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착시현상주의보

입력 2008-08-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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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둘 때는 ‘착시현상’에 주의해야 한다. 이런 착시는 대개 ‘남의 떡이 커 보인다’와 ‘모양에 대한 어설픈 감각’에 의해 일어나게 된다. ‘남의 떡’은 바둑에선 ‘남의 집’이다. 계가를 해 보면 미세하거나 내 집이 큰 데도, 이상하게 남의 집은 커 보인다. 그냥 커 보이기만 하면 괜찮으련만 아무래도 조급해져 무리하게 침입을 하거나 대마를 잡으러 가 좋은 바둑을 망쳐버리게 된다. 찔리시는 분들이 많으시리라. <실전> 흑1 같은 수는 두 번째 항목에 해당된다. 모양으로만 보면 <해설1> 1로 젖히고 싶다. 두점머리를 봤으니 어찌 두드리지 않을소냐! 하는 마음이겠지만 백에게 6으로 끊기는 약점이 남게 된다. “그렇다고 <실전> 흑1은 집으로 너무 손해가 아니냐?” 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맞다. 그러나 <해설1>백6으로 끊기는 것보다는 <실전>이 낫다고, 적어도 요즘에는 보고 있다. 물론 이영구도 그렇게 보았다. 석점머리가 되었으니 백은 2로 두들겨야 한다. 흑3은 각오한 바. 4로 고분고분 이어 주면 된다. 백14에 주목. 마음 같아선 <해설2>백1로 한 점을 살리고 싶다. 하지만 흑2가 놓이게 되면 바둑이 영 엷어지고 만다. 백은 행마가 없다. 상변은 상변대로 이상하고, 오른쪽의 대마도 춥다. 어차피 양쪽을 모두 살리지 못할 바엔 과감하게 한쪽을 잘라내는 게 옳다. 일명 ‘도마뱀 전법’이다. 흑15로 상변 한 점을 내어주는 대신 백도 16으로 중앙에 깃발을 먼저 꽂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흑17이 워낙 좋은 자리. 이영구의 손놀림이 가볍다. 초반 기분은 흑이 내고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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