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비하인드스토리] No메달안겨준‘불의의일격’,‘회심의일격’통한금빛

입력 2008-06-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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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시드니올림픽, 그레코로만형 대표팀은 역대 최강이었다. 54kg급에서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심권호가 버티고 있었고, 58kg급에서는 1998·1999년 세계선수권을 2연패한 김인섭이 건재했다. 69kg급에서는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과 1999년 세계선수건을 석권한 손상필이 있었다. 유영태 대표팀 총감독은 당시 그레코로만형 코치. 유 감독은 “심권호가 금메달을, 김인섭이 부상투혼에도 불구하고 은메달을 땄지만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손상필은 작전지시를 어겨 어이없이 무너진 경우. 손상필의 8강전 상대는 애틀랜타올림픽 74kg급 금메달리스트 필리베르토 아즈퀴 아귀렐라(쿠바)였다. 아귀렐라는 쿠바가 74kg급에서 올림픽쿼터 획득에 실패하면서 체중을 5kg이나 줄여 시드니올림픽에 나섰다. 유 감독은 “아귀렐라가 되치기 기술이 뛰어나니까 공격하는 척만 하면서 밀어붙여 패시브를 얻어낸 뒤점수를 따라”고 주문했다. 힘이 좋은 손상필은 작전대로 아귀렐라를 밀어붙였다. 마침내 심판이 패시브를 선언하기위해 팔 동작을 취하려던 찰나, ‘일’이 터지고 말았다. 손상필이 아귀렐라에게 기술을 걸려다가 되치기를 당해 순식간에 바닥에 떨어졌다. 5점을 잃은 손상필은 결국 2-9로 패했다. “너 왜 그랬냐?” 유 감독이 물었다. “(상대의) 벌어진 팔 틈이 보여서요.” 함정이었다. 손상필은 고개를 숙였다. 반면, 심권호의 경기에서는 유 감독의 작전이 척척 맞아떨어졌다. 결승전 상대는 1999년 세계선수권 우승자 리바스(쿠바). 심권호의 작전 역시 힘겨루기 뒤 패시브를 얻어 승부를 거는 것이었다. 심권호는 1라운드 1분7초께 먼저 패시브를 얻었다. 리바스의 중심을 무너뜨리며 옆 굴리기로 2점을 딴 심권호는 리바스를 계속 돌리며 단 한번의 기회에서 8점을 땄다. 이후 수비에 치중한 심권호가 패시브를 내줬지만 이번에는 반칙수비가 빛났다. 심판이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상대의 손가락을 잡아챈 심권호는 리바스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경기가 끝난 후 유 감독이 웃으며 심권호에게 물었다. “야, 손가락 잡으면 반칙 아니냐?”, “코치님이 시켰잖아요.” 다시 한번 박장대소. 유 감독은 “금메달은 하늘이 내린다”고 했다. 기술 레슬링의 대명사였던 손상필은 무언가에 홀린 듯 결승문턱에도 올라가지 못했고, 심권호는 까다로운 상대에게 완승을 거뒀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태릉레슬링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문구다. 최규정 KISS 수석연구원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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