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그래도울남편믿어야겠죠?

입력 2008-06-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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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결혼한 지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장동건처럼 잘생긴 꽃미남도 아니고, 돈을 왕창 벌어다줘서 저를 부잣집 마나님으로 만들어준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다른 건 몰라도 제가 자부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다른 곳으로 샐 줄 모르고, 오로지 직장과 집밖에 모르는 정말 가정적인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세상 모든 남자들이 다 딴 짓해도, 저희 남편만큼은 절대 그러지 않을 거라고 저는 굳게 믿습니다. 회사하고 집! 집하고 마누라! 이거 밖에 모르는 남자입니다. 그런데 그 믿음에 살짝 금이 갈 뻔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날은 결혼한 제 여동생이 저희 집에 놀러와 하룻밤 자고 가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동생과 정신없이 수다를 떨다보니 벌써 남편 퇴근시간이 다 됐습니다. 이 남자가 집으로 오지 않고 전화로 “저기 난데∼ 오늘 고등학교 친구들이 오랜만에 같이 좀 보자고 그러네. 지금 회사 쪽으로 오고 있다고 하는데, 만나고 들어갈까?” 물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친구들 전화를 받아도 바로 집에 올 사람인데, 그 날은 여동생이 집에 있는 게 남편도 불편했던 모양이었습니다. 저는 크게 선심 쓰듯 “그래. 그럼 오늘은 특별히 실컷 놀다와. 술은 너무 많이 먹지 말고. 알았지?”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새벽! 남편은 두 시가 넘어 들어왔습니다. 술을 꽤 마셨는지, 술 냄새가 확 풍겼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이었습니다. 그 날만큼은 제가 한 말이 있어서 아무 말 없이 남편을 침대에 눕혀줬습니다. 다시 동생과 새벽 세 시까지 별별 얘기를 다 하며 수다를 떨고 있는데, 갑자기 “띠리링∼” 문자 메시지 수신음이 들렸습니다. 저는 “응? 이 시간에 웬 문자야?” 하고 방으로 들어가 남편 머리맡에 있던 휴대전화를 들고 나왔습니다. 문자를 보는 순간, 저는 완전히 몸이 얼어버렸습니다. 문자에 “잘 들어갔어? 뭐 실수한 거 없고?” 이렇게 와 있는 겁니다. 저는 “뭐? 실수한 거 없냐고? 이거 좀 이상하지 않니? 실수 한 거라니 그게 뭐야?” 하면서 동생에게 문자를 보여줬습니다. 동생도 이상하다면서 누군지 알아보자고 했습니다. 저는 당장 남편을 깨워서 물어보고 싶었지만, 동생은 상대가 누군지 알아볼 수 있게 유도문자를 보내보자고 했습니다. 고심 끝에 “미치겠다. 나 걸렸다 어떡하지?” 하고 문자를 보내고 콩닥콩닥 답장을 기다렸습니다. “정말이야?” 하고 답문이 왔습니다. 그래서 “나 어떡하면 좋냐?”하고 다시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럼 앞으로 몸 사리고 조심해야지!” 이렇게 답이 또 왔습니다. “엥? 이건 또 무슨 소리?” 동생과 이마를 맞대고 또 다시 고심 하다가 “이게 다 너 때문이야!” 하고 보냈더니 답문이 오길 “이제 와서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 내가 너한테 몇 번이나 물어봤고, 네가 오케이 해서 간 거잖아” 라고 찍혔습니다. 제 동생과 저는 이건 분명 냄새가 난다 싶어서 결정적인 단서를 잡기 위해 또 다른 유도문자를 보냈습니다. “저기, 갑자기 생각이 안 나서 그러는데, 우리가 아까 간 곳, 거기 상호명이 뭐더라?” 했습니다. 이제 저쪽에서 상호명만 알려주면 모든 게 게임 끝이었죠. 드디어 문자가 왔는데, “상호명? 거기 너네 회사 근처라 너가 데려간 거잖아” 이렇게 답이 왔습니다. 전 속으로 ‘아 정말 미치겠다. 빨리 상호명을 알아야 하는데…’ 생각하며 손을 달달달 떨고 있었습니다. 그 때! 남편이 화장실 가려고 방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왜 그래? 둘이서 뭐 하는 거야?” 하고 물었습니다. 저는 잠시 당황 하다가 남편에게 달려들었습니다. “당신! 친구들하고 어디 갔다 왔어?” 했더니 순진무구 표정으로 “어디 갔냐고? 친구들하고 당구장하고 노래방 갔는데, 왜?” 물었습니다. 저는 “아하 그러셔? 당구장하고 노래방 가는데 몇 번이나 물어보고 오케이하고 그렇게 가냐?” 하면서 문자를 보여줬더니 남편이 “내가 12시 넘었는데도 집에 안 가니까 계속 물어보고 갔다는 소리야. 그게 뭐?” 이랬습니다.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말을 하는데,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어 더 이상 물어보질 못 했습니다. 지금 친구들에게 물어봐야 말을 다 맞춰놓았을 텐데, 저는 어쩔 수 없이 그 사건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속은 여전히 답답합니다. 우리 남편 믿어야겠죠? 서울 강남 | 최여정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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