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녕의스타트랙]이윤정“딸기는질렸어…요즘은‘빠숑’이좋아”

입력 2008-08-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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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똑떨어지고놀러다닐때호랑이아버지한테머리깎여빡빡눈에띄어…가수로데뷔
“무엇을 듣고 싶은 건가요? 나는 8년째 노동만 했는데….” 눈밑을 시커멓게 칠한 이 여자는 도발적인 화장 만큼이나 도발적으로 첫 인사말을 건넸다. 스타트랙의 이번 초대 손님은 매우 독특한 이력의 주인공이다. 이 사람은 화려한 조명 밑에서 남이 차려준 밥상을 먹다가 아예 자신이 밥상을 차리게 됐다. 1990년대 중반 활동했던 삐삐밴드를 기억하는가. 인사성 좋고 딸기에 환장(?)했던 그 밴드. 대중이 삐삐밴드를 떠올리며 ‘안녕하세요’와 ‘딸기가 좋아, 딸기가’라고 흥얼댈 수 있었던 것은 도저히 흉내 불가한 이 사람의 목소리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윤정. 그녀가 요즘 스타에게 옷을 입히는 스타일리스트로 맹활약 중이다. ● “가스비 좀 벌어보려고 시작했던 일” 참으로 솔직한 아가씨. 이윤정은 “요즘 TV에 얼굴 좀 내밀다보니 찾는 사람이 늘었다”며 새치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케이블채널 Mnet 패션 정보 프로그램 ‘트렌드 리포트 필’에 스타일리스트로 고정 출연 중이다. “저 아이 음반 망하더니 뭐하고 살았나 하는 궁금증”에서 대중이 자신에게 눈길을 줬을 거라 이윤정은 믿고 있지만, 사실 스타일리스트의 세계에선 꽤나 유명하고 나아가 고유의 영역까지 구축한 성공 케이스로 꼽히고 있다. 어쩌다가 스타일리스트가 됐을까. 이윤정은 “당장 가스비가 급해서 시작했던 일이 벌써 8년째”라고 툭 내뱉었다. 상당수 팬들은 그녀가 국회의원 아버지를 둔 ‘명망가 여식’으로 알고 있는데 가스비가 없었다니. “당시엔 가수였고 스타였지요. 아마 집에선 돈 잘 버는데 안 갖다 주는 걸로 생각했을 걸요? 부모 뜻 저버리고 집을 나왔는데 어떻게든 제 입에 풀칠은 해야 했던 거죠.” ● “성공비결, 남보다 3cm 두꺼운 팔뚝?” 그녀에게 첫 일거리를 준 사람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이자 YG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인 양현석(현 이사)이었다. “너처럼 우리 애들을 만들어 달라”는 게 당시 그의 주문이었다. 그 때의 아이들은 3인조 여성 그룹 스위티였다. 그룹 넬, 피아, 가수 이소라, 세븐, 휘성, 거미…, 이후로 그녀의 손길을 거쳐 간 스타들의 명단이다. 이윤정의 말을 그대로 빌리면 “TV에도 출연하는” ‘잘 나가는’ 스타일리스트다. 그런데 그녀의 도발이 이 대목에서 재현됐다. “데리고 있는 스태프 월급에 사무실 월세 좀 보태려고 시작한 TV 출연인데 무슨 소리냐”고 버럭 성을 냈다. 그래도 당신은 성공한 사람. 이윤정은 머리를 긁적이며 나름의 성공 비결이란 것을 늘어놨다. “천재성보다는 노력인 것 같아요. 무거운 옷짐을 드느라고 남보다 3cm는 두꺼워진 팔뚝? 내가 만든 옷이 마음에 들 때까지 밤을 새는 일? 이런 것은 자신 있죠.” ● “청춘들이여! 두려워말고 저질러버려!” 이윤정은 느닷없이 “부모가 화난다고 자식의 머리카락을 잘라선 안돼요. 인생이 바뀌니까”라며 깔깔대며 웃었다. 삐삐밴드 시절 이윤정이 당시로선 파격적인 헤어스타일인 ‘삭발’을 해 눈길을 끌었던 게 기억나긴 했다. 이렇듯 헤어스타일로 화제 전환이 된 사연인즉슨. “대학 떨어진 김에 놀다가 아빠한테 머리카락을 잘렸지요. 황비홍도 아니고 앞머리카락이 왕창 잘려 있으니 삭발을 안 할 수가 없었어요. 그게 이를테면 가수가 된 계기였지요. 웬 여자애가 머리를 깨끗하게 밀고 다니는 게 특이했나 봐요. 그래서 시작한 게 삐삐밴드였고.” 그렇게 시작된 이윤정의 남다른 인생. 가수에서 스타일리스트로, 이제 이윤정은 무엇을 또 꿈꾸고 있는 걸까. 무계획이 계획이고, 내키는 대로 저지른다는 게 그녀의 이를테면 삶의 목표였다. “그냥 생각만 하지 말고 일단 해보는 거에요. 결국 저지르면 되는 문제거든요. 저도 내일 제가 뭘 하고 싶을지 몰라요. 하지만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한 번 해보겠다는 마음가짐은 늘 갖고 살지요.”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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