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시나리오읽고애라씨눈물…‘크로싱’출연결심했죠”

입력 2008-06-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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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대중 연예인이다. 대중이 날 고용했다. 대중은 곧 사장이다.” 차인표는 자신을 ‘대중연예인’이라고 규정했다. 그동안 사람들이 그를 ‘바른 생활 사나이’라고 조건지은 데 대한 물음에 한참을 머뭇거린 뒤 입을 뗐다. “대중이 내게 그런 모습을 보고 싶다고 요구하면 난 가식이나 위선을 떨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로 뭘 누리려고 하거나 붙잡으려 하는 순간 난 존재하지 않는다.” 차인표는 대중에게 비친 자신의 이미지란 실상 “대중이 원한다면 언제든 내게서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고 말한다. 그리고 “두렵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저 “어떤 일을 어떤 가치로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그는 “담대하게” 생각할 뿐이다. 하지만 배우로서는 “선택의 폭이 좁아”진 것 만큼은 분명하다. 반듯한 이미지 덕분에(?) “극중 살인범이나 유괴범 등의 역할을 내게 주려 하지 않는다”는 아쉬움을 털어놓을 수 밖에 없다. 어쨌든 차인표는 지금 좋든 싫든 ‘바른 생활 사나이’라는 이미지로서 각인됐다. 아이 공개 입양과 컴패션 봉사활동 등을 통해 차인표는 순수한 세상살이의 한 단면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세 아이의 아버지인 그가 그런 세상살이 속에서 ‘아버지의 마음으로 만난 영화’가 있다. 차인표는 26일 개봉하는 주연 영화 ‘크로싱’(감독 김태균·제작 캠프B) 촬영을 위해 지난 해 4월 중국과 몽골 등을 돌며 스태프와 함께 촬영장소 헌팅 작업을 벌인 일을 떠올렸다. “모든 아버지의 마음은 같다. 아들을 위해 굶을 수 있는 사람이다.” 가족을 위해 탈북의 길을 선택한 아버지와 그를 찾아나선 11살 아들의 비극적인 고통을 그린 영화에 출연하기까지 차인표는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 스태프와 함께 헌팅에도 참여했다. “처음에는 막막했다. 어떻게 영화 ‘크로싱’에 접근하고 그들의 심정을 어떻게 이해할까 하고. 그들의 루트를 따라가보자고 생각했다. 먼저 느껴보고 싶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마음으로 영화를 만나게 됐다.” - 함경도 사투리가 제법이다. “스태프 중 탈북하신 분들이 몇 분 있다. 그 중 사투리 선생님이 계셨다. 어느날 나 때문에 잠이 안온다고 하더라. 사투리를 틀리게 할까봐 그랬단다. 정말 헌신적인 분이었다. 선생이 잠을 못자는데 학생인 내가 어떻게 잠을 자나 했다. 최선을 다했다.” - 처음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땐 거절하지 않았나. “만들어져야 할 중요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가 투자를 할지, 또 내가 출연한다고 해도, 나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문제인데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균 감독이 2개월 동안 날 기다려줬다. 그러는 사이 탈북자 문제에 관한 각종 자료를 훑었다. 다른 배우가 하는 것을 관객으로 본다면 슬퍼했을 것 같다.” 차인표는 극중 아들의 나이와 같은 11 살배기 아들과 그 친구에게 영화를 보여주었다. 아내 신애라에게 아이들은 영화 상영 내내 묻고 또 물었다. “옛날 얘기야?” 영화에 관해, 탈북자들의 아픔에 관해 사전에 설명을 해주었는데도 아이들은 영화 속 이야기를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른들이 외면하는 걸 아이들도 그래도 되물림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래서 “출연하길 잘했다”고 말했다. 아내도 영화를 본 뒤 “좋은 영화에 역할을 충분히 해줘 고맙다. 사랑한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 부인이 출연을 권유하기도 했다는데. “시나리오를 읽고 침대 베개가 다 젖을 정도로 울었더라. 감동과 메시지가 읽혀지지 않느냐며 날 채근했다.” 차인표는 그런 아내 신애라와 함께 이미 두 아이를 공개 입양했다. 그는 “새로운 생명을 입양하는 건 여기까지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8개월 된 막내를 보는 둘째의 질투가 심하다”며 웃는 차인표의 눈가에는 ‘크로싱’ 속 처절한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한 아버지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는 듯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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