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말싸미]윤도현′사랑했나봐′

입력 2008-10-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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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보낸여인웨딩사진보고후회…다시만나청혼한작곡가의스토리
《우연히 라디오에서 들은 노래. 꼭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한숨을 내쉰 적이 있는가. 노랫말은 추억을 떠올리게도 하고 행복을 주는가 하면, 울리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한다. 노래는 저마다 숨겨진 사연이 있다. 어떤 노래엔 작곡가의 애달픈 사랑이 있고, 어떤 노래엔 가수의 고백이 담겨있기도 하다. ‘스포츠동아’가 새 코너 ‘노래말  미’를 통해 노랫말에 얽힌 사연을 소개한다.》 대중가요는 사랑과 이별을 빼놓고서는 말 할 수 없다. 노래마다 사랑이고, 이별이거나 혹은 재회다. 하지만 그런 뻔한 사연의 노래가 대중에 사랑받는 이유는 ‘공감’이다. 뻔한 사랑이라도, 수천수만 가지의 사연이 있다보니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된다. 2005년 발표된 윤도현(사진)의 솔로 데뷔곡 ‘사랑했나봐’도 새로울 것 없는 사랑노래다. 하지만 이 노래는 ‘가수’ 윤도현에게 음악순위 프로그램에서 첫 1위를 안겨줬고,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이루었다. 또 이 노래를 만든 작곡가 전해성도 히트 작곡가 대열에 가세했다. ‘사랑했나봐’에는 전해성의 소설 같은 실제 사랑이야기가 담겨 있다. 전해성은 명문대를 졸업하고 일류 직장을 다니던 여성 디자이너와 사귀었다. 교제한지 6년째이던 어느 날, 혼기가 찬 딸의 미래를 걱정하던 부모로부터 ‘압력’을 받은 그녀는 결혼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그녀와 사회적 위치나 경제적으로 크게 비교되던 전해성은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생각에 결국 어렵게 이별을 결정했다. 그런데 전해성은 이별 후 10개월이 지난 어느 날, 친구로부터 한 월간지에 그녀의 웨딩사진이 실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몇 달이 지난 그 잡지를 헌책방을 뒤져 겨우 찾아낸 전해성은 ‘이달의 신부’란 제목으로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옛 연인의 미소를 보고 가슴이 미어졌다.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절박함을 느낀 전해성은 일주일을 고민하다 용기를 내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웨딩사진을 봤다는 이야기를 하고, 조심스럽게 결혼하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전해성의 질문을 들은 그녀는 박장대소했다. 사진작가의 부탁으로 웨딩사진의 모델이 돼주었던 것. 전해성은 대답을 듣고 안도의 한숨과 함께 그녀를 떠난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는가를 깨닫게 됐다. 마침 첫 눈이 내리던 날이었다. 전해성은 따지려고 전화를 걸었고, 그녀는 ‘첫눈이 오면 만나자’는 이야기를 하려고 전화를 건 줄로 알았다. 전해성은 이별은 더 이상 있을 수 없다며 결혼하자고 했고, 그 여성도 청혼을 받아들여 2001년 결혼했다. ‘사랑했나봐’는 전해성의 이런 경험을 담은 노래로 2004년 만들었다가 2005년 윤도현을 통해 발표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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