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아이들햄스터사랑섭섭해요

입력 2008-10-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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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부부동반 모임이 있어서 나갈 준비를 하는데, 햄스터 집을 청소해 주던 작은 애가 갑자기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너무 놀라서 무슨 일인가 싶어 작은 애에게 가봤더니 “엄마! 덩어리(햄스터 이름)가 죽었어. 집 청소해주려고 봤더니 죽어있어”라고 말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습니다. 분명 아침에만 해도 멀쩡했었는데 저녁에 죽어있으니… 저도 너무 놀랐습니다. 그 햄스터는 저희 집에서 4년 동안 키운 녀석입니다. 햄스터의 수명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짧으면 1년, 길어야 4년 정도 삽니다. 저희 딸 둘이 햄스터를 얼마나 예뻐했는지 모릅니다. 가끔은 제가 다 서운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햄스터를 잃은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큰 놈, 작은 놈 할 거 없이 햄스터 집을 붙들고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저도 슬프긴 했지만 섭섭한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애들에게 “사람도 죽고 사는데, 왜 햄스터 죽었다고 울고불고 난리야. 너희들 나중에 엄마랑 아빠 죽어도 그렇게 울 수 있어?”라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해서 아이들을 더 크게 울렸습니다. 사실 이 말을 할 때까지만 해도 서운한 마음이 너무 컸습니다. 그런데 작은 애는 제 말을 듣더니 울면서 “엄마는 왜 그래? 죽은 덩어리가 안 불쌍해? 그리고 혼자 남은 삐용이는 이제 어떻게 해. 외롭게 혼자 살아야 하잖아.”라면서 계속 울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아이들은 평소에도 학교 갔다가 집에 들어오면 저를 찾는 것이 아니라 “덩어리야∼ 삐용아∼”하면서 햄스터부터 찾을 정도로 햄스터를 동생처럼 여겼습니다. 그래서 그럴 때마다 애들에게 대 놓고 “얘들아, 엄마도 햄스터만큼만 사랑해 주면 안 돼? 그래도 엄마가 있는데, 엄마가 햄스터보다 나중이면 곤란해.”하고 질투를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 마음은 생각도 못해주고 상처 주는 말을 했으니 괜히 더 미안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남편과 모임에 가야했기에 아이들이 우는 것만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얼른 아이들을 달래주고 죽은 햄스터는 놀이터에 있는 은행나무 밑에 묻어줬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작은 딸이 “엄마, 덩어리가 죽었는데, 삐용이는 그것도 모르는지 그 옆에서 자고 있더라. 삐용이는 덩어리가 없어서 슬플까?”하면서 또 울었습니다. 작은 녀석에게 어디서 그렇게 많은 눈물이 나오는지… 저는 남은 햄스터에게 더 잘해주자며 달래줬습니다. 엄마인 저보다 햄스터가 먼저였던 우리 아이들에게 섭섭하긴 했습니다. 그래도 저희 아이들이 햄스터를 키우면서 작은 사랑을 배우고 나눠줄 수 있었던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당분간은 남은 햄스터를 보면서 죽은 햄스터 생각을 많이 하겠지만, 그 작고 여린 마음을 빨리 추슬렀으면 좋겠습니다. 대구 달서|박화순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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