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대표팀전력분석(I)

입력 2008-07-15 15:31: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올림픽 국가대표 포지션 별 분석] - 투수 98 방콕 아시안게임 우승,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우승에 빛났던 야구 대표팀이 베이징에 올림픽에 나갈 24명의 최종 엔트리를 발표했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은 야구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마지막 기회인데다 4년 전 아테네 예선탈락, 2006 도하 아시안게임의 치욕을 메달로 만회해야 한다는 부담까지 안고 있다. 개최국 자격으로 자력 진출한 중국을 빼고는 만만한 팀이 하나도 없다! 이번 올림픽 야구 종목을 바라보는 전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그건 중국을 제외한 7개 나라 모두 똑같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미국, 쿠바, 일본 그리고 한국을 메달권의 전력으로 놓고 있다. 동메달을 목표로 한다는 건 올림픽만을 위해 4년을, 아니 평생을 고생하고 땀 흘리는 다른 종목 선수들에 대한 모욕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의 선수들이 올림픽 정신에 입각해 참가에 의미를 두고 돌아올지, 아니면 정말 국가를 위해 헌신적인 투혼을 다해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올 수 있을지, 각 포지션 별 분석을 통해 알아보기로 하자. ※ 참고 : 이름 뒤 괄호는 소속팀과 올 시즌 승-패(또는 세이브 or 이닝)-방어율 기록, 통산 기록이며 1차는 지난해 12월에 열린 베이징 올림픽 1차 예선, 2차는 올 3월의 동 대회 2차 예선, 기타는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이후 프로급 국가대표 선수단이 출전한 경기를 말한다. ★ 최종 선발자(10명) - 김광현 정대현(이상 SK) 류현진(한화) 봉중근(LG) 송승준(롯데) 한기주(KIA) 장원삼(우리) 임태훈(두산) 오승환 권혁(이상 삼성)
■ 선발투수 ▲ 김광현 (SK 11-3-2.38; 14-10-2.92) 1차 - x 2차 - o 기타 - 없음 지난해 1차 예선이 끝난 뒤 김경문 감독은 김광현을 선발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한국시리즈와 코나미 컵에서 빼어난 피칭을 선보였지만 당시 예비 엔트리에 들어있지 못해 선발할 수 없었고, 대신 2차에 불러 류현진과 좌완 원투펀치에 붙였다. 김광현은 멕시코 전에서 6이닝 1실점, 이어 대만 전에서 5이닝 3실점으로 대표팀의 올림픽 진출에 큰 몫을 했다. 김 감독은 이번 올림픽에서도 김광현을 중요한 경기에 선발로 기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의 어깨에 한국 야구팀의 성패가 달린 셈이다. ▲ 봉중근 (LG 8-5-2.67; 11-7-3.87) 1차 - x 2차 - x 기타 - 2006 WBC LG마운드에서 가장 슬픈 투수인 봉중근은 1,2차 예선에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선발에 의문을 표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현재까지 올 시즌 유일한 세 자릿수 탈삼진(103)을 기록하고 있으며 LG가 아니었으면 더 많은 승수를 쌓았을 것이다. 국제대회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대신 그에게는 미국무대 경험이 있다. 1998년부터 8년 동안 무려 800이닝을 넘게 전세계의 타자들을 상대해본 그는 아메리카 대륙에 있는 나라와의 경기에 선발 투수로 기용될 것이다. ▲ 류현진 (한화 9-5-3.43; 44-18-2.77) 1차 - o 2차 - o 기타 - 2002 도하 아시안게임 신인으로 등장한 2006년부터 국가대표의 노터치 맴버였던 류현진은 그러나 정작 베이징을 앞둔 올 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조기강판과 2군 행을 경험하며 단순히 ‘과거 전력만으로 국가대표에 오는 게 당연한가?’하는 논란을 낳을 뻔 했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유독 뽑힐만한 좌완 선발들이 많았다. 