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기자가만난문화의뜰…상상공장문화기획자류재현

입력 2008-05-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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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안녕, 안녕!” 서울 홍대 지역에 가면 이 곳의 에너지를 사랑하고, 이 곳에서 끊임없이 인사를 나누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바로 류재현 상상공장 감독이다. 홍대 클럽데이, 사운스 퍼레이드, 압구정 살사데이, 하이서울 락페스티벌 등 각종 다채로운 축제를 기획했다. 현재는 5월 3∼5일 한강난지공원에서 열리는 서울월드 DJ페스티벌 준비에 한창이다. 세계의 유명 DJ들이 공연하며, 밤새도록 축제가 벌어진다. 일상의 이벤트를 선사하며 매일매일 상상의 꿈을 꾸는 ‘문화기획자’ 류재현 감독을 만나보았다. 상상초월 상상공장 아이디어야 놀러와 - ‘상상공장’은 어떤 곳인가? “아이디어 장인이라는 뜻으로 문화기획자를 꿈꾸는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다. 장인이 공예품을 만드는 것처럼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은 상상을 현실로 만든다. 사람들은 늘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내면서, 실현하는 건 어려워한다. 그런데 여기는 상상을 실천하는 무모한 집단이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사회에서 필요한 것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 수밖에 없다. 그게 상상공장으로 모이고 있다.” - 상상공장의 ‘바보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쉽게 말해서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인자, 에너지는 어디에서 올까?’ 생각해봤다. 사회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국회의원, 정치가들이 만드는 것 같지만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나가는 사람이 만들어 가는데 거기에서 바보 프로젝트를 생각했다. “참 바보 같네. 저거를 왜 하지?” 그런 게 정말 필요한 일이다. 무보수 문화 강좌를 여는 것도 바보 프로젝트다. 2005년에 홍대 근처 지하보도에서 금요일마다 오후 8시부터 오전 4시까지 그냥 음악 틀어놓고 춤추고 놀았다. 사람들이 “저 사람들 왜 저럴까?” 그러다가 어느 날이면 “저도 다음 주부터는 같이 놀아도 돼요?”라고 묻는다. 그런 게 바보 프로젝트다.” - 상상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예술적 용기, 문화적 용기를 갖춘 사람들이다. 자원봉사의 개념이 아니다. 돈 때문에 하는 사람은 없다. 상상공장의 김민정 기자는 인디밴드 이야기를 다음카페에서 운영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씩 공연소식 메일을 보내주는데, 그거는 돈 벌려고 하는 게 절대 아니다. 그런데 그게 몇 년 분량을 모아놓으면 인디밴드의 역사를 읽을 수 있는 데이터다. 좋아서 한다. 가끔은 힘들고 지칠 때도 있다. 그 때 나오는 말이 ‘바보같이’다. 그래도 평생 우리는 좋아하는 것을 실천에 옮긴다. 바보 같은 짓이 사회를 움직이고 문화를 발전시킨다.” - 애초에 기획했던 ‘홍대 클럽데이’의 문화가 변했다? “그게 기획자가 있고 없고, 마인드가 있고 없고의 차이다. 처음에 기획할 때는 90년대 초반에 봤던 당시 클럽문화를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기획 목표였다. 그 때는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지금처럼 이성에게 접근하려고 가는 클럽이 아니라 ‘감성의 고향’, ‘감성의 발전소’, 자기 느낌을 표현하는 곳이었다. 지금은 그런 게 없다. 클럽의 주인은 ‘부비부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지금은 잘못됐다. 클럽의 주인이 진짜 클럽 업주, 주인이 돼버렸다. 처음에 만들었던 기획자를 존중하고 그 사람이 저런 걸 왜 만들고 청춘을 바쳤을까 그걸 존중해야 하는데 그 마음이 사라졌고 영리 목적이 우선이 됐다. 그들이 벌어들인 수익을 정말 지역을 위해서 써본 게 얼마나 될까? 거의 생색 수준에 그치는 건 아닌가 싶다.” - 축제란… “내적 에너지를 표현하는 수단이다. 무지개가 한 가지 색이 아니라 일곱 색깔 무지개라고 표현하듯이 각자 자기 색깔을 가지면 된다. 지금 그 색을 가지지 못하고 사람들이 사는 게 문제다. 축제를 통해 그 에너지를 발견할 수 있다.” - 문화기획자가 보는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남들이 생각하는 스트레스를 ‘나는 아니다’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늙는 게 두렵지 않다. 더 재미있을 것 같다. 피부가 노쇠하고 힘이 떨어지고 그래도 또 늘어나는 게 있다. 내가 원하는 것도 있지만 남이 원하는 걸 생각하면 그게 새로운 거다. 남들이 원하는 걸 해주면 되게 재미있다. 지루하면 외면하고 일이 안 되면 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그게 유쾌하게 사는 방법이다.” - 문화기획자가 되기 위해서는? “같은 것을 다르게 보아라. 그리고 남들이 뭘 원하는지 끊임없이 찾아라. 자기가 원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은 예술가지만, 남들이 원하는 게 뭔지 끊임없이 찾으면 문화기획자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고 ‘남은 왜 내 마음 같지 않을까’ 그런 실수를 저지르면 안 된다. 내가 좋아하는 대로 했다가 남들이 좋아할 거라고 착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남들은 안 좋아할 수 있다. 자기가 원하는 걸 먼저 내세우면 남들은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좋은 기획은 안 나온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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