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의야구속야구]‘장마철불청객’ 컨디션난조넘어라 

입력 2008-06-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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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특히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선수들은 체력 관리와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는다. 선수들에게 찾아오는 고비 중 하나가 바로 이 시기다. 연신 내리는 비 때문에 연달아 우천 취소가 될 수 있고, 경기를 시작하더라도 비로 인해 흐름이 끊기는 때도 있다. 매일같이 벌어지는 경기에서 어쩌다 한번 쉴 수 있는 휴일이 온다면 반갑지만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선수들에겐 불청객이 따로 없다. 아침나절까지 쏟아지는 비로 인해 선수들은 경기 진행이 어렵다고 스스로 판단할 때가 있다. 그러나 갑자기 해가 뜨고 경기를 진행하게 되는 상황이 오면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경기를 하는 자체는 큰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선수들의 집중력에서는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얘기다. ‘외상은 소도 잡아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추후에 경기 일정이 빡빡해질 수도 있지만 당장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편안한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업선수이면서도 경기에 대한 스트레스는 피해 갈 수 없다. 성적만으로도 모자라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는다면 선수들은 죽을 맛이다. 비가 올 때는 훈련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임시방편으로 할 수밖에 없다. 선발투수는 5일 로테이션으로 등판하던 일정이 하루 이틀 늦춰질 때도 있는데 컨디션 조절이 매우 힘들다. 습관적으로 몸에 배어있던 것이 조금 늦어지거나 빨라지게 되면 그때 오는 육체적인 반응이 정확히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반응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매 경기 좋은 피칭을 보여주던 선수가 우천으로 선발이 연기되면서 페이스가 무너지는 사례를 간혹 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컨디션의 문제지만 체력 또한 만만치 않은 문제다. 장마철의 높은 습도로 인해 체력은 배로 고갈되고 탈수현상이 일어나 입맛도 떨어진다. 밥을 먹어도 돌을 씹는 기분이다. 이럴 때일수록 충분한 영양섭취와 충분한 휴식이 중요하다. 구단에서도 날씨가 무더워질수록 선수들에게 신경을 쓰느라 더 분주해진다. 보양식을 준비한다든지, 물 대신 십전대보탕을 준비하는 등 선수들의 지친 체력을 보충시키기 위해 더 바삐 움직인다. 선수들 또한 마찬가지다. 선수들 가방을 들여다보면 흔히 이야기하는 보약들이 보인다. 스스로 알아서 챙기기까지 한다. 선수 스스로도 체력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고 있다는 것이다. 스포츠동아 객원기자 감독 첫해 외풍 때문에 키를 놓았지만 뚝심과 저력은 그대로다외풍을 겪어봤기에 할 말도 있다. 언젠가 다시 키를 잡겠지만 맞바람이 두렵지 않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이 있다. 보약이라도 나이든 선수들은 대개 팩에 들어있는 순수 우리 것을 즐기는 반면, 젊은 선수들은 대부분 플라스틱 병에 들어있는 비타민이나 칼슘 종류를 즐긴다. 먹는 약도 신세대와 구세대로 나눠지는 모양이다. 이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웃었던 적도 있다. 그렇지만 모든 스포츠 게임은 신·구 세대가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니 그것이 한약이든 양약이든 어떠랴. 체력도 완벽하게 컨디션도 철저하게! 변덕스러운 장마시기에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갖춰진다면 아무리 큰 고비가 오더라도 슬기롭게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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