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도+순발력’반사전제작드라마뜬다

입력 2008-05-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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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에어’흥행여파…새트렌드자리잡을듯
SBS ‘온에어’가 사전 제작 드라마였다면 이경민(박용하) PD와 서영은(송윤아) 작가는 시청자의 바람대로 ‘연인’으로 맺어질 수 있었을까. ‘One sided love affair(외사랑)’란 영어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듯 ‘온에어’의 당초 제작 의도 하에서는 아마 ‘어림도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온에어’로 국내 드라마의 거칠고 험난한 제작 현실을 즐겁게 학습했다면, 한 가지 더 기억할 게 있다. 바로 ‘사전 제작’이란 화두다. 촬영 당일 낱장으로 연기자에게 나눠주는 이른바 ‘쪽 대본’이나, 2개조로 나누어 촬영하는 ‘A, B팀’이란 용어는 ‘드라마의 날림 제작’을 상징하는 키워드로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한국 드라마의 구조적 문제와 결별을 선언하고 나선 게 ‘영화처럼 완제품으로 만들어보겠다’는 바로 사전 제작 드라마다. ○ 게시판에 글 올려도 반영 안되는 사전제작에 시청자 반응도 ‘미지근’ 사전 제작 형태로 지상파 방송사를 통해 방영된 드라마는 2편. SBS ‘비천무’와 27일 막을 내리는 같은 방송사 드라마 ‘사랑해’(극본 정현정·연출 이창한)였다. ‘당일치기’ 심지어 ‘분치기’로 표현되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자유로웠던 두 드라마는 시청률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사전 제작 드라마가 호응을 크게 얻지 못한 이유에 대해 관계자 상당수는 ‘시청자와의 교감에 실패했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외주제작사 초록뱀 미디어의 김기범 대표는 “드라마가 영화와 다른 점이자 또한 장점이기도 한 것은 시청자의 반응과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일정 수준의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사전 제작은 기존 제작 방식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순발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 사전 제작 드라마 ‘안 팔리면 창고행’ 사전 제작은 한편 편성권을 가진 방송사와 콘텐츠를 제작하는 외주 제작사간의 미묘한 ‘기 싸움’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히트작을 제작했던 유명 회사는 해외 판매를 포함한 부가 판권을 더 요구하거나 국내 방영권만 넘기겠다는 ‘빅딜’(Big Deal) 용으로 사전 제작을 활용한다. 또한 신생 회사의 경우는 좀처럼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방송사에 ‘일단 한번 봐달라니깐요’란 식으로 이미 다 만들어진 완제품 드라마를 ‘견본’으로 제시한다.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보이지 않는 파워 게임이 벌어지면서 사전제작은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개봉 시기를 못 잡아 하염없이 대기 중이라 하여 붙은 ‘창고 영화’만 있는 게 아니라 ‘창고 드라마’도 생기고 있다. 2005년에 제작 완료된 드라마 ‘비천무’는 만들어진지 4년이 지난 올 해 비로소 빛을 볼 수 있었다. ○ 돌파구로 떠오른 반(半) 사전 제작 예기치 못한 사전 제작의 단점이 속속 현실로 들어나자 드라마 업계는 절반 먼저 찍고 절반은 방송하면서 완성하는 ‘반 사전 제작’이란 방식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제작 방식을 택한 대표적 드라마가 ‘온에어’다. 6월6일 첫 방영되는 SBS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 역시 이러한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초록뱀 미디어의 김기범 대표는 “드라마의 완성도 확보를 위한 시간 벌기와 가장 중요한 시청자의 반응을 모두 취하겠다는 것”이라고 반 사전 제작 방식을 설명하며 “사전제작이 주는 제작비 부담감도 어느 정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향후 지배적인 드라마 제작 형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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