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차리는사람들]영화경력13년‘특수분장달인’김현경실장

입력 2008-07-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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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만들고내가화들짝…꺟무서워야보람차죠”
#1 액션영화 -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용감히 싸우다 총탄을 맞고 부상당한 주인공이 피 한방울 안 난다면? #2 공포영화 - 꿈에 볼까 무서운 처녀귀신. 그런데 혈색이 너무 좋다. #3 스릴러 - 끔찍한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범인의 아지트를 발견한다. 하지만 참혹한 시체를 마네킹이 대신한다면? 《이제 특수분장은 호러, 스릴러 등 몇몇 장르 영화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멜로부터 사극까지 거의 모든 영화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가 됐다. 단 한 장면을 위해 몇 시간씩 가짜 피를 만들고 가짜 시체와 씨름하는 특수분장사. 길게는 5시간이 넘게 한 배우를 분장해야하기 때문에 체력은 물론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유머감각까지 필요하다. 국내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 각 영상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특수 분장사는 약 100여명. 할리우드 전문 스태프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실력도 빼어나고 아이디어도 넘친다. 하지만 능력에 비해 대우는 여전히 충분치 않다.》 영화 경력만 13년인 특수분장 전문가 김현경 실장. 춥고 덥고 힘든 촬영장이지만 열정 하나로 수많은 작품의 특수분장을 맡아 땀을 흘렸다. 카메라 뒤에만 있는 스태프이기에 당연히 대중은 그녀를 잘 모른다. 하지만 ‘세이 예스’, ‘4인용 식탁’, ‘맨발의 기봉이’, ‘마음이’, ‘이브의 유혹’에 다양한 뮤직비디오와 CF까지 그녀의 손길이 간 작품은 무척 다양하다. 김현경 실장은 이번 여름 유일한 한국 공포영화 ‘고사:피의 중간고사’ 촬영장을 지켰다. 김현경 실장은 이번 영화에서 총 7명의 특수분장팀을 이끌었다. 끔찍한 최후를 맞는 배우만 10명이 넘고 대부분 출연진이 특수효과가 필요한 공포영화 특성상 특수분장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부분 출연진이 5시간 이상, 길게는 10시간까지 특수분장을 받아야만 하는 강행군. 김현경 실장도 3일 밤낮을 매달려 시체작업을 하기도 했다. 김현경 실장을 비롯한 팀원들은 배우들이 편안하게 분장을 받을 수 있게 작업하는 내내 다정하게 말도 걸고 재미있게 농담도 건다. 배우가 분장을 받을 때는 손발을 못 쓰는 경우도 많아 물과 밥을 먹여주는 등 수발도 들어야 한다. 보람도 크지만 어려움이 많은 직업. 김현경 실장은 “대우를 못 받는 점은 솔직히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김현경 실장은 완벽한 특수분장을 위해 수입의 상당 부분을 고가의 재료를 구입하는 데 쓰고 있었다. “대부분 특수분장 재료는 수입품입니다. 굉장히 고가이지만 더 리얼하게 표현하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인건비보다 재료비가 훨씬 높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수입을 생각하면 그렇게 비싼 재료를 절대 쓸 수 없습니다.” 특수분장사들은 영화를 한 편 맡게 되면 먼저 작업실에 틀어박혀 더미(사람형상 가짜 시체)부터 온갖 소품을 한달 넘게 만든다. 가짜라지만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피가 범벅이 된 시체가 나뒹구는 작업실에서 일하지만 조금도 무섭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막상 공포영화는 무서워서 절대 보지 않는다. “참 신기해요. 작업할 때는 전혀 무섭지 않은데 영화로 보면 너무 무서워요” 영화 ‘고사:피의 중간고사’는 단 하루 동안 학교에서 일어나는 공포를 그린 작품. 납치된 친구를 구하기 위해 범인이 낸 문제를 모두 맞춰야 하는 내용을 담았다. 영화에서는 단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이지만 실제 촬영은 두 달 넘게 진행됐다. 영화에서 배우에게 살짝 튄 핏방울도 조금의 크기나 위치의 변화 없이 두 달 동안 똑같이 분장을 해야 한다. 그럼 상처분장의 똑같은 위치는 어떻게 맞출까? “사진을 찍기도 하지만 오래하다 보니 전적으로 기억에 의존합니다. 사진보다 더 정확하니까요. 친구 전화번호는 잊어버려도 배우 얼굴 연결은 절대 안 잊어버려요” 공포영화를 많이 촬영하다 보니 에피소드도 많다. 특히 ‘고사:피의 중간고사’가 촬영되고 있는 폐교는 산쪽에 공동묘지가 있고 화장실도 외진 곳에 있다. 김현경 실장은 얼마 전 촬영장에서 지신이 직접 한 귀신 분장 보조출연자를 화장실 앞에서 보고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거의 대부분 영화에 특수분장이 필요하지만 분장사에게 공포영화는 좀 더 특별하다. 김현경 실장은 “제가 분장한 장면을 보고 관객들이 정말 무서워할 때 제가 봐도 섬뜩할 때 느껴지는 성취감 그리고 영화라는 세계가 주는 매력 때문에 삽니다”며 웃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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