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만만나면롯데‘死직’…안방서또역전패

입력 2008-05-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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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갈매기는 제 둥지에서 독수리만 만나면 날개가 꺾이는 것일까. 어찌 이리도 악연은 모질게도 반복되는가. 가혹하기 짝이 없는 데자뷰 현상이자 승부의 냉혹함이다. 롯데가 6일 한화와의 사직 홈 첫 경기에서 믿기지 않는 불운에 발목 잡혀 끝내 3-4 재역전패를 당했다. 안타수 11-7에 점수 역시 8회말까지 3-2로 앞서 역전승을 눈앞에 뒀지만 마지막 9회초, 뭐에 홀린 듯한 에러 1개가 순식간에 해피엔딩을 악몽으로 바꾸어 버렸다. 시계추를 1년 전 이맘 때로 되돌린 5월 18일 사직구장. 그 당시 역시 롯데는 한화와의 사직 첫 대결을 7회까지 4-2로 앞서나갔다. 그러다 8회 동점을 허용했고, 10회 연장 끝에 결국 6-8로 패했다. 이 패배를 기점으로 롯데의 대한화전 사직 연패는 8월 24일의 7차전까지 이어졌다. 롯데는 8월 25일 가까스로 연패를 끊었지만 그 다음날 다시 1-2로 패배, 2007년 사직구장 한화전 1승 8패란 처참한 상처를 남겼다. 결과적으로 한화와의 안방 승부 실패는 롯데의 초반 흥행 바람이 꺼져버린 결정적 요인이기도 했다. 6일 양 팀의 올 시즌 첫 사직맞대결은 이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깨질 수 있는 절호의 모멘텀으로 보였다. 적어도 8회까지는. 롯데 타선은 한화 에이스 류현진을 10안타(2볼넷)로 두들기며 3점을 뽑아냈다. 이대호는 4타수 4안타, 강민호는 3타수 2안타에 2타점을 따냈다. 최근 5연승에다 2006년 8월 1일 이후 사직구장 3연승 중인 그 류현진을 상대로 거둔 ‘쾌거’였다. 반면 한화전 5연패를 당하고 있던 롯데 장원준은 7이닝을 2실점(7삼진)으로 막아냈다. 7회말 1사 만루에서 터진 강민호의 희생플라이, 그리고 8회 무실점. 롯데 열풍이 괴물마저 집어삼키기 일보직전이었다. 이미 롯데는 대전에서 열린 시즌 개막전 때 류현진을 격침시키며 2연전을 독식한 바 있었다. 한화 콤플렉스를 탈출할 수 있는 최상의 구도가 만들어진 셈이었다. 그러나 2회 1사 1·3루, 3회 2사 1·3루, 4회 1사 2·3루, 5회 2사 만루 등 여러 차례 류현진을 사지로 몰았건만 결정타를 먹이지 못한 것이 결국 후환으로 작용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4회 스퀴즈 번트 시도는 김인식 한화 감독에게 읽혀 버렸다. 이런 분위기에서 마무리로 마운드에 오른 임경완은 9회 첫 타자 김태완을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이어 김민재의 투수 강습 타구 때 임경완은 서둘러 1루에 공을 뿌리려다 1루수 키를 훌쩍 넘기는 어이없는 악송구를 범하고 말았다. 이 틈을 타 한화 대주자 추승우는 홈까지 파고들었다. 3-3 동점. 무사 2루에서 김 감독은 보내기 번트를 지시하는 강수로 로이스터 감독 상대 첫 승을 강하게 갈구했다. 이어서 이영우의 역전 우전 적시타가 터지자 1만 8989명이 운집한 사직구장은 체념과 탄식의 공간으로 뒤바뀌고 말았다. 패배 직후 로이스터 감독은 “우리가 못했기에 질 수밖에 없었다. 초반 찬스를 못 살렸고, 번트를 3번이나 못 댔다”라고 패인을 평했다. 반면 승장 김인식 감독은 “역시 류현진이 적게 실점해 승리할 수 있었다”라고 짧게 촌평했지만 역전승 직후 “나이스!”라고 크게 소리치며 이례적으로 기쁨을 드러냈다. 이로써 한화는 5할 승률(17승 16패)을 사수했고, 롯데는 3위 두산의 맹추격에 쫓기게 됐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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