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의입은달랐다’…후배들에백만달러짜리충고

입력 2008-05-28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 상태에서 어떻게 인터뷰를 해요.” 대표팀 소집 첫 날인 28일 오후 서울 외발산동 메이필드 호텔.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박지성(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이날은 선수들이 3명씩 테이블에 앉으면 취재진이 원하는 선수에게 다가가 질문하는 방식으로 인터뷰가 이뤄졌는데 아니나 다를까. 방송, 신문 등 대다수 매체가 테이블을 둥그렇게 둘러싼 채 진을 쳐 놓고 오매불망 박지성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박지성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였다. 유럽으로 진출한 후 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던 박지성도 미처 경험하지 못한 진풍경이었다. 박지성은 축구협회 관계자에게 “이대로는 못하겠다”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과 같은 테이블에 앉을 선수들이 인터뷰 내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앉아있을 것이 뻔한 상황이었기 때문. 결국 축구협회는 박지성만을 대상으로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러나 박지성은 막상 자리에 앉자 담담한 어투와 간간이 던지는 농담으로 능숙한 인터뷰 솜씨를 발휘했다. 특히 최근 득점력 부족으로 마음고생 중인 후배 박주영(서울)과 새로 프리미어리거가 된 김두현(웨스트브롬)에게 던진 조언이 눈길을 끌었다. ○“주영아, 부담 갖지 마”, “두현아, EPL은 달라” 박지성은 대표팀 내에서 중고참급에 해당한다. 나이로 보면 서열 8위. A매치 출전횟수(69회)로는 이영표(95회), 김남일(80회), 설기현(76회)에 이어 4번째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충고를 할 만한 위치에 있다고 느껴서일까. 박지성의 조언은 구체적이고 살아있었다. 박지성은 박주영에게 부담을 떨칠 것을 먼저 주문했다. 자신 역시 프리미어리그 진출 초기 여러 차례 ‘득점력 부족’이라는 비판을 받았기에 그 심정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박지성은 “(박)주영이와 나의 포지션이 달라 골 넣는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분명 주영이도 이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골에 대한 부담을 덜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가짐이라는 뜻. 김두현에 대한 충고도 이어졌다. 박지성은 “(김)두현이는 챔피언십에서 경험한 6개월이 정말 소중할 것이다. 자신의 기량만 발휘한다면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잘 적응할 것이다”고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히 챔피언십과 프리미어리그는 수준이 다르다. 이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취미도 중요한 성공 요인” 박지성의 성공 비결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것이 바로 성실함이다. 지난 시즌 부상을 딛고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었던 것도 특유의 끈기와 성실함이 바탕이 됐다. 그러나 박지성 역시 타지에서의 고독함에 몸을 떨었던 시간이 있었을 터. 잘 알려진 대로 박지성은 ‘게임’으로 외로움을 달랬다. 박지성은 “유럽에서 성공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력이다”고 전제한 뒤 “나는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했지만 이것은 나의 경우일 뿐이고 개인마다 취향이 다르므로 자신에 맞는 취미를 고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박지성은 ‘만약 히딩크 감독이 첼시 감독으로 부임해서 부른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