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세상에서가장강한기운,‘군기’

입력 2008-08-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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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백의 완승으로 끝났다. 중반에 터진 강지성의 우직한 한 방에 조훈현이 그만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져버린 탓이다. 조훈현은 발이 빠르고(‘속력행마’라 하지요) 잽과 원투스트레이트에 강한 기사이다. ‘투다닥’ 치고 빠지는데, 그 빠르기란 바람과 같다. 어지간한 스피드로는 지나간 뒷바람만 쥐기 일쑤이다. 반면 강지성은 소위 말하는 ‘잔펀치’란 걸 모른다. 웬만해선 주먹도 잘 내지 않는다. 그런데 ‘한 방’이 있다. 걸리면 천하장사도 푹푹 넘어간다. 오늘 조훈현이 그렇게 넘어갔다. <실전> 흑1. 형세가 좋지 않으므로 <해설1> 흑1로 대마를 잡으러 가고 싶다. 백14까지 과연 우하 백 대마를 삼킬 수 있다. 그런데 왜 조훈현은 이를 감행하지 못했을까? 우하는 잡을 수 있지만 문제는 좌변으로부터 흘러나온 흑 대마의 안위이다. 한 눈에 보기에도 지극히 위험하다. 이건 살을 주고 뼈가 부러지는 형국이다. 조훈현이라 해도 지나치게 무모한 도발이다. <실전> 백14로 붙인 수로는 <해설2> 백1로 뻗는 수를 생각해볼 수 있다. 우하 흑을 노려보는 강수다. 잡을 수 있을까? 안 된다. 흑에겐 2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잡히는 쪽은 백이다. 백1은 ‘생각만’ 해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바둑은 252수만에 끝났다. 계가를 했지만 백 8집반승. 이 정도면 프로의 승부에서 대승이다. 강지성은 지난 4월에 군을 제대한 ‘싱싱한’ 예비역 기사이다. 군대에 다녀오더니 의욕이 펄펄 넘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드센 기운은 ‘군기’다. 강지성이 어디까지 치고 올라갈지 궁금하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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