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의야구속야구]보이지않는‘마운드뒤주전경쟁’

입력 2008-06-18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어느 대중가요의 가사를 보면 ‘사랑은 아무나 하나’라는 구절이 나온다. 야구도 한 시즌(126게임)을 아무 선수나 소화할 수 없다. 페넌트레이스는 6개월이란 긴 시간과 싸워야 하며 예고없이 찾아드는 부상과도 싸워야 한다. 선수 의지와의 약속이며 전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한 시즌을 치르기 위해서는 능력과 체력, 인내심이 필요한데 어느 한 곳도 부족해서는 안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매일 벌어지는 경기도 중요하지만 1군 엔트리 등록(26명) 속에 살아남는 것도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다. 물론 다년간 1군에 버티고 있는 선수들은 모든 면에서 나름대로의 일가견이 있다. 하지만 신인들은 보이지 않는 미로 끝을 먼저 찾기 위해 동료들과 생존경쟁을 해야 한다. ‘살아남느냐’, ‘먹히느냐’라는 표현은 좀 매끄럽지는 않지만 선수들은 사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프로야구 선수 최저연봉 2000만원이다. 그러나 규약변경으로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개막전부터 종료시점까지 1군 등록일수에 대한 수당이 주어진다. 이럴 경우 신인선수가 사실상 손에 쥘 수 있는 최대금액은 4000만원 안팎이다. 때문에 신인들의 경쟁은 더욱 심하다. 고액연봉 선수야 2000만원이 크지 않겠지만 저연봉 선수는 1군 등록일수에 따라 일희일비할 수 있는 금액차이다. 처음부터 모든 걸 완벽하게 갖춰 시작한 선수가 있는가 하면 밥먹듯이 1, 2군을 반복하다 자리잡아가는 선수가 있다. 어쩌면 처음부터 모든 걸 갖추고 1군에서 시작하는 선수보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선수를 추월하는 것이 더 어려울지 모른다. 그만큼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풀타임을 뛰기 위해서는 모든 면에서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게을리해서는 1군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불과 석 달 전 시범경기 때 펄펄 날던 선수들이 날씨가 더워지면서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여러 가지 문제로 2군으로 강등됐겠지만 선수들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영원한 1군도, 영원한 2군도 없다는 것이다. 스스로가 자신을 다시 한번 뒤돌아보는 자세도 중요하다. 그래야만 자신의 결점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오늘보다 내일을 위해 노력한다’라는 말은 어떤 말보다 무섭다. 오르막이 있으면 분명 내리막도 있다. 낙담하기엔 너무 이르다. 야구에서 ‘수십 번 뜨거운 눈물 뒤에 선수의 생명은 보장받는다’는 말이 있다. ‘시간은 나를 위해 절대 기다려 주지 않으며, 동료 또한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격언도 있다. 지금부터라도 다시 도전하는 마음자세로 두들겨야 한다. 프로야구 27년사에 1군무대에 제대로 한번 서보지 못하고 흘러간 선수가 얼마인가? 그저 그런 2군선수로 만족할 것인지, 1군의 수많은 팬들 앞에서 화려한 꽃을 피울 것인지는 선수 스스로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나를 선택해 줄때까지 기다리기보다 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나를 만들어 나가자. -김시진 스포츠동아 객원기자 -감독 첫해 외풍 때문에 키를 놓았지만 뚝심과 저력은 그대로다외풍을 겪어봤기에 할 말도 있다. 언젠가 다시 키를 잡겠지만 맞바람이 두렵지 않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