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맨얼굴·눈썹까지밀었더니…악!내가못볼지경”

입력 2008-09-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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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37년 일제강점기. 총독부 서기이자 바람둥이로 유명한 이해명은 한 여인을 보고 단번에 반한다. 그녀가 싸준 도시락이 폭발해 총독부가 아수라장이 되고 인생이 뒤죽박죽됐지만 그래도 사랑한다. 그녀의 이름은 조난실. 직업 의상디자이너, 댄서, 가수 그리고 도시락폭탄을 몰래 싸주는 스파이?. 아무튼 중요한 것은 이성을 잃을 정도로 치명적인 매혹이다. 누가 조난실에 어울릴까? 남자주인공 이해명을 맡은 박해일은 김혜수가 캐스팅되는 순간 “이야! 딱이다”며 무릎을 쳤다고 한다. 매년 연말 손이 꽁꽁 추운 날에도 화려한 레드카펫을 화끈하게 달구는 대한민국 대표 섹시스타. 그리고 연기인생 22년의 관록. 누가 봐도 조난실에는 김혜수가 적역이었다. 이미 여성 관객까지 탄성을 내질렀던 ‘타짜’ 정마담으로 절정의 매력을 뽐냈던 그녀가 ‘모던보이’(감독 정지우·제작 KnJ엔터테인먼트)에서는 과연 얼마나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였을까? 그래서 김혜수를 만나자마자 물었다. “얼마나 매력적인가요?‘ ○ 관능적인 매혹의 ‘타짜’. 그럼 ‘모던보이’는? 순간에 인생을 거는 삶의 치명적인 매력 앞뒤 자른 두서없는 질문이지만 김혜수는 친절하게 차근차근 조난실을 소개했다. “‘타짜’의 정마담이 관능적인 매혹을 가진 여자라면 ‘바람피기 좋은날’은 굉장히 현실적인 매력이 있었어요. ‘얼굴 없는 미녀’는 몽환적인 유혹을 가진 여자였죠. 그런데 조난실은 경성 최고의 플레이보이가 처음 보는 순간 ‘내 인생을 걸겠다’고 할 만큼 매력적이어야 해요. 아주 그냥 대놓고 가는 거죠” ‘모던보이’의 관람등급은 ‘타짜’와 달리 청소년관람불가가 아니다. 그만큼 경성최고 플레이보이와 함께 관객들을 한 눈에 유혹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첫 등장부터 화려한 무대에서 열정적인 춤을 추며 모습을 드러내요. 그리고 노래를 하죠. 함부로 등장했다가 유혹하지 못하면 큰일이잖아요. 특히 난실은 비밀이 많아요. 그래서 계속 끌리는 거죠” ○ 춤, 노래, 그리고 재봉까지, 정상을 지키는 것은 힘들다 김혜수는 비밀스러운 난실의 매력을 만들기 위해 석 달 동안 스윙댄스를 배웠다. 또 영어와 일어로 노래까지 연습했다. 그리고 디자인을 하는 난실의 ‘다재다능’에 맞춰 재봉까지 배웠다. ‘고생스러웠겠다’는 말에 김혜수는 특유의 환한 미소와 함께 “얼마나 좋아요! 이번 기회에 다 배울 수 있어서”라고 말했다 “스윙댄스와 노래 모두 전문가에게 오랜 시간 훈련을 받았어요. 시간을 참 많이 들였는데 그 시간이 있죠. 전혀 아깝지 않은 거예요. 오히려 하나하나 채워간다는 느낌이 너무 좋았죠” ○ 눈썹까지 밀고 맨 얼굴에 카메라 앞에 서다 하지만 김혜수는 ‘모던보이’에 화려함만 담지 않았다. 오히려 확실히 망가졌다. 김혜수는 “하찮은 모습”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정말 하찮은 모습으로 난투극을 벌여요. 도시락폭탄 주고 사라진 난실과 해명이 다시 만나 싸우는 건데 처참합니다. 싸우다가 박해일이 ‘빌어먹다 돼질 년’이라는 소리까지 해요. 아무리 연기지만 남에게 ‘참나, 빌어먹다 돼질 년이라니….’(웃음)” 영화 초반 치명적 매혹을 위해 온갖 화려함으로 치장했다면 후반부는 인간적인 따뜻한 매력이다. 그래서 맨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섰다. 특히 당시 신여성들의 스타일을 살리기 위해 눈썹을 모두 밀어버렸다. “화장 안하고 촬영하는 거 괜찮아요. 근데 촬영 위해 눈썹을 다 밀었었어요. 눈썹 없이 카메라 앞에 선 건 진짜 처음이에요” 그녀의 말에 “에이, 그래도 워낙 기본이 있는데…”라고 반문하자, 김혜수는 “저도 기본이 있는 줄 알았는데 눈썹 미니까 기본이 없더라고요”라며 크게 웃었다. ○ 연기경력 22년차 베테랑의 열정 ‘모던보이’는 시대극이다. 총독부, 남대문거리 등을 재현하는 등 많은 공을 들였다. 그 만큼 제작 규모도 크다. 하지만 김혜수는 개런티를 흔쾌히 낮추고 이 영화에 출연했다. 흥행에 성공하고 손익분기점을 넘으면 나머지 개런티를 받는 조건. ‘열한 번째 엄마’도 그랬고, 조연을 자처한 ‘좋지 아니한가’도 역시 영화를 위해 개런티를 크게 낮췄다. ‘영화를 위해 자주 희생한다’고 묻자 그녀는 “절대 희생이라고 생각 안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제가 원해서 한건데요. ‘좋지 아니한가’는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엄마 역할을 하고 싶었는데 나이 대가 달라서 이모라도 시켜달라고 했죠. 다른 영화도 마찬가지에요. 배우는 마음을 비우고 원하는 역을 연기해야 하다고 생각해요. ‘모던보이’도 다른 이유가 없었어요. 정지우 감독의 ‘해피앤드’가 너무 좋았고 그 감독님 작품에 꼭 한번 출연하고 싶었어요. 그게 전부입니다” ○ 1930년대 태어났다면? 나름 몸을 던지지 않았을까?! ‘모던보이’는 ‘사주팔자가 일하는 곳마다 망한다’여서 총독부에 일하며 독립운동 한다는 철없는 바람둥이와 독립을 위해 온 몸을 던지는 매혹적인 여성의 만남을 담은 영화다. 그래서 김혜수에게 물었다 ‘만약 그 당시에 태어났다면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김혜수는 “아무래도 시대 특성상 환경을 영향을 많이 받았겠죠”라고 말한 뒤 “집이 엄하면 댕기머리하고 조신하게 살림살이 배웠을 것 같고. (잠시 생각하다) 그래도 나름 몸을 던지지 않았을까요?”라며 웃었다. 지난 해 ‘모던보이’촬영을 끝낸 김혜수는 홀로 버스와 기차를 타고 동유럽을 여행했다. 최근에는 미국으로 날아가 뉴욕현대미술관을 일주했다. 스스로 “정말 힘들지만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모던보이’촬영을 끝낸 후 지친감성을 채우는 그녀만의 휴식으로 보였다. 자유로움을 추구하지만 자신의 일에는 완벽을 가하는 모습. 인터뷰를 마치고 문 앞까지 나와 배웅하며 손 흔드는 모습을 보며 일제 강점기 그녀가 태어났다면 진짜 조난실처럼 온 몸을 던져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지 않았을까 생각됐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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