그러나 ‘SK보약’을 먹고 최근 3경기 다시 호투를 펼치면서 자기 스스로 의혹을 불신시켰다. 올해는 다행히 혹사 받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대표로 나서는 류현진은 아시아 권 나라와의 경기에 선발로 기용될 것이다. ▲ 송승준 (롯데 9-5-4.07; 14-10-3.95) 쌩 초짜 손민한의 대타. 지난 7일 발표 된 33명의 올림픽 예비 엔트리에 그가 이름을 올렸을 때, 사람들은 다소 놀랐다. 그는 1차, 2차 예선은커녕 그 동안 국가대표로 단 한 번도 출전한 적이 없었고, 성적도 같은 날 엔트리에서 빠진 채병용(7-1-2.44)에 한 없이 뒤졌다. 그리고 최종 명단이 나오면서 놀랬던 사람들은 경악했다. 손민한(8-3-2.53)과 윤석민(9-4-2.63)을 제치고 가슴에 태극기를 달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 국가대표가 대만, 일본만 이겨서 메달권에 들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 송승준에게도 8년 간 800이닝을 넘게 미국 무대에서 활약했던 게 플러스 요인이 된 듯하다. 다소 덜 위협적인 국가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설 것이다. ■ 불펜투수 ▲ 정대현 (SK 18S-2.25; 63S-2.07) 1차 - o 2차 - o 기타 - 2000 시드니, 2006 WBC 시드니 올림픽 당시 미국전 선발투수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 ‘미국전=언더’라는 공식을 세워준 정대현은 프로야구 무대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SK의 특급 마무리로 성장했다. 이번 엔트리에 언더핸드 투수로는 유일하게 출전하고 있는 정대현을 두고 세간에서는 또 다시 미국 전 선발로 내보내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하지만 김 감독은 그를 마무리, 더블 스토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 오승환 (삼성 20S-2.14; 123S-1.47) 1차, 2차 - x 기타 - 2006 WBC 정대현과 함께 더블 스토퍼로 낙점된 오승환이다. 지난 올림픽 예선 때 1차 상비군에 속했으나 막판 부상을 이유로 고사하며 빠졌고 2차에도 선발되지 않았다. 국가대표 부동의 마무리로 올 시즌 세이브 부문 1위를 달리고 있으나 역시 부상 때문에 상황에 따라 정대현과 번갈아 투입될 전망이다. ▲ 한기주 (KIA 17S-2.02; 43S-2.83) 1차, 2차 - o 기타 - 없음 마무리 싸움에서는 밀렸지만 우완의 파이어볼러는 7,8회에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 장원삼 (우리 6-6-3.29; 27-26-3.24) 1차, 2차 - o 기타 - 도하 장원삼은 올림픽 예선이 낳은 최고의 수확이었다. 1차 상비군이었지만 연습경기 때 연일 호투를 펼쳐 박힌 돌을 빼내고 승선했으며, 선발과 불펜 모두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같은 팀의 마일영(8-5-2.66)에 뒤지지만 예선전 활약 덕분에 선발될 수 있었다. 롱 릴리프로 분류된다. ▲ 권혁 (삼성 35IP-1.29; 231IP-3.86) 1차, 2차 - o 기타 - x 삼성의 특급 셋업 권혁은 불펜의 유일한 좌완 강속구 요원이다. 경기 막판 왼손 거포를 위한 스페셜리스트로 가동될 것이다. ▲ 임태훈 (두산 59IP-2.90; 160IP-2.53) 쌩 초짜 윤석민의 대타. 임태훈은 3월 2차 예선 후보 32인에 있었으나 막판에 떨어져 국제경기에 나선 적이 없다. 당초 윤석민이 오른손 불펜 요원으로 강력히 거론됐으나 임태훈이 선정된 것에는 논란이 많을 듯하다. 두산의 셋업 및 가끔 마무리, 한국시리즈 용 땜빵선발 투수로 현재 2.90의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으나 4월에는 6점대, 5월에 1점대로 부침이 심하다. 팀 내 특급 셋업은 얼마 전까지 이재우한테 밀렸다. 부디 잘 하길 바란다. ■ 내 이름 어딨니? 떨어진 선수들.. ▲ 손민한 (롯데 8-3-2.53; 93-66-3.36) 강속구가 없고, 국제대회 경험도 많지는 않았지만, 올 시즌 가장 많은 퀄리티스타트(15)를 기록했던 롯데의 에이스 손민한이 빠진 것은 다소 의외이다. 박찬호와 함께 실력 내적, 외적으로 한국 마운드의 기둥 역할을 했던 손민한이 빠진 것에는 같은 팀에 송승준이 있는 것과 무관치 않게 느껴진다. 