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균의21C必聽음악실]‘빠른랩+멜로디’힙합정상에서다

입력 2008-05-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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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은 이제 대중음악의 주류 장르가 됐다. 일반 가수들의 대중적인 곡에 힙합적인 요소들이 사용되는 일은 아주 흔해졌다. 에픽하이처럼 정통 힙합 뮤지션들 중에 연간 음반 판매량 1위를 다투는 빅히트 가수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힙합의 대중화는 역설적인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 힙합가수들이 기본이었던 랩에 대한 고집을 버리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서 그 전환점이 마련된 것이다. 노래하는 힙합 가수, 그로 인한 힙합의 대중화 과정에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음반들이 있다. 2001년 드렁큰 타이거의 3집 ‘The Legend of…’, 2003년 리쌍의 2집 ‘재계발’, 그리고 2006년 에픽하이 4집 ‘Remapping The Human Soul’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가요계의 정통 힙합 진영은 2001년 이전까지 랩의 속도전에만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비트와 속사포 같은 랩만으로 이뤄진 곡들은 대중들에게 너무 메마른 느낌이었다. 이러한 한계는 힙합 음악에 멜로디를 도입함으로써 극복되기 시작했다. 단순히 선율만 더한 것이 아니라 피쳐링 가수의 영입, 나아가 래퍼들이 직접 노래하기 시작했다. 드렁큰 타이거는 2001년 이전까지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이었다. 하지만 3집이 10만 장 넘게 팔리면서 대중적으로 인지도를 얻었다. 3집이 이런 높은 판매고를 기록한 것은 이 음반에 수록된 히트곡 ‘Good Life’ 덕분이었다. 지금도 힙합 진영 최고의 히트곡 중 하나로 꼽히는 이 노래는 흥겨운 리듬과 유려한 랩, 그리고 멤버들이 부른 하이라이트 부분 멜로디의 강한 흡인력이 강점이다. 하지만 정통 힙합의 리더라는 자부심이 강했던 드렁큰 타이거는 이 곡을 “힙합이 아니라 팝”이라며 부끄러워했다. 이런 상황에서 2003년 리쌍은 2집 ‘재계발’을 통해 당당하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BMK 피처링의 ‘인생은 아름다워’와 ‘리쌍부르스’ 같은 곡에서 멤버 기리는 랩을 줄이고 허스키하고 끈적한 보컬로 가창의 비중을 높였다. 리쌍은 가창과 멜로디를 강화하면서 팝보다는 소울적인 요소를 주로 사용하려 애썼다. 힙합과 흑인 음악의 같은 뿌리를 가진 소울을 통해 멜로디를 강화하면서 정통 힙합의 골격을 자신들의 음악에서 잃지 않으려 했다. 이후 리쌍은 노래를 더욱 강화,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광대’ ‘발레리노 등 연이은 히트곡을 내놓았다. 정통 힙합의 대중화에 마지막 결정타를 날린 이는 에픽하이였다. 2006년 이들이 내놓은 4집 ‘Remapping The Human Soul’은 ‘Fan’ ‘Love Love Love’ 등 빅히트곡을 배출했다. 멤버들의 노래와 랩이 어우러졌고 힙합과 팝이 가장 이상적으로 만난 결과물로 평가 받는 이 음반 이후 비로소 힙합은 본격적으로 주류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가요계를 호령하게 됐다. 최 영 균 스포츠지 대중문화 전문 기자로 6년간 음악·영화에서 열정을 불태운 몽상가. 지금은 ‘킬러 콘텐츠’를 만든다며 매일 밤 담배와 커피를 벗삼아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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