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Black&White]국가대표나가실분지원하라구요?

입력 2008-06-20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우여곡절 끝에 세계 마인드스포츠 게임즈에 한국대표로 출전할 선수 21명이 확정되었다고 합니다. 덕분에 그간 마음고생으로 주름살이 깊이 패였던 한국기원으로선 한숨이 놓이게 됐습니다. 올해 처음 열리는 이 대회는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뒤 10월 3일부터 17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세계 마인드스포츠 대회입니다. 체스, 브리지, 체커, 중국 장기 등 5개 보드게임에 총 35개의 금메달이 걸린 ‘두뇌 스포츠 올림픽’으로 참가국만 100여 개국, 약 2000명의 선수들이 출전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세계 ‘최고(最古)+최고(最高)’의 마인드스포츠임을 자부하는 바둑으로선 전 세계를 상대로 바둑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에 틀림없지요. 주최측으로부터 대표선수 명단을 제출해달라는 통보를 받은 한국기원은 프로기사들을 대상으로 참가자를 모집했습니다. 나가고 싶은 사람들 명단을 접수받아 심사를 거친 뒤 적절한 선수들을 선발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를 파견하는 일에 ‘자원자’를 모집한 것부터가 좀 이상한 일이었지만, 어쨌든 ‘국위선양’과 ‘개인선양’을 원하는 36명의 기사들이 지원을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좋았는데, 문제는 며칠 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져 온 것입니다. 한국은 지원자를 모집하고 있는데, 중국과 일본에서는 랭킹1위 구리 9단을 비롯해, 창하오, 콩지에, 루이나이웨이, ‘기성’ 타이틀 보유자 야마시카 게이고, 본인방 다카오 신지 등 그야말로 총천연색 강자들이 나온다는 게 아니겠습니까. 한국기원 허동수 이사장으로부터 “최강전력으로 다시 선수단을 구성해 최대한 많은 메달을 획득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라”는 엄명이 떨어지자 한국기원은 부랴부랴 참가지원을 했던 프로기사들에게 ‘사과문’을 발송하는 한편 랭킹 13위까지의 상위 랭커들에게 대회에 출전해줄 것을 요청하기에 이르렀지요. 그런데 산 넘어 산이라더니, 갑작스레 제안을 받은 랭킹1·2위 이세돌 9단과 이창호 9단이 프로기전 일정을 이유로 출전을 고사해 온 것입니다. 설득과 호소 끝에 20일 이세돌 9단의 참가가 결정되었고, 그 동안 망설이고 있던 11위 최철한 9단도 출전의사를 표명했습니다. 결국 이번 대회에는 이창호 9단을 제외한 상위 랭커들과 별도 선발전을 통해 뽑을 아마추어 기사 등 총 25명(남자 16명, 여자 9명)의 선수단이 출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본래 6월 20일이 엔트리 마감시한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참으로 아슬아슬하고도 다행스러운(?) 선수단 구성이 아닐 수 없군요. 현재 주최 측은 마감시한을 7월 11일로 연기했습니다. 선수단을 꾸리기까지 과정은 삐걱거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눅부터 들 일은 아닐 겁니다. 세계 바둑최강국의 ‘괴력’을 다시 한 번 만방에 재확인시키고, 한국바둑의 ‘걸출함’을 알릴 이번 기회를 200%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랑스러운 한국 바둑대표선수단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