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매고수송희창“경매가끝물?내겐꿀물이던걸요”

입력 2008-05-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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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일생 자신들의 집을 가져보지 못했다. 살림이 궁색했기에 근검절약을 따로 배우지 않아도 절로 몸에 배었다. 부족함은 부에 대한 갈증을 키웠다. 그래서 꽤 일찌감치 인생의 목표를 정했다. 부자가 되기로 했다. 대학 졸업 후 취업과 해외연수를 준비하던 중 방향을 급선회했다. 돈을 벌기 위해선 우선 종자돈을 모아야 했다. 4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의 나이트클럽을 떠돌며 아르바이트를 한 끝에 1억2000만원을 모았다. 야간업소에서 받았던 월급은 200만원 정도. 이 중 휴대폰 사용료, 생활비 포함 10만원을 제하고는 나머지 190만원을 저축했다. “저 놈 뭐야?” 하는 사람들 시선을 피하기 위해 “부모님 몸이 불편하셔서 돈을 보내야 한다”고 거짓말을 해야 했다. 그리고 3년 후, 1억2000만원은 거짓말처럼 20억원으로 불어났다. 부동산경매의 작은 신화를 일군 사람, 송희창(34) 고수를 만났다. - 부동산경매가 다른 투자에 비해 매력적인 부분은 뭡니까? “원금보장이 된다는 거죠. 한때 주식도 했었는데, 사고 나서도 늘 불안하더라구요. 경매는 미리 수익을 계산하고 들어가는 거니까 마음이 한결 편하죠. 원금대비 수익률도 경매가 엄청 높아요. 레버리지(지렛대)효과를 최대한 활용할 수도 있구요. 5000만원짜리 물건이라 해도 대출 70∼80받고, 세입자 보증금 1000만원 하면 … 결국 내 돈은 1000만원도 안 들이고 살 수 있다는 거죠.” - 처음 매입한 물건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빌라였죠. 가능한 한 많이 사들였어요. 1억원 조금 안 되는 돈으로 빌라를 한 10여 채쯤 샀던가? 레버리지를 이용하면 한 채당 1000만원이 안 들어갔으니까요. 경락잔금대출금을 활용하면 낙찰가의 거의 80까지 대출을 해주거든요. 여하튼 부동산 경매는 2005년도부터 시작했어요.” - 경매, 경매 하지만 사람들은 ‘위험하다’, ‘골치 아프다’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데요? “맞습니다. 사람들이 특히 제일 두려워하는 부분이 사람을 내보내는 명도죠. 저도 처음에는 겁이 많이 났었어요. 하지만 결국 그 집 안에서도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거거든요. 항상 원만하게 끝냈어요. 주변에서 신기해하죠. 저는 명도하면서 한 번도 세입자들과 험하게 싸우거나 욕을 하거나 한 적이 없거든요. 가끔 ‘껄렁’한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떤 경우든 법적으로 낙찰자가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간접적(노골적으로 하면 싸움이 나니까)으로 표현하는 게 중요합니다. 문제는 실전을 해보지 않은 전문가들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이론만 갖고, 법대로만 한다? 그런 부분에서 말썽이 나거든요.” - 고수의 매매법은 좀 다릅니까? “투자자가 고려해야 할 점은 매매, 명도 그리고 세금 부분입니다. 요즘 세금도 만만치 않아요. 매매에도 기술이 있습니다. 똑같은 부동산이라도 ‘예쁘게’ 만들 줄 알아야죠. 예를 들면, 15억짜리를 12억에 낙찰 받은 건물이 있었어요. 제가 봤을 땐 감정가가 너무 낮다고 봤죠. 결국 명도하고, 24억에 팔았어요. 사람들은 단순히 건물을 낙찰가와 시세차이만 보는데 그게 아니거든요. 간판 등 건물 특징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죠. 공장, 상가도 마찬가지예요. 