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희(이하 임): “안녕하세요. 임원희입니다. 오랫동안 다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류승완 감독이 꼭 만나게 해준다고 약속했는데 벌써 8년이 흘렀네요”
다찌마와 리(이하 리): “우리 사이에 굳이 통성명은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사실 인터넷 단편은 좀 아쉬웠어. 나만의 이 오묘한 매력을 발산하기에 너무 짧았거든. 영화는 아주 좋았어! 왜냐고? 나 좋다는 여자만 세 명이잖아 그것도 박시연, 공효진, 황보라 모두 아름다움이 넘치는 여배우고 하하하”
임: “그럼 뭐합니까. 키스 신 한번 없는데. 감독한테 그랬어요. 아 이건 좀 심하다. 상대여배우가 3명이나 되는데...”
리: “사랑은 꼭 입을 맞추며 확인하는 게 아니야. 그리고 우리 때는 키스 신 한 번 하면 난리가 났어. 요즘으로 치면 올 누드 파격 베드신 정도? 근데 어쩜 그렇게 우리 시대 말투를 잘 연기한거야? 이거 이거 허장강 같은 왕년의 명배우 못지 않아”
임: “끈적끈적한 목소리 연기하려고 옛날 영화 얼마나 많이 봤는데요. 한번 해본 연기라서 쉬울 줄 알았는데 인터넷 때 그 느낌이 안 나와 당황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옛날 대 선배들은 어떻게 그렇게 하셨는지…, 100% 후시가 이렇게 힘든지 몰랐습니다. 녹음실 들어가는데 지옥행 급행열차 타는 기분이었어요.”
리: “근데 모두 자기 목소리로 연기한거야? 옛날 우리 때는 성우들이 많이 했는데”
임: “박시연, 공효진까지 모두 자기 목소리로 했어요. 그래서 더 실감나는 것 같고, 찾아 봤더니 예전 선배들도 자기 목소리로 녹음한 경우가 많더군요. 류승범이 보여준 명연기 “이 새끼 새끼 새끼 쌔끼야”도 허장강 선배님의 전매특허였습니다. 허장강 선배님도 거의 대부분 작품을 직접 녹음하셨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습니다.“
리: “뭐 나 같은 대 스타에게 당연한 거지만 이번 영화 특히 해외에서 촬영이 많아서 좋았어. 덕분에 스위스 알프스도 가보고. 그 유렵과 아시아 오가는 호화열차 있잖아. 오리엔탈 특급이라고, 제임스 본드가 즐겨 탔지 아마?”
임: “그거 사실 다 한국잖아요. 만주 벌판은 영종도에서 찍었는데 한 겨울에 바닷바람이 어찌나 거세던지 만주보다 더 추웠어요. 알프스도 용평스키장이었는데 웃기죠? 하하하”
리: “그래 정말 다 한국이었어? 어쩐지 눈에 익는다 했어. 흑룡강이랑 압록강은 사실 나도 의심이 가기는 했지. 뒤에 아파트도 있고 버스도 지나가더라고. 그럼 미국의 프린스턴 대학과 펜실베이니아의 목장은 어디서 찍은 거야?”
임: “비밀입니다. 어차피 관객들이 보시면 다 알 텐데요. 제 입으로 말하기도 좀 부끄럽습니다.(키득키득) 그런 그렇고 외국어는 언제 공부한거에요? 정말 잘하시던데요.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에 영어까지 정말 대단합니다.”
리: “우리 때는 4개 국어가 기본이었어. 중국어 실력? 우리 사람 중국말 잘한다 헤~, 일본어? 하이! 일본말도 잘하무니다. 영어? 잉글리 혀 잘 쿨리쎄요. 어때? 이 정도는 해 줘야지 절대미남 스파이 다찌마와 리라고 할 수 있지 하하하”
임: “얼마나 외국어를 잘 하시던지 통역이 필요 없더라고요. 자막이 없어도 관객들이 영어랑 중국어, 일본어 모두 다 알아듣겠어요. 근데 관객들이 우리영화 재미있어 할까요?”
리: “걱정 마. 이 영화는 한번 빠지면 중간에 내릴 수 없는 급행열차야! 뭐, 대 놓고 뻥 때리는 게 싫다면 유치하게 느껴질 수 도 있겠지. 하지만 관객들이 한번 빠져줬으면 좋겠어. 어디에? 물론 이 다찌마와 리의 헤어 나올 수 없는 넘치는 매력이지 하하하”
임: “해어질 시간입니다. 우리 또 다시 만날 수 있겠죠?”
리: “그건 관객들이 정해주겠지. 생각해봐 흥행이 잘 돼야 류승완 감독이 또 만들겠지. 다만 소원이 있다면 다찌마와 리가 한국형 슈퍼히어로 시리즈가 됐으면 좋겠어. 미국은 얼마나 많아. 근데 우리나라는 강철중 혼자 지키고 있잖아. 전 세계에서 우리만 만들 수 있는 영화. 그리고 우리만 웃을 수 있는 영화가 ‘다찌마와 리’야”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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