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판정‘보이지않는손’있나

입력 2008-05-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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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시드니올림픽 남자 유도 100kg 이상급 결승. 프랑스의 다비드 두이가 일본의 시노하라 신이치의 허벅다리를 걸자 시노하라는 되치기로 응수했다. 동시에 떨어진 두 선수. 한쪽 부심은 시노하라의 한판승을, 한쪽 부심은 두이에게 유효판정을 내렸다. 결국 시노하라는 판정패하며 금메달을 놓쳤다. 오심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제유도연맹(IJF)은 2005년 세계선수권부터 비디오 판정을 시범도입하기에 이르렀다. 대한유도회 문원배 심판위원장은 “주·부심의 보는 각도에 따라서 기술의 성공여부가 다르게 보일 수 있다”면서 “시노하라의 경기 역시 국제심판들의 의견이 아직도 엇갈린다”고 했다.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 역시 2004 아테네올림픽 결승에서 ‘한판 기술이 장외에서 걸렸다’는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었다. 7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대표 최종선발전 남자 73kg급 승자결승. 경기시작 18초 만에 이원희(27·한국마사회)가 왕기춘(20·용인대)에게 건 업어치기 기술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부심 한 명은 유효를 선언했지만 나머지 부심과 주심은 점수를 인정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유도인들의 반응도 애매하다는 것이었다. 이원희의 소속팀인 한국마사회 금호연 감독은 “등이 닿지 않았다”면서 “점수를 줄 수도 있고 안 줄 수도 있다”고 했다. 하이원 장인권 감독은 “(왕)기춘이가 넘어가는 순간 머리로 버티다가 앞으로 떨어졌다”면서 “점수를 주기가 애매하다”고 했다. 문원배 심판위원장은 “화면을 수없이 돌려봤다”면서 “어깨가 돌아서 앞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점수를 준다고 하더라도 효과 이상은 줄 수가 없다”고 했다. 왕기춘 편들기 판정논란은 왕기춘이 “사실 (떨어지는) 탄력이 좋았기 때문에 내가 심판이라면 효과 정도를 줬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확대됐다. 왕기춘은 “판정 덕을 본 감이 없지 않아 있지 않나”라고 애매하게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문원배 심판위원장은 “이원희 역시 용인대 출신이고, 김정행 대한유도회 회장까지 이원희가 최종선발전에서 크게 이기면 올림픽에서 기회를 줘야한다는 판에 편파판정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일축했다. “왕기춘과 방귀만(25·용인대)의 경기에서는 오히려 왕기춘이 불리한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방귀만이 팔을 꺾으면서 왕기춘을 넘겼기 때문에 명백한 반칙임에도 불구하고 심판이 효과 판정을 내렸다는 것.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60kg 선발전에서는 윤현이 강력한 금메달 후보 김재엽을 따돌렸다. 하지만 대한유도회의 권유와 윤현의 양보로 김재엽이 올림픽 무대를 밟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윤현이 수혜를 입었지만 윤현은 은메달에 그쳤다. 이름값으로 매기는 주관적인 평가가 금메달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최종평가전 결과를 두고도 강화위원 및 코치 평가 제도가 선발 점수에 20점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판정과 선수선발의 논란이 끊이지 않는 유도계에서 외부입김이 작용할 소지가 크다. 선수선발에 국내·국제대회 성적을 객관화된 수치로만 반영, 논란의 싹을 잘라야 한다. 경기 종료 후 이원희 어머니가 “왕기춘의 고등학교 은사가 심판에 배정됐다”며 불만을 토로했듯이 심판배정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 심판배정에도 학연과 지연을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 사각(死角)에서 심판 판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 과감하게 비디오 판독을 도입해야 한다. 현재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도 비디오 판독을 실시하고 있다. 문원배 심판위원장은 “유도회 내부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올해 내로 국내대회에서도 도입될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한편 8일 베이징올림픽최종선발전 마지막 날 경기 남자 100kg급 결승에서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장성호(30·수원시청)가 김정훈(27·수원시청)을 누르고 3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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