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희기자가간다]이판사판덤볐다판판이한판패!…유도체험기

입력 2008-07-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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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금8·은12·동13)는 레슬링(금10·은11·동12)과 함께 한국이 역대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33개)을 딴 종목. 한국은 베이징올림픽에서 남자60kg급 최민호(28·한국마사회), 66kg급 김주진(22), 73kg급 왕기춘(20·이상 용인대), 81kg급 김재범(23·한국마사회), 100kg급 장성호(30·수원시청) 등이 메달사냥에 나선다. <스포츠동아> 김석규(37·한양대감독) 해설위원은 “유도는 기본기술만 100가지가 넘는다”면서 “응용·연결기술까지 합하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실전에서 사용하는 주특기기술은 “많아야 5∼6개”다. 최민호와 왕기춘은 업어치기, 김주진은 허리후리기. 장성호는 다리들어메치기가 장기. 모두 한판이 많이 나오는 큰 기술들이다. 금빛메치기 기술들을 느껴보기 위해 한양대유도부를 찾았다. ○ 도복 덕 볼 생각 마 김석규 감독이 청색 유도복을 건넸다. 부족한 실력을 도복으로 만회하기 위한 작전일까. 컬러유도복은 1988년 유럽대회에서 처음 사용됐다. 스포츠심리학자들은 “청색 도복을 입는 것이 유리하다”는 주장을 제기해왔다. 청색도복이 심판에게 더 공격적으로 보이는 반면, 백색 도복은 상대를 더 경기에 몰입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 “어떤 도복을 입는 게 유리할까요?” 선수들의 생각을 물었다. “유도를 잘 하는 선수가 이깁니다.” 대답은 한결같았다. 영국의 한 대학 연구팀은 “1996년부터 10년간 국제유도대회 결승전 501경기를 조사한 결과, 청색과 백색의 승률이 비슷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도복 덕 볼 생각하지 마시고, 연습이나 열심히 하세요.” ○ 떨어지는 법부터 스트레칭과 구르기만 30분. 기술훈련을 시작할 때 쯤 김석규 감독이 불러 세웠다. “일단, 낙법부터 배웁시다.” 남을 메치는 것보다 내 몸을 보호하는 기술이 먼저. 충격을 분산 흡수하는 법을 익히면 유능제강(柔能制剛)의 원리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후방낙법. 초보자들은 앉은 자세부터 시작한다. 두 팔을 펴서 얼굴 앞으로 올렸다가 떨어지는 순간, 팔 전체로 매트를 탄력 있게 친다.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시선은 도복 띠를 향한다. 앉은 자세에서의 낙법이 숙달되면 2단계는 쪼그린 자세로. 3단계는 선 채로 한다. 전방낙법. 무릎을 꿇고 허리를 편 자세에서 팔을 구부려 삼각형을 만든다. 손가락은 모으고 손목은 편다. 앞으로 넘어지면서 두 손으로 매트를 치면서 몸을 받친다. 이 때 고개는 옆으로 돌리고, 상체는 띄워서 보호한다. 숙달되면 ‘점프해서 전방낙법’으로 난이도를 높인다. +100kg급 장재혁(20)은 정확한 구분동작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낙법이 몸에 익었다. 81kg급 장호빈(21)은 “지나가다 돌부리를 잘 못 밟아 넘어질 때도 낙법을 사용한다”면서 “일상생활에서도 안전사고 위험을 줄여준다”고 했다. 측방낙법, 전방회전낙법까지 배운 다음에야 메치기기술 입문. 장재혁은 “유도를 시작하고 한 달간은 낙법만 했다”고 귀띔했다. ○ 어깨도 빠지는 업어치기 유도기술은 크게 메치기와 굳히기로 나눌 수 있다. 메치기는 업어치기 등 서서메치는 기술과 배대뒤치기 등 누우면서 메치는 기술이 있다. 기술의 첫 단계는 상대 도복을 잡는 것. 도복을 유리하게 잡으면 상대 중심을 무너뜨리기가 수월하다. 기술마다 깃 잡는 방법도 다르다. 장호빈의 한팔 업어치기가 들어오는 순간, 어깨가 살짝 어긋났다. “몸을 충분히 풀어야 된다고 했잖아요.” 장호빈은 “선수들도 종종 있는 일”이라면서 침착하게 어깨 맞추는 것을 도왔다. 업어치기는 발 모양을 11자로 하면서 상대를 등에 업는 동작의 스피드가 성패를 가른다. 김석규 감독은 “전기영 대표팀 코치의 업어치기가 역대 최고였다”면서 “몸이 유연하고 업어치기 종류가 다양해 기술이 나올 수 없는 각도에서도 한판승을 거두곤 했다”고 말했다. ○ 곰 잡는 올무, 굳히기 굳히기는 누르기, 조르기, 꺾기로 세분화할 수 있다. “일단 한 번 보여드리겠습니다. 누워보세요.” 60kg급 김동영(22)이 가슴 깃과 허리띠를 잡은 뒤 순식간에 상체를 제압했다. “움직여보세요.” 곰 잡는 올무 같은 곁누르기다. 빠지려고 하면 더 조여 온다. 25초가 흘렀다. 한판. “이번에는 죽지걸어조르기입니다.” 오른손은 목깃을 깊숙이 잡아서 당기고, 왼손은 상대 왼팔을 위로 올려 목 뒤로 깊숙이 누르며 조른다. 김동영은 “두 다리로 상대 몸을 밀면 더 아프다”며 숨통을 막았다. 본능적으로 매트바닥을 쳤다. 항복. “꺾기는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김석규 감독이 나섰다. 김 감독은 격투기스타 윤동식(35)과 한양대 동문. 김 감독은 “(윤)동식이가 유도선수시절부터 꺾기를 잘했다”고 했다. 김 감독이 오른팔을 잡더니 왼발로 목을 제압했다. 몸을 밀착하고 팔을 당기며 뒤로 눕는 시늉만 해도 못 참는다. 팔가로누워꺾기다. 격투기에서는 흔히 암바라고 부르는 기술. ○ 5분, 5번의 한판 2008세계청소년선수권 60kg급 대표 장진민(19)과의 5분 실전. 탈구의 위험 때문에 업어치기 기술만 금지시켰다. “(장)진민아, 낙법까지 다 배웠으니까 시원하게 넘겨도 돼.” 김 감독이 야속할 새도 없다. 30초 만에 모두걸기 한판. “한판이 되든, 두 판이 되든, 세 판이 되든 5분은 채워주십시오.” 오기가 발동했다. 또 다시 다리기술을 거는 장진민. 피하려고 했는데 어느새 매트 위로 벌러덩. 김 감독을 살폈다. 또 한판 수신호. 기술이 걸릴까 두려워졌다. 허리를 뒤로 빼고 있다가 지도 2개를 받았다. 유효 선언. 이판사판으로 들어가다 허벅다리에 걸렸다. 또 한판. 다시 시작. 안다리후리기로 넘어졌는데 한 판 신호가 아니다. 절반선언. 연이어 가로누르기. 간질여보기까지 했는데 미동도 없다. 20초가 흘러 절반. 2개의 절반으로 다시 한판. 1분을 남기고 장진민의 왼다리를 잡았다.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 필사적으로 넘겼지만 장진민이 앞으로 떨어져 득점인정은 안됐다. 결국 5분 동안 5판으로 맥없이 무너졌다. 90kg급 김광민은 “유도의 매력은 한판”이라면서 “한국유도는 큰 기술이 좋다”고 했다. 올림픽에서 결승전까지 치르는 경기 수는 5-6경기. 하루 5번의 한 판이면 바로 금메달이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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