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하룻강아지와범‘기막힌동거’

입력 2008-07-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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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이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남편하고 산책길에 나섰다가 벤치에 앉아서 잠시 쉬고 있을 때였습니다. 강아지 한마리가 우리 곁에 오더니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게 아닙니까? 사람을 따르는 것을 보니 애완견인가 싶어서 “너 집 나왔나? 늦었는데 어서 집에 가라∼” 하고는 공원을 또 몇 바퀴 돌고 그 의자에 앉게 됐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기다렸는지, 아까 그 강아지가 또 다시 우리 곁에 와서는 꼬리를 살랑살랑 쳤습니다. 자세히 보니 집 나온 지 좀 됐는지 좀 꼬질꼬질해 보였습니다. 남편은 강아지를 무척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강아지가 우리 집에 오면 힘이 없고 남편만 보면 기가 죽어서 짖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개를 못 키우고 있었습니다. 동네 아줌마들이 그러는데, 집안에 범띠가 있으면 개가 안 된다하네요. 참고로 남편이 범띠입니다. 아무튼 우리 부부가 집에 가려고 하니까, 그 강아지가 자꾸만 따라오는 거였습니다. 아무리 쫒아도 안 가고 졸졸졸 따라오는데… 이 녀석이 배가 고픈지 기운도 없어보였습니다.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너무 불쌍했습니다. 남편은 제가 강아지를 싫어하는걸 알면서도 “누가 키우다가 버린 거 같다. 데려가서 우리가 밥이라도 먹이자”고 했습니다. 그 강아지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는데, 아무리 제가 강아지를 싫어해도 그것마저 싫다고는 못 했습니다. 남편은 그 강아지를 집에 데려와서 밥을 먹이고, 목욕을 시켜줬습니다. 그러다 목욕탕에 있던 남편이 저를 막 불렀습니다. “여보! 이 강아지! 어미 개야! 임신했나봐. 배를 만져보니까, 꿈틀거리는 게 있고, 젖도 나오려고 해. 어휴 그래서 그렇게 힘들어 보였구나.” 다음 날, 동물병원에 가서 진찰을 해보니 임신한 게 확실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개집도 하나 사고 예방접종까지 해서 자기 집에 넣어줬습니다. 그 강아지가 우리를 보고 눈을 깜빡깜빡 거리면서 꼬리를 살랑살랑 치는게 마치 고맙다는 표시인 것 같았습니다. 역시 사람이나 짐승이나 여자는 강합니다. 자기 새끼를 지키려고, 버려진 이후에도 공원 벤치에서 누군가 자기를 데려갈 사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강아지의 이름을 초롱이라고 지었습니다. 그날 저녁 초롱이가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르고 한 자리에서 계속 빙빙 돌기에 왜 그러나 했는데, 그게 바로 진통이 시작된 거였습니다. 그날 밤 초롱이는 너무너무 힘들게 한 마리 한 마리 새끼를 낳았고 자기 입으로 탯줄을 자르더니, 새끼를 덮고 있는 얇은 막을 전부 자기 입으로 핥는 거였습니다. 생전 처음 강아지가 새끼를 낳는 걸 보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그렇게 새끼를 네 마리나 낳은 우리 초롱이는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고, 너무너무 힘들어 보였습니다. 다음날 아침, 쇠고기를 갈아서 미역국을 끓이고 초롱이에게 가져갔는데, 아무래도 우리 초롱이가 너무 기운이 없고 아파보였습니다. 덜컥 겁이 난 저는 미친 듯이 초롱이를 안고 동물병원으로 달렸습니다. 하지만 초롱이는 그날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아이를 너무 힘들게 낳았고, 하혈이 너무 심한 게 이유였다고 합니다. 초롱이가 우리 집에 살았던 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초롱이는 우리 부부와 아이들에게 큰 선물까지 주고 갔습니다. 바로 초롱이가 낳은 새끼들입니다. 저희 가족은 초롱이를 좋은 곳에 묻어주었고, 지금은 초롱이의 새끼들을 정성으로 키우고 있답니다. “초롱아! 너도 잘 있는 거지? 걱정하지 마. 네가 남기고 간 귀여운 아이들은 우리 가족이 꼭 잘 키워줄게. 걱정하지마! 초롱아∼” 경남 김해|장현숙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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