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왜붉은색에열광하나]빨강은오행의‘火’…황제의색깔

입력 2008-08-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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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상징하는 건물 중 하나인 천안문(天安門)은 청나라 황제가 살던 자금성(紫禁城)의 정문이다. 그런데 천안문을 잘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기와, 용마루, 내림마루, 추녀마루 할 것 없이 팔작지붕 전체가 노란 색 계통이다. 중국에서 특히 청나라시대에는 노란 색이 황가(皇家)의 전유물이었다. 그 나머지는 성벽, 기둥, 처마에서 모택동의 사진까지 붉은 색조 일색이다.‘중화인민공화국만세(中華人民共和國萬歲)’‘세계인민대단결만세(世界人民大團結萬歲)’라고 중국식 약자인 간체자(簡體字)로 적힌 현판도 붉은 색 바탕에 흰색 글씨다. 게다가 담장 위에는 붉은 색 단색의 깃발 8개가 꽂혀있다. 그 뿐이랴. 천안문 광장에는 중국 국기 오성홍기(五星紅旗)가 나부끼고, 행사 때는 게양대 바닥에 붉은 카펫을 깐다.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연상되듯 중국인들이 붉은 색을 좋아하는 게 공산주의 영향 때문인 줄로만 아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들은 공산정권 수립 이전부터 전통적으로 빨간 색을 애용해왔다. 왜 그럴까? 오행(五行)상으로 붉은 색은 화(火)에 배당된다. 원래 붉은 색은 불과 태양의 색이다. 방향으로는 남쪽이고, 열정과 기쁨, 최고의 행운을 뜻한다. 자금성의 자(紫)는 천상의 옥황상제가 사는 자미성(紫微星)에서 따왔다. 금(禁)자는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성역(聖域)을 뜻한다. 이처럼 붉은 색은 ‘성역’과 ‘제왕(帝王)의 원리’를 상징하기도 한다. 중국 인민들이 최상의 행운을 뜻하는 황제의 색깔을 어찌 좋아하지 않겠는가. 선물을 포장하는 박스와 보자기도, 넥타이와 유치원 어린이의 스카프에서 택시까지도 빨간 색이 많다. 가족사진을 찍어도 빨간 색이 배경이요, 연하장도 설날 세뱃돈 주는 복주머니(紅包)도 빨간 색이다. 베이징 오페라인 경극(京劇)을 보라. 등장인물의 얼굴화장부터 복색 무대배경까지 붉은 색이 그 현란함을 주도한다. ‘붉은 깃발의 노래(紅旗歌)’‘홍콩의 붉은 별(香港的紅星)’등 문화대혁명 이전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열의 영화는 그렇다 치자. ‘제5세대 감독’의 선두주자 장이머우(張藝謨)감독의 대표작은 ‘붉은 수수밭(紅高粱)’과 ‘홍등(大紅燈籠高高掛)’이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의 마스코트인 푸와(福娃)와 엠블럼(‘춤추는 베이징’) 역시 붉은 색을 썼음은 물론이다. 여담이지만 중국인들이 빨간 색 바탕에 노란 색 간판을 쓰는 맥도날드, 붉은 색 단색으로 간판을 만든 KFC, 빨간 모자가 상징인 피자 헛 등의 패스트 푸드점에 친근감을 느끼고 이들이 호황을 누리는 것은 단순히 서구화 탓만은 아니고 중국인의 ‘적황색 선호사상’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김중산(金仲山)| 갈렙의학문화연구소장. 동서고금의 다양한 역사와 문화에 관해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전방위적 글쓰기와 강연을 하고 있다. 의학과 심리학에 관한 학위를 갖고 있다. 중국 북경에서 6년간 체류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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