고 있는가, 그 사진이 얼마나 감동적인가에 따라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장의 사진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소말리아에서 미군이 질질 끌려가는 사진을 보고 클린턴 행정부가 미군을 철수했다. 20세기 루인스 하인이 찍은 아동 노동자 사진으로 아동노동법이 나왔다든가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쳐야 세상을 바꿀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힘들다.” - 사진에 인간성이 묻어난다는 건… “아직 모른다. 그걸 찾기 위해서 찍고 있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 ‘카불의 사진사’...? ‘카불의 사진사’는 2007년 ‘페르피냥 포토 페스티벌’에서 ‘케어 인터내셔널 르포르타주 그랑프리’를 수상한 정은진 포토저널리스트의 에세이다. 책은 그의 수상 소감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보낸 1년의 여정, 프로 사진 기자의 세계 등에 대해 다룬다. 카불에서 기록한 2006년 8월 16일부터 2007년 8월 10일까지의 일기가 사진과 함께 실렸다. 결혼, 애인, 돈 등 ‘한 쪽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 쪽을 이룰 수 있는 사진계’에 대해 자신이 겪은 얘기를 솔직하게 들려준다.보도사진기자의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주는 책이다.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김주선이라는 필명을 사용했고, 2007년 아프간 한국인 인질사태 때 당시 정보를 국내에 알렸다. 정은진 기자는 ‘카불의 사진사’ 책을 통해 본명을 밝히고 또 다른 분쟁지역, 아프리카에 도전하고 있다. 카불의 사진사, 동아일보사, 2008, 1만2000원 ● 정은진...? -1970 년생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학과 졸업 -뉴욕대 사진학 전공, 미주리대 언론대학원 포토저널리즘 전공 -미주 ‘한국일보’ 뉴욕지사, ‘LA 타임스’ 기자 및 인턴 활동 -2004년 프리랜서 사진기자 시작 -2004년 12월 ‘뉴욕타임스’ 1면 톱 사진, 동남아시아 쓰나미 촬영 사진 -2006년 5월 ‘타임’지 표지 사진, 한국에서 활동하는 미국선교사 인물사진 -2006년 8월 아프가니스탄 취재 현지 사진 촬영 -2007년 9월 ‘페르피냥 포토 페스티벌’에서 ‘케어 인터내셔널 휴머니티 르포르타주’ 그랑프리 수상 -2008년 아프리카 포토저널리스트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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