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돌아가신숙부님이그립네요

입력 2008-10-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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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어느새 5개월이나 지나버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아서 가끔 가슴이 먹먹해 질 때가 있답니다. 다른 사람들은 작은 아버지 돌아가신 거 가지고 뭘 그렇게 슬퍼하느냐 하시기도 하는데, 저에게 있어서 작은 아버지는 정말 큰 존재셨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참 무뚝뚝하고 무서운 분이셔서 저는 늘 그 앞에 가면 주눅이 들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아빠랑 손잡고 다정하게 놀러 다닌다고 하는데 저는 그런 모습은 상상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와 언니에게 작은 아버지는 늘 다정하고 따뜻한 분이셨습니다. 서울에서 택시기사를 하고 계셨는데 제 생일이나 언니 생일 때 늘 서울에서 부산까지 차를 몰고 내려오셨습니다. 어쩌다 못 내려오실 때는 선물을 꼭 챙겨서 보내주셨습니다. 언니와 제가 학교에 입학하는 날이나, 한 학년 올라가는 새 학기 때는 언제나 새로 산 가방과 학용품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버지보다 작은 아버지와 함께한 추억이 더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무섭고 무뚝뚝한 아버지를 대신해 작은 아버지는 정말 자상하고 따뜻한 사랑을 저희에게 많이 쏟아 부으셨습니다. 사실 작은 아버지는 원래 아이를 좋아하는 분인데, 오랫동안 자식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자기 자식에게 쏟고 싶은 마음을 저희에게 쏟으셨던 게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말 좋은 분이셨고 그 덕에 언니와 저 모두 밝고 명랑하게 자라 한 남자의 아내로, 아이들의 엄마로 잘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 결혼식장에 오셔서 저희 아버지보다도 더 많은 눈물을 흘리셨던 작은 아버지 생각이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납니다. 그 때도 남들은 뒤에서 수군거렸지만 저는 작은 아버지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나이도 어린 제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반대했던 분이 바로 작은 아버지셨습니다.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결혼식 내내 저도 눈물이 날 것 같아 혼났습니다. 아이 낳고 결혼해 살면서 작은 아버지 다리도 아프신데 약값이라도 좀 보내드려야지, 날씨 추운데 따뜻한 스웨터라도 보내드려야지 그런 생각만 하고 사실 아직까지 실천 한번 해보지 못 했습니다. 작은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너무나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 날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언니가 전화를 해서 한참을 아무 말도 못 하다가 작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제게 얘기해 줬습니다. 그 소식에 저는 바닥에 주저앉아 펑펑 울고 말았습니다. 작은 아버지를 보낸 마음이야 저보다 작은 어머니와 사촌 동생들이 더하겠지만, 그 때는 저도 며칠 동안 먹지도 못 하고 잠도 못 자고 참 힘들어했습니다. 하지만 산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간다고 했던가요? 시간이 흐르니 이젠 사람들과 어울려 웃고 떠들면서 맛있는 것도 찾아먹게 되고, 잠도 잘 자고 그렇습니다. 가끔은 이런 제 모습이 미워지기도 합니다. 저는 작은 아버지가 지금도 제 수호천사로 곁에 계실 거라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지만 마음만은 가까이에 있다고 느끼면서 살고 있습니다. 머나먼 하늘나라 그 곳에서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너무 보고 싶습니다. 부산 남구 | 김연정 부산 남구 | 김연정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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