송승준은 올해가 끝나면 군대에 가야한다. 국제경기라는 측면에서 손민한이 WBC 미국 전에 3이닝 1실점 호투를 하긴 했지만, 한국 입장에선 버리는 경기였고, 실제 올림픽 대회에선 중국 전 이외에는 무리라는 것도 굳이 따지자면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 윤석민 (KIA 9-4-2.63; 24-32-3.28) 21살의 윤석민에게는 분명 다음에도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쉽다. 2006년에는 마무리로 뛰어 불펜 경험도 있지만 예선전에 출전하지 않은 것, 국제대회 경험이 없던 게 마이너스 요인이라면 요인으로 작용한 듯하다. 솔직히 임태훈과의 파워 게임에서 밀렸다. ▲ 채병룡 (SK 7-1-2.44; 46-37-3.43) 채병룡이 국가대표에서 빠진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도 납득할만한 이유를 알려주지 못할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그는 변방의 소리 없는 투수일 뿐이다. 국제대회는 파이어볼러가 선발되는 게 관례. 손민한도 뽑히지 못한 마당에 채병룡에게까지 안타까움을 표하긴 멀어 보인다. 지난해 한국시리즈까지 연계하는 건 과도한 분석일까? 이번 선발로 한국 대표팀은 현재 리그에서 뛰고 있는 오른손 Top3를 모두 뺀 엔트리를 짜게 됐다. ■ 선발 운용은 어떻게? 김 감독은 4선발 체제로 올림픽을 꾸리기로 결심했다. 4경기 후 휴식, 3경기 후 결승 토너먼트 방식의 이번 대회에서는 선발은 4명으로 충분하다. 13일 미국과의 경기는 첫 경기에 강팀이라는 전제가 깔렸지만, 이 경기에 나선 투수가 18일 대만전과 23일 결승 혹은 3,4위 전에 나서며 유일하게 3경기를 선발 등판해야 한다는 점에서 에이스가 나설 경기로 예상된다. 김 감독은 앞선 인터뷰를 통해 예선을 통해 대만전에 나섰던 김광현을 염두한 발언을 했지만, 중요성을 감안하면 경험이 풍부하고 미국에서 뛴 전력이 있는 봉중근을 내밀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송승준까지 뽑은 걸로 볼 때 코칭스테프가 미국, 캐나다, 쿠바와의 경기를 국내파로 돌릴 확률은 떨어진다. 정대현 카드는 최소한 미국전이 중간 이후에 잡혔다면 순위 여하에 따라 고려해볼 수도 있었겠지만, 첫 경기부터 마무리를 선발로 내세우는 건 말도 안 되기에 패스. 14일은 최약체 중국과의 경기지만 이 경기의 선발투수가 5일 뒤 아마 최강 쿠바와 상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무나 낼 수는 없다. 김광현을 내던가 미국전에 봉중근과 김광현을 모두 소비하고 중국전에 송승준을 내민 뒤 18일 대만, 19일 쿠바 전에 다시 김광현, 봉중근을 나란히 기용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보다 다소 전력이 떨어지지만 반드시 잡아야만 하는 15일 캐나다, 20일 네덜란드 묶음에는 송승준을 투입한 뒤 롱 릴리프로 돌리거나, 올 시즌 다소 부진한 류현진을 기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16일 일본전은 순위 다툼이나 국가적 관심도, 그리고 향후 준결승 경기의 선발로 이어져 메달 색깔에 있어서도 중요한 경기가 될 수 있으므로 최소 2선발 급의 투수가 나와야 한다. 김광현이 앞선 경기에 나서지 않는다면 여기에 투입될 것이다. [올림픽 국가대표 포지션 별 분석] - 포수 박경완, 진갑용, 강민호로 세 명이 후보에 올랐던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대표팀 포수 부문은 가장 조용한 포지션이었다. 세 선수 간의 장단점이 뚜렷했고, 누가 국가대표가 되거나 혹은 빠진다 하더라도 문제가 없을 만큼 비등한 선수들인데다 구단 간의 이해득실도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경문 감독은 3명 중 최종 엔트리에 진갑용과 강민호를 선발했다. 진갑용은 10년 전부터 국가대표 포수를 맡아온 베테랑이고, 강민호는 앞으로 10년을 이끌어 나가야 할 세대교체의 중심이다. ※ 참고 : 이름 뒤 괄호는 소속팀과 올 시즌, 통산(타율-홈런-타점) 기록이며 1차는 지난해 12월에 열린 베이징 올림픽 1차 예선, 2차는 올 3월의 동 대회 2차 예선, 기타는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이후 프로급 국가대표 선수단이 출전한 경기를 말한다.
