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만,개그에서드라마·시트콤까지“제연기안봤으면말을마세요”

입력 2008-06-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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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지한 거 본 적 있어요?” “아뇨.” “안 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오늘 이 시간에는 8년 동안 몸 개그로 웃음을 선사하고 계신 폭소의 달인, ‘진지’ 김병만 선생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개그맨 김병만(33)은 요즘 하루 3시간도 잠을 못 잔다. 그것도 대부분 집이 아닌 소속사 사무실에서 아이디어 회의를 하다가 드는 쪽잠이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 ‘달인’으로 인기를 모으면서 OBS 경인TV 시트콤 ‘오포졸’, MBC 드라마 ‘대한민국 변호사들’, 케이블TV 채널 ETN ‘투캅스’까지 영역을 넓혔다. 몸이 세 개라도 모자를 지경이다. 밀려오는 광고 출연 요청을 시간이 없어서 정중하게 거절했다.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어 행복하겠다”고 말을 건넸더니, 그는 “최초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고 말을 고쳐 잡았다. 김병만은 정극 연기가 꿈이었으나 키가 작아서 이루질 못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개그계의 작은 거인’이다. 김병만은 차분히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했다. - 개그의 달인이 된 소감이 어떤가. “부담감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린다. 몸은 피곤한데 잠이 안 온다. 더 찾고, 더 많이 보기 때문에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잠이 안온다. 결국 스케줄을 위해 이동하는 차에서 잔다. 작은 키가 이럴 때 좋다. 승합차에서 가로로 누워서 잘 수도 있다.(하하)” - 원래 꿈이 연기자였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지금 꿈을 이룬 건가. “개그맨 보다는 희극배우가 꿈이다. ‘달인’도 개그보다 연기가 강조되는 코미디이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 감초로 등장하는 희극배우가 되고 싶다.” - 오랜 세월 힘든 과정을 겪어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 “KBS가 내려다 보이는 옥탑 방에 살며 ‘저 방송사 꼭 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옥상에 소주병만 쌓여가고 쉽지 않았다. 펑펑 울며 한 때 죽을 생각도 했었다. 그러다가 ‘죽을 정신에 무엇인들 못하겠냐’는 생각에 다시 한번 마음을 잡았다. 그 때 배우 최종원이 쓴 ‘형 이건 연극이 아닐지도 몰라’라는 책을 읽었다. 21년 무명시절을 지낸 최종원 선배와 비교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더라. 죽고 싶다는 생각조차 부끄러웠다. 그 책이 날 살린 셈이다.” - 그럼 가장 행복했을 때는 언제였나. “2002년 공채 개그맨 시험 붙었을 때. 떨어진 줄 알고 찜질방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있을 때 합격 전화가 왔다. 아무 말도 안나오고 눈물만 주르륵 흘렀다.” - ‘개그콘서트’의 꽃이라는 ‘봉숭아학당’에 선생으로 서고 싶지 않았나. “이번에 선생님이 된 이수근에 대한 부러움은 없다. 연기자도 그렇듯 개그맨은 각자의 주특기가 있다. 개그를 받쳐주는 사람이 있고 그 걸 잘 받아서 웃기는 사람이 있다. 수근이와 나는 그렇게 다르다. 나는 수근이한테 개그를 가르치고, 수근이는 나에게 화술을 지도한다.” - 개그의 소재는 어디서 찾나. “드라마도 생활이다. 내 개그는 생활에서 나온다. 뉴스, 영화 등 눈에 보이는 것이 다 소재다. 그렇다보니 슬픈 드라마도 진지하게 못 본다.” - 김병만이 생각하는 개그는 무엇일까. “눈으로 이야기하는 것. 사람의 눈은 정확하다. 눈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은 없다. 드라마를 보라. 주인공이 중요한 대사를 할 때 눈을 깜빡이면 집중이 안 된다. 개그 역시 드라마보다 조금 더 과장되게 눈으로 표현해야 하고 말하는 것 뿐이다.” - 요즘 최대 관심거리는 무엇인가. “재테크의 달인이 되고 싶다. 예전에는 통장에 들어오는 적은 돈이라도 쓰기 바빴다. 하지만 이제는 목표가 생겼다. 미래에 대한 목표. 고향에 있는 식구들 돕는 재미도 솔솔하다. 수입이 늘어서 부모님, 동생, 누나를 다 도와줬다. 돈 모으는 재미가 남다르다.” - 방송에서 달인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안 되겠다 싶은 것 있을까. “노래를 정말 못한다. 박자도 못 맞추고.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노래하고 춤을 추라고 하면 정말 못하겠다. 아마도 ‘개그콘서트’에서 16년 간 노래를 전혀 부르지 않은 ‘보컬’ 김병만 선생은 볼 수 없을 것 같다. (하하)” - 한꺼번에 여러 장르에 발을 들여놓았다. 어떤가. “개그와 달리 시트콤, 드라마에서는 순발력이 떨어진다.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오버하는 것도 쑥스럽고…. 연기는 그래도 마음먹으면 되는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아직 잘 안된다. ‘내가 이 말을 했을 때 창피당하면 어떻게 하나’ 고민도 되고 그 고민을 하다가 정작 말할 타이밍을 놓치고…. 결국 모든 분야의 ‘달인’이 돼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다.” - 그럼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 김병만은 어떤가. “외로움을 많이 탄다. 14년째 혼자 살고 있다. 텅 빈 집에 가면 공허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혼자서 라면 먹다가 괜히 울고 그런다.” - 노총각인데 결혼은 언제 할 생각인가. “하루 빨리 결혼하고 싶다. 이상형은 키가 큰 여자다. 내가 작아서 그런지 품에 안기는 걸 좋아한다. 귀여운 여자보다 큰 누나, 엄마 같은 포근한 여자가 좋다. 잠을 한 시간 밖에 못자더라도 영화를 같이 보러 갈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달인 김병만 선생은요… 안녕하세요. 8년 동안 ‘개그콘서트’에서 여러분들에게 즐거움을 드린 웃음의 달인 ‘폭소’ 김병만 선생입니다. 2002년 KBS 공개 개그맨을 데뷔해서, 이제 제가 코미디를 한 지도 벌써 8년이 되었네요. 지금의 자리에 올라서기까지 안 해 본 일이 없답니다. 막노동, 신문배달, 고철 줍기 등. 이런 바탕으로 지금의 ‘달인’이 나오게 된 겁니다. 개그맨의 끼가 없어서 시험 볼 때마다 떨어져서 좌절도 많았지만 지금은 ‘개그맨’이라는 것만으로 행복합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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