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세송진우,또하나의신화‘2000K’

입력 2008-06-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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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6일 오후 7시6분-. 대전구장 외야에서 일제히 폭죽이 터져 올라갔다. 기념비적인 대기록이 한국프로야구 27년사에 아로새겨졌기 때문이다. 이날로 만 42세 3개월 20일을 맞은 한화 투수 송진우가 우리 히어로즈 송지만을 상대로 전인미답의 개인통산 2000탈삼진을 달성한 것이다. 1989년 프로 데뷔 후 20년째, 640경기, 2925.2이닝 만에 ‘살아있는 전설’은 9000여 홈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처럼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0-0의 살얼음판 같은 승부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침착히 한타자, 한타자를 요리해가며 정확히 3개의 탈삼진을 추가해 대망의 2000K를 꽂았다.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개인통산 2000K까지 꼬박 20년을 달려오는 동안 송진우의 여정이 그리 순탄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붙박이 선발로만 활약했더라면, 또 88서울올림픽 때문에 1년간 아마추어에서 활약하느라(당시에는 프로 선수의 올림픽 출전이 제한돼 있었다) 늦어졌던 프로 데뷔가 앞당겨졌더라면, 불가항력적인 부상의 질곡이 좀만 덜했더라면 그가 도달할 수 있었던 미지의 신세계도 훨씬 넓어졌을 것이다. 물론 120년 역사의 미국 메이저리그와 70년 역사의 일본프로야구와 단순비교할 수는 없다. 개인통산 탈삼진만 해도 메이저리그는 놀란 라이언의 5714개, 일본은 가네다 마사이치의 4490개로 한참 앞서있다. 그러나 아직 그들에 비하면 걸음마를 막 뗀 아이같은 존재인 한국프로야구의 현실과 병역을 마쳐야만 야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고려하면 송진우의 기록들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최고령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거듭 경신되고 있는 선발승(2008년 5월 25일 대전 삼성전·42세 3개월 9일), 완투·완봉승(2005년 9월 8일 문학 SK전·39세 6개월 23일), 세이브(2007년 5월 31일 사직 롯데전·41세 3개월 15일)은 말할 필요도 없다. 개인통산 최다 탈삼진과 최다승(206), 최다투구이닝(2925.2)은 어쩌면 불멸의 대기록으로 남을 수도 있다. 20년간 매년 평균 10승과 100탈삼진, 150이닝을 꼬박꼬박 채워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탈삼진만 예를 들어도 송진우의 뒤를 잇고 있는 선수들로는 은퇴한 이강철(현 KIA 코치·1749개)과 선동열(현 삼성 감독·1698개)이 각각 2, 3위다. 현역선수로는 송진우보다 여섯살 아래인 팀 후배 정민철이 1611개로 4위에 올라있을 뿐.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고 하지만 요즘으로 치면 적지 않은 23세의 나이에 데뷔해 20년간을 한결같이 달려온 송진우와 같은 선수는 좀처럼 나오기 힘들다는 게 국내 야구인들의 일반적인 평이다. 이제 송진우는 3000이닝 투구를 당면과제로 삼아 더욱 철저한 몸관리와 모범적인 선수생활 지속을 다짐하고 있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마운드에 서고 싶다는 송진우다. ‘살아있는 전설’은 어쩌면 ‘영원한 투수’를 꿈꾸는 지도 모른다. 대전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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