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엄살파도있다

입력 2008-06-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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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낙관파와 비관파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낙관파도, 비관파도 아닌(어딘지 사파의 냄새가 나는) 문파도 존재하니 이름하여 ‘엄살파’. 이 엄살파의 특징은 이름 그대로 대국 중 끊임없이 엄살을 부리는 것이다. 입으로 중얼거리는가 하면 자신의 이마를 때리기도 하고, 친구의 팔촌이 보증서다 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얼굴을 하는가 하면 심한 경우 머리칼을 쥐어뜯기도 한다. 입으로 하는 엄살이라면 단연 조훈현 9단이 최고봉에 올라있다. “다 죽었네”, “망했네”, “바보 아냐?” 등등 그의 엄살(반은 일본어다)은 세상이 알아준다. 이 소리 듣기 싫어 대국장에 썰매장용 귀마개를 하고 나타난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 9단 이야기는 유명하다. 요즘엔 송태곤이 조훈현 9단의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다. 송태곤의 엄살 또한 젊은 기사들 사이에선 명성이 자자한데 요즘엔 눈치가 보여 다소 자제하고 있다고 하니 두고 볼 일이다. <실전> 흑1로 붙인 타이밍은 꽤 아쉽다. <해설1> 흑1로 빠지는 수를 서둘러야 했다. 백은 이 수를 받았다간 팻감공장이 차려지므로 눈물을 머금고 2로 이어야 한다. 흑은 물론 기분 좋게 5로 백 한 점을 잡는다. 이렇게 됐다면 백은 도처가 엷어 견디기 어려운 바둑이 된다. <실전> 흑7도 안타깝다. <해설2> 흑1이 어땠을까? 물론 백은 2로 우변의 흑을 잡자고 할 것이다. 이 수상전은 백이 빠르다. 이걸 알고 백홍석도 실전 7로 지켰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자. 백이 흑을 잡은 가치는 30집이 조금 안 된다. 하지만 흑1로 젖힌 좌상귀가 크고, 중앙에 흑이 철벽을 쌓을 수 있다. 흑11로 들어가면 백△ 한 점은 90% 시체다. 이 편이 실전보다 훨씬 남는 장사였던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7단 1974y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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