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막내기성용,허정무호구했다

입력 2008-09-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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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전‘홀딩맨’‘공격형MF’역…후반23분동점골
‘값진 오아시스의 소중함은 시련을 겪어본 사람만이 누리는 축복이다.’ 한국대표팀의 ‘막내’ 기성용(19·FC서울)이 자신의 미니홈피 메인 화면에 남긴 글귀이다. 혹독한 시기를 넘긴 뒤 행복한 순간이 올 것이란 나름의 믿음 때문이다. 기대를 모았던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예선 탈락의 쓴 잔을 들었던 그가 벼랑 끝에 섰던 허정무 대표팀 감독을 구해냈다.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첫 경기, 북한전에 선발로 출전한 기성용은 한국이 0-1로 뒤지던 후반 24분 짜릿한 동점골을 넣어 한국 축구를 위기에서 탈출시켰다. 광양제철고 체육교사로 재직 중인 기영옥(51)씨의 아들인 기성용은 고교 시절 호주 축구유학을 다녀왔고, 17세와 20세 청소년대표팀에 이어 올림픽팀까지 두루 거친 유망주이다. 2006년 FC서울에 입단하면서 기량이 급성장했다. 대표팀 데뷔골을 뽑기 불과 5분전, 대표팀의 ‘맏형’ 김남일의 파울로 북한의 홍영조에게 페널티킥 선제골을 허용했던 한국이었기 때문에 기성용의 한 방은 더욱 빛을 발했다. 플레이메이커 김두현과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김남일의 사이를 오가며 ‘홀딩맨’과 ‘공격형 미드필더’ 두 가지 역할을 소화한 기성용은 경기 초반, 둔탁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전반 30분을 기점으로 몸이 풀린 듯, 재치있는 돌파와 과감한 침투를 시도해 박철진과 리준일이 버틴 북한 수비진을 흔들기 시작했다. 후반 이천수와 서동현이 투입돼 4-4-1-1 형태로 바뀌며 중원 한복판에서 오른쪽 측면으로 빠져나간 기성용은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경기 흐름을 바꾸기 시작했다. 후반 24분, 김두현의 날카로운 침투 패스가 날아들자 빠르게 2선에서 문전 침투한 기성용은 침착하게 가슴 트래핑한 뒤 오른발 발리슛을 날려 북한의 골네트를 갈랐다. FC 서울의 세뇰 귀네슈 감독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 탁월한 테크닉과 침착성을 지녔다”는 칭찬과 정확히 일치하는 대목이다. 기성용은 북한전이 끝난 후 “감독님이 공격적으로 나가라고 주문했는데, 전반 몇 차례 찬스를 놓쳐 아쉬웠다”면서도 “무리해서라도 골을 넣고 싶었다. 앞으로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얻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상하이|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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