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들의장수비결은사슴힘줄?

입력 2008-08-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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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요리문화에서 징차이(京菜)라 불리는 북경요리는 방대한 중국요리 중에서도 상당히 독특한 지위를 가진다. 세계의 3대 미식으로 꼽히는 중국요리는 보다 체계적으로 산동요리, 사천요리, 광동요리, 회양요리의 ‘4대 요리’로 분류한다. 여기에 절강, 복건, 안휘, 호남요리를 추가해 ‘8대 요리’로 분류하는데 북경요리는 이 분류체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명나라와 청나라를 거치며 북경에서는 철저하게 황실을 중심으로 한 요리문화를 발전시켜 왔기 때문이다. 중국의 모든 요리체계는 자연 지리적 조건과 기후조건, 경제와 문화적 조건을 기반으로 자연발생적으로 발전해 오늘에 이르게 됐다. 하지만 북경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게 된 것은 철저하게 정치군사적 선택에 의한 것이었다. 황제의 거처로 자리 잡은 북경으로 중국 전역의 뛰어난 요리사들을 불러들이게 되고, 각지의 진기한 요리재료들이 모여들면서 북경에는 각 지역의 이름난 요리들과 조리법 재료들을 기반으로 독특한 북경요리가 만들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북경의 황실요리를 대표하는 요리가 바로 만한전석(滿漢全席)이다.》 청나라 강희제의 회갑연을 맞아 만주족과 한족의 요리들 가운데 정수만을 모아 연회를 연 것이 만한전석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 만한전석은 중국요리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곰발바닥이나 원숭이의 골요리, 낙타혹, 사슴 힘줄 등 지금은 구하기가 불가능한 재료들까지 총망라된 재료들이 사용되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중국요리의 최고급 재료인 상어지느러미나 제비집 등은 그다지 진기한 재료 축에도 끼이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중국전역에서 모여든 진기한 재료를 바탕으로 3일간 180종류의 요리를 즐기는 것이 바로 만한전석이다. 이 가운데 사슴힘줄인 루찐(鹿筋)은 최고의 보양식으로 통한다. 한국인들에게 사슴은 뿔인 녹용을 보신용 약재의 최고봉으로 치지만 중국인들은 녹용은 물론 녹혈을 비롯 사슴의 눈알, 꼬리, 간, 심장을 비롯한 내장의 모든 부위와 고기를 모두 최고급 요리의 재료로 여긴다. 특히 사슴의 힘줄은 만한전석에서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진기한 야생동물 재료에 해당될 만큼 귀한 재료로 인정받아 왔다. 청나라 황실에서는 철을 가리지 않고 황제의 만찬에 사용하기위해 만주지역으로부터 매년 일곱 차례에 걸쳐 말린 사슴힘줄을 조공을 통해 조달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동물성 젤라틴 성분이 풍부한 사슴힘줄은 양기를 보강하고 허약한 뼈를 튼튼하게 하여 노화를 방지하고 원기를 돋우는 최고의 보양 재료로 손꼽힌다. 강희제를 비롯 건륭제 옹정제등 당나라와 한나라 이래로 중국역사상 최고의 태평성대를 이룩하며 장수를 누린 청나라 황제들의 장수비결도 여기에서 짐작해 볼 수 있기도 하다. 이러한 맑은 성질 때문에 중국은 고대부터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사슴고기는 반드시 제물로 바치는 신성한 대상이었다. 말린 사슴힘줄을 요리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틀간 찬물과 뜨거운 물에 번갈아 담가 충분히 불려야 한다. 이것을 죽순, 닭고기 육수와 함께 항아리에 담아 여섯 시간 정도를 푹 고아낸 요리가 바로 사슴힘줄을 주재료로 고아낸 뚝배기 탕요리인 싸궈웨이루찐이다. 젤라틴 성분이 풍부해 탕과 찜의 중간 형태인 걸쭉한 수프형태의 요리이다. 또 하나 사슴힘줄이 들어가는 요리로 널리 알려진 것이 바로 불도장(佛跳墻)이다. 참선하던 스님들도 향기에 취해 절담을 뛰어넘는다는 명칭으로 유명한 불도장은 사슴힘줄을 비롯 잉어부레, 상어 지느러미와 입술, 돼지힘줄, 전복, 조개, 버섯, 죽순 등을 넣어 장시간 푹 고아낸 최고의 보양탕으로 꼽힌다. 사슴힘줄은 중국요리의 재료 중에서도 최고의 재료에 해당되어 만만치 않은 가격을 자랑하며 북경에서도 고급 궁중요리 전문점이 아니면 쉽게 접할 수 없다. 청나라 황실 주방인 어선방을 모태로 문을 연 북해공원의 팡산판좡(방膳飯庄)은 만한전석 요리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 황실요리를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로 꼽힌다. 역대 중국황제의 정원인 이화원 근처 소주가에 위치한 바이쟈따위옌(百家大院)은 청대의 황실정원이었던 왕부화원을 개조한 궁중연회 전문점으로 희귀재료인 루찐(鹿筋)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두 곳 모두 으리으리한 황실건물과 청나라 황실의 예법에 따른 극진한 서비스를 하고 있으므로 잠시나마 황제의 대접을 받으며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바이쟈따위옌의 이핀루찐은 사슴힘줄을 사용한 진기한 술로 보양주로써 더할 나위없다. 유성호 | ‘맛의 도시 북경에서 중국을 맛보다’ 의 저자중국 관련 비즈니스, 관광 분야 통·번역 전문가로 일하는 중국 전문가다. 2002년부터 매년 한국관광공사 중국어 명예통역사로 선정되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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