내 눈에 좋게 만들면, 결국 남의 눈에도 좋게 보이는 거죠. ‘시세는 자신이 만든다’란 말이 있어요. 물건이 채무 때문에 경매에 나오기도 하지만 주인의 영업수완과 장사능력 부족으로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 건물은 죄가 없죠. 마케팅과 영업력을 좀 보강하면 정상가격으로 매매할 수 있어요.” - 좋은 물건을 보는 눈은 어떻게 키워야 하나요? “사람들은 호재만 쫓아다녀요. 하지만 전 아니거든요. 오히려 그런 곳에는 수익이 될 만한 물건이 없더라구요. 100물건을 70에 사면 30수익이죠? 그런데 사실은 60짜리 하자가 있는 물건을 30에 사서 60에 팔아도 그만이거든요. 주거형이든 상가든 자기 가치관을 확실하게 세워두면 경쟁률이 덜한 곳을 찾을 수 있어요. 한 가지만 말씀드릴까요? 사람들이 아파트, 빌라는 많이 하는데 공장, 모텔, 임야 하는 사람은 별로 없죠? 아파트는 현금화하기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공장도 항상 공급이 달려요. 임차인들은 공장을 갖고 싶어 하고, 공장주는 더 넓은 곳으로 옮기고 싶어 하고. 임대도 용이하죠. 실수요 부동산뿐만 아니라 투자형, 수익형에도 관심을 가져보세요.” 원금대비 수익률 큰 것이 매력 호재 쫓기보다 가치관 세워야 건물 특징 살리면 감정가 껑충 실수요 외 투자·수익형 관심을 입찰 전 대법원 판례 ‘모범답안 - 어떻게 경매 고수가 됐습니까? “책도 꽤 보고, 인터넷을 통해 간접 경험담도 읽고. 무엇보다 앞서 나가신 좋은 스승들을 많이 만났다는 점이 컸죠. 세상에는 드러나 있지 않은 진짜 고수들이 많아요. 스승님들이 강조했던 부분은 난관에 부딪쳤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한다는 것이었죠. 입찰 전에 대법원 판례를 반드시 챙겨보게 하셨어요. 판례는 문제지의 해답이니까요. 항상 해답을 먼저 알고 입찰에 들어가야 합니다. 두 동짜리 빌라가 있었어요. 그런데 대지만 나와 땅만 낙찰받았죠. 당연히 건물주와 땅주인 간 분쟁이 있겠죠? 일반사람들은 ‘땅만 사서 뭐해?’하고 외면했지만 저는 오히려 땅만 나왔기에 싸게 살 수 있었어요. 1년 뒤 이번에는 건물만 나왔죠. 건물만 나왔으니 또 싸게 샀겠죠? 둘 다 샀으니 이제 정상적인 물건이잖아요? 합쳐서 파는 거죠. 이런 부분은 법리를 좀 알아야 해요.” - 경매시장이 끝물이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만? “경매로 재미를 못 본 사람들이 대개 그런 말들을 하지요. 그렇다고 시장이 다 폭락해서 경매가 아예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끝물이다, 하향세다 하는 말들은 결국 실패자들의 말일 뿐입니다. 저만 해도 공장에 모텔에 빌라에 잘만 하고 있는데요. 그 사람들이 위 단계로 못 올라가서 그렇죠. 강의하시는 분들도 실전경험 부족으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구요. 결국 마인드의 차이입니다. 주가지수 300, 500시절에도 주식했다고 모두가 다 돈 번 거 아니거든요. 경매도 마찬가지죠. 과거 정말 좋았던 시절이 있긴 있었어요. 하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안 되죠. 예전에 두 번 입찰해서 한 번 낙찰됐다면, 이제 3∼4번 해서 한 번 되면 되는 거니까요.” 마음 한 번 바꾸면 ‘끝물’이 ‘단물’이 된다. 송희창 고수는 “얼마나 더 벌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50억’이라 잘라 말했다. 그 이상은 욕심이 없다. 이유도 확실했다. “다른 분들에게도 기회를 드려야죠.” 송 희 창 ‘왕소금’ 소리를 들어가며 모은 1억2000만원을 3년 동안 20억으로 불린 서른네살 젊은 부동산 경매고수. 현재 법률사무소 사무장으로 일하며 다음카페 ‘텐인텐’에서 ‘송사무장’이란 닉네임으 로 경매 칼럼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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