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유난히 총을 좋아했다. 장난감 총만 쥐어주면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강원도 야산을 뛰어다녔다. 그 까까머리 소년은 20여 년 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한국 사격 16년 노 골드의 한이 풀리는 순간 그의 손에는 분신과 같은 총 한 자루가 쥐어져 있었다.
○참새 잡던 까까머리 소년
‘골든 총잡이’ 진종오(29·KT)가 실제 총과 유사한 장난감 총을 잡은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 1990년대 유행하던 ‘BB탄’ 장난감 총이었다. 춘천에 살던 진종오는 방과 후면 총을 끼고 살았다.
어머니 박숙자(58) 씨는 “집에 권총, 소총 등 장난감 총이 수십 자루였다. 총을 유난히 좋아했던 아이”라고 말했다. 외삼촌 박광수(50) 씨는 “종오가 장난감 총으로 참새를 잡곤 했다. 동네에서 유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종오는 누나 둘을 낳고 막둥이로 얻은 아이. 부모로선 총만 갖고 노는 게 보기 좋을 리 없었다. 어머니 박 씨는 “집 방충망을 과녁삼아 사격 연습을 하다가 방충망이 뚫린 적도 있었다. 말려도 안 되더라”며 웃었다.
○‘비운의 총잡이’가 되다.
1995년 강원사대부고에 입학하며 사격을 시작한 진종오는 4년 뒤 문광부장관기 사격대회에서 2관왕에 올랐고 2002년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게 된다.
그는 2년 뒤 열린 아테네 올림픽 50m 권총에서 본선 1위(576점)로 결선에 올랐지만 7발째에 6.9점(만점 10.9점)을 쏘는 어이없는 실수로 은메달에 머물렀다. ‘비운의 총잡이’란 별명이 붙은 것은 이때였다.
하지만 ‘뚝심’의 진종오는 묵묵히 재기를 노렸다. 2006년 3월 광저우 월드컵에서 2관왕에 오르더니 2006년 12월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은 1, 동메달 1개를 따며 부활을 알렸다. 아시안게임 직후 권미리(26) 씨와 결혼했다.
금메달을 위해 2세 계획까지 미뤘다는 진종오는 훈련 중이던 5월 자신의 미니 홈피에 “사랑하는 미리 씨, 열심히 해서 신상(신상품) 많이 사줄게”라고 글을 남겼고, 이에 권 씨는 “우리 개미 서방∼ 북경에서 봐요∼ 보고 싶어”라고 화답했다. 아내 권 씨는 이번에 직접 베이징을 찾아와 부부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0.2점 차, 생애 가장 짜릿한 승리
12일 베이징 사격장에서 열린 남자 50m 권총 결선. 진종오는 9발까지 2위 탄종리안(중국)에게 1.9점 차로 앞섰다. 하지만 마지막 한 발이 8.2점에 머무르며 ‘아테네의 악몽’이 재현되는 듯했다.
그러나 10.5점을 쏜 김정수(북한)의 막판 추격을 간신히 뿌리치며 0.2점 차, 660.4점으로 금메달을 명중시켰다. 가슴이 철렁했던 진종오는 전광판을 멍하게 한참 동안 쳐다봤고 한국 관중들의 환호성을 듣고서야 양 팔을 번쩍 들고 활짝 웃었다.
베이징 |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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