▲ 주전 진갑용 (삼성 .272-8-34; .274-113-545) 1차 - x 2차 - o 기타 - 1998 방콕, 2004 아테네 예선, 2006 WBC ▲ 백업 강민호 (롯데 .295-14-55; .265-37-184) 1차 - x 2차 - x 기타 - 2006 도하 ▲ 제외 박경완 (SK .280-6-32; .249-286-884) 1차 - o 2차 - x 기타 - 2000 시드니 진갑용과 박경완은 나란히 올림픽 2차와 1차 예선에 참가해. 이것만으로 누가 예선에서 더 큰 역할을 차지했는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박경완은 1차 예선 때 부상으로 거의 벤치에 앉았고 주전은 주로 조인성이었다. 오늘 당장 야구를 하고 말 거라면 물론 국내 최고의 포수인 박경완과 진갑용이 나란히 대표로 뽑히는 게 옳다. 그러나 다른 포지션과 달리 포수는 주전과 비주전이 확실히 구분돼야 하고 출전하지 않을 때 벤치에서 쉬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연습 투수들의 공을 받아줘야 하는 자리임을 감안한다면 반드시 저 둘을 묶어야 한다고 주장하긴 어렵다. 그런 점에서 강민호의 승선을 이해한다면 남은 베테랑은 둘 중 누가 가도 큰 문제는 없다. 선택은 감독의 입맛에 달린 일이다. 국내리그만을 살펴볼 때 박경완은 진갑용보다 반 수 정도는 앞선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박경완의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한 부분을 꼬집는다. 앞서 설명대로 박경완은 8년 전 시드니 올림픽을 제외하고는 국제전을 치르지 못했고, 지난해 12월 1차 예선 때도 거의 벤치를 지켰다. 반대로 진갑용은 수많은 국제대회 경험을 갖고 있다. 2차 예선 때는 주장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이게 전부일까? 박경완이 국제대회에 많이 나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진갑용이 낫다는 평을 내리는 게 옳을까? 쉽게 말해 대체 국가 대항전에 알맞은 포수는 뭘까? 박경완의 리딩 스타일은 그날 투수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상대를 분석해서 상대 타자가 노리는 공과 정 반대의 공을 잘 섞어가며 경기를 운영하는 두뇌형이다. 볼배합에 있어서는 직접적인 승부보다는 상대 타자가 노리는 공에서 조금씩 빠지는 유인구로 헛스윙이나 빗맞은 타구를 만들어내려 하는 다소 수비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다시 말해 박경완의 투수리드는 투수든 상대 타자든 많이 상대해보고 또 축적된 데이터가 많을수록 그 위력이 배가된다. 이에 반해 진갑용은 박경완보다는 공격적이다. 데이터를 경시하지는 않지만 상대가 기다릴 것이라 판단하는 타이밍에 몸쪽 빠른 공을 요구한다. 이런 부분이 6년 째 몸담고 있는 SK나 7개 구단 밖에 없는 국내리그가 박경완에게는 최적화된 리그지만 실상 상대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하고 경기에 임하는 국제전에서는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데이터가 부족한 상대 타자들은 투수의 구종이나 로케이션, 습관들을 파악하기 위해 경기 초반에는 적극적인 공격을 지양하는 자세를 보이게 마련인데 박경완 식으로 소극적인 경기 진행을 하다보면 상대방 타자들은 투수의 모든 구질을 초반에 다 볼 수 있어 우리 투수들의 투구 수도 늘어나고 장단점을 다 보여주게 돼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다소 우리와 상대해 본 경험이 많고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는 대만이나 일본 타자들이 우리 포수에 대해 분석한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최근 대만의 한 타자는 조인성이 바깥쪽 리드를 많이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가 공략이 수월했다고 평한 적이 있다. 하지만 국내 최고 투수이면서 포수를 가리는 편인 박찬호는 태극마크를 달 때마다 조인성과 호흡을 맞추길 좋아했다. 상대적으로 조인성의 리드가 덜 알려진 시절에만 하더라도 조인성의 공격적인 리드는 박찬호의 입맛에 맞았고, 상대 타자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못했다는 의미가 됐다. 다만 박경완이 빠져 김광현과의 리드를 더 안정적으로 가져갈 기회를 놓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에이스로 분류된 김광현은 매 인터뷰마다 박경완의 존재를 상당히 크게 밝혔던 어린 투수이다. 강민호는 파이팅이 좋다. 아직 경험 면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은 당연하지만 올림픽 이후를 바라본다면 그에게 최대한 많은 출전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진갑용과 강민호의 나이 차는 13살. 강민호는 아시아 예선에서 주로 약체였던 필리핀, 태국 같은 나라와의 경기에 주전 포수의 체력 안배 차원에서 출전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 본선은 중국 외에 약팀이 없는 만큼 강민호가 선발로 나서기는 다소 부담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반대로 보자면 강한 팀이기 때문에 경기 막판 박빙 상황에서 진갑용이 대타나 대주자로 바뀔 확률이 높고, 그러면 결국 강민호가 그 다음 이닝부터 안방을 책임져야 한다. 강민호에게는 오히려 역할이 커진 셈이다. [올림픽 국가대표 포지션 별 분석] - 1루수 김경문 감독은 몇몇 자리에서 실리보다는 명분을 세운 선택을 내렸다. 1루수는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포지션일 것이다.
