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놈놈놈’)이 영화제 마지막 갈라 스크리닝 상영작으로 제 6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화려하게 선보였다.
이 영화는 칸 초청작 뿐 아니라 전체 한국영화 시장에서 갖는 의미가 높다. 한국영화의 상황이 어려운 시기에 ‘디 워’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순제작비 170억원이 투입된 작품. 웨스턴 영화라는 전혀 새로운 장르와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이라는 세 톱스타가 의기투합했다.
칸에서 만난 ‘놈놈놈’의 세 주역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은 자신감이 넘쳤다.(인터뷰는 23일 진행된 송강호, 정우성, 김지운 감독의 한국 취재진 인터뷰, 24일 이병헌 인터뷰, 그리고 같은 날 프레스 스크리닝 이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을 새롭게 재구성한 것이다)
●할리우드 부럽지 않은 ‘이상한 놈’ 송강호
지난해 ‘밀양’에 이어 연속 2년째 칸을 찾은 송강호. 작품으로 따지면 2007년 비경쟁부분 ‘괴물’에 이어 3년 연속이다. 송강호는 “지금 스태프들 다 놀고 있습니다. 영화가 다시 좋아지는 기폭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칸이 그 시작이길 바랍니다”고 말했다. 세 명의 톱스타가 함께 등장해 경쟁심이 대단했을 것 같다는 질문에 “워낙 힘든 액션이 많아서 서로 상대가 더 많이 했으면 하고 바랐다”면서 “각자 스케줄 때문에 모이기가 참 힘든데 이런 기회가 마련돼 기뻤다”고 답했다.
송강호는 할리우드 등 해외진출에 대해 “솔직히 다양한 작품의 제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하고 싶은 작품이 너무 많다. 그리고 영어로는 베스트로 연기할 수 없어 갈 수 없다. 숀 펜이 한국어로 ‘밀양’의 카센터 사장을 베스트로 연기할 수 있을까?”라고 했다. “아내, 아이들 온 가족을 시사회에 다 초청하겠다”는 송강호는 ‘놈놈놈’에서 왜 그가 지금 한국 최고의 배우인지 완벽한 연기로 보여줬다.
●결혼 안하기 잘했다는 ‘나쁜 놈’ 이병헌
이병헌은 체코 프라하에서 ‘G.I.조’를 촬영하다 우여곡절 끝에 스케줄을 조정해 다른 배우보다 하루 늦게 칸에 왔다. 밤늦게 칸에 도착해 이른 아침 취재진을 만났지만 미소가 넘쳤다. 데뷔 후 첫 악역을 연기한 ‘나쁜 놈’ 이병헌은 “악역을 해본 적이 없어 꼭 하고 싶었다. 하지만 연기가 재미로 하는 것도 아니고 그 책임감에 대한 생각으로 고민했다. 한 달 반을 고민하다 영화 출연을 결정했지만 승마 연습 하루 전날 발목이 부러져 포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영화는 때려 부수고 신나게 즐기는 작품이다. 사실적인 연기를 고집하는 것보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감정의 과잉을 자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또 다른 쾌감,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병헌은 지난해 홍콩과 중국을 오가며 ‘나는 비와 함께 간다’와 ‘놈놈놈’을 함께 촬영했고 할리우드 영화 ′G.I.조‘로 계속 해외에 머물고 있다. 그는 “잠시 일이 있어 한국에 들른 것을 제외하면 200일 이상 해외에 머물고 있다. 가족들이 많이 보고 싶다. 결혼했으면 큰 일 날 뻔했다.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며 웃었다.
●카우보이가 된 ‘좋은 놈’ 정우성
정우성은 중국어가 유창하다. 그 만큼 중국과 인연이 깊다. 전작 ‘무사’와 ‘중천’ 모두 중국에서 오랜 기간 머물며 촬영한 무협액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달랐다. 말을 타고 장총을 멋지게 쏘는 카우보이 같은 현상금 사냥꾼. ‘놈놈놈’에서 외적인 면으로는 분명히 가장 ‘좋은 놈’이다. 그는 “강호형이 회식비를 횡령했다”고 공개하며 웃었다. “100여명이 넘는 출연진이 함께 중국에 머물며 동고동락했다. 강호형이 축구경기도 제안하고 지는 팀이 회식비를 내자며 단합을 이끌었다.
가끔 강호형이 걷어간 회식비가 빨리 바닥나기는 했지만 최고의 호흡이었다”며 농담을 섞어 유쾌했던 촬영장 분위기를 전했다. 마치 ‘황야의 무법자’ 등 전성기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은 멋진 차림으로 만주벌판을 달린 정우성은 “서부의 총잡이 캐릭터가 갖고 있는 마초적인, 절대 지지 않는 강점이 로망으로 남아있는 것 같다. 그런 남성이 되고 싶은 감성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유일하게 웨스틴복장을 했는데 서양인들에게 동양인 카우보이가 어떻게 비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칸(프랑스)|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