▲ 주전 이승엽 (현 요미우리 자이언츠 2군) 1차 - x 2차 - o 기타 - 2000 시드니, 2002 부산, 2004 아테네 예선, 2006 WBC ▲ 멀티 이대호 (롯데 .293-11-58; .291-113-405) 1차 - o 2차 - o 기타 - 2006 도하 ▲ 탈락 김태균 (한화 .323-25-73; .307-154-587) 1차 - x 2차 - x 기타 2006 WBC 김태균은 1,2차 예선에 단 한 번도 참가하지 않았고, 유일하게 단 한번 국가대표가 됐던 WBC에서 병역을 면제 받았다. 김 감독이 말하는 1,2차에 수고한 선수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김태균은 올 시즌 국내리그 최고의 타자이다. 홈런에서 25개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데 대표로 선정된 선수 중 가장 높은 타자인 강민호와는 무려 11개나 차이난다. 73개의 타점도 리그 선두이며, 장타율은 대표팀 1위 김동주보다 1할 5푼 이상 높고, OPS는 유일하게 10할을 넘기고 있다. 그렇다고 올 시즌만 반짝 하는 선수는 더더욱 아니다. 김 감독은 김태균에게 이대호의 잣대를 적용했다. 도하 때부터 줄곧 국가대표로 뽑힌 이대호가 국제대회에서 늘 좋은 활약을 해줬고, 군 문제도 있는데다 멀티 포지션이 가능하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멀티 포지션? 그건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이대호 멀티 포지션의 허상은 3루수 편에서 다루기로 하자. 요즘에는 분명히 줄어들고 있지만 국가대표의 명예와 메달 획득의 영예를 군 면제로 결부시키려는 자세는 매우 불쾌한 일이다. 애초에 올림픽 메달이나 아시안게임 금메달 선수에게 병역 혜택을 줬을 때는 ‘국위선양’이라는 대 명제가 있었다. 전 국민이 4년 마다 열광하는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 국민을 기쁘게 해주는 것이 분명 2년 간 나라를 지키는 것보다 더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차원에서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포상을 내린 건데 그걸 앞뒤 분간을 못하는 프로 선수들이 스스로 깨뜨려버렸다. 월드컵, WBC에 나가 정말 수고했다. 국민에게 큰 기쁨을 줬으니 나가지 말라는 게 아니라 군대 안 가려고 월드컵 WBC에 나가겠다는 의식이 선수들에게 퍼지고, 국민들이 인식하게 되면서 두 종목의 병역 혜택이 없어진 꼴이 됐다. 돈을 위해 뛰는 프로선수들에게 정말 국가를 위해 명예로운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정신을 가진 사람은 없는 건가? 결국은 이대호가 김태균의 공백을 지켜내는 수밖에 없다. 도하에서 혼자 타선을 이끌었던 이대호는 1,2차 예선에서도 나쁘지 않았다. 올 시즌 잦은 포지션 이동 때문에 정상적인 타격 컨디션을 유지하기 쉽지 않았지만 이대호는 중심타선에 들어갈 것이고, 여전히 그의 방망이에 본인, 국가, 감독의 운명이 달려 있다. 김태균-이대호 논란의 중심에는 역시 이승엽이 있다. ‘이승엽이 출전을 거부했으면 김태균, 이대호 모두 국가대표가 됐을 것이다.’라는 가설은 맞는 말이지만 김 감독은 누구보다 이승엽의 출전을 원했고, 이승엽 또한 국가대표의 청을 저버리지 않았다. 비록 2군에 있더라도 말이다. 이승엽의 출전은 단순히 과거 한국 팀을 이끌었던 중심타자가 돌아오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기존의 중심타선에 3번, 혹은 4번 타자로 이승엽이 가세한다면 김태균-김동주-이대호로 이어진 우타자 일색의 중심 타선에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수비력이나 경기 경험에 의한 리더십은 보너스다. 2005년 좌타자를 상대로 홈런을 1개(제로미 버니츠)밖에 맞지 않았던 돈트렐 윌리스를 상대로 홈런을 때려내고 고의사구로 걸어 나가는 장면을 수많은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이승엽이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5번의 대회에서 우리가 실망스런 결과를 얻은 적은 단 한 번도 없기에 우리는 이번에도 큰 기대를 갖게 된다. ☞ mlbpark 유재근 기자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