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오브드림]컵스무너진‘100년의꿈’

입력 2008-10-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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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동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시카고 컵스. 컵스 팬들은 매년 ‘올해가 바로 그 해’라며 우승을 기다렸다. 올해 또 실패하면 ‘내년까지 기다리자’며 팬들 스스로 서로를 격려한다. 거의 ‘맹목적’이라 할 정도로 끊임없이 컵스를 응원하는 팬들은 미국에서도 열성팬으로 잘 알려져 있다. 컵스는 지난 2년간 오프시즌 때 2억 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했고, 월드시리즈 우승 경력의 감독까지 영입하며 ‘100년’이라는 숫자를 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런 노력은 실제로 페넌트레이스에서 리그 최다승을 거두는 성과를 거뒀고, 그래서 팬들의 우승에 대한 기대는 한껏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이번 포스트시즌 진출 8개팀 중 최약체로 평가되던 LA 다저스에게 3연패로 탈락하자 팬들에게 그 충격은 엄청났다. 얼마 전 컵스의 한 열성팬이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 컵스에 대한 자신의 충성심을 타팀에게 팔겠다는 기상천외한 글을 올렸다. 결국 경매회사가 회사의 영업방침에 어긋난다고 삭제했지만 지난 수요일까지 24명이 그의 충성도를 사겠다며 경매에 참가했다. 당시 최고가는 455달러였다. 단순한 해프닝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대한 실망감을 강하게 나타내고 싶은 마음이 앞선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염소 빌리의 저주’도 없었고, ‘바트맨의 저주’ 역시 없었다. 그저 실력에서 패했을 뿐이었다. 정규시즌 100승을 거둔 강팀도 시즌 때 약체 팀을 상대로 3연패, 4연패를 당할 수 있다. 포스트시즌에 오른 감독이나 선수들이 강조하는 것은 ‘정규시즌과 다르지 않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선발투수 운용 등에서 그런 모습이 쉽게 나타나곤 한다. 물론 투수교체 타이밍이 조금 다르고, 정규시즌에 주목받지 못하던 선수의 ‘깜짝 기용’ 등이 있을 수 있지만 크게 정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허를 찌른다는 것도 가끔이어야 상대의 허를 찌를 수 있다. 당연히 새로운 카드만을 내세운다면 더 이상 전술이나 전략이 아닐 수 있다. 백전노장인 루 피넬라 컵스 감독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만 있다면 부담감은 생길 이유가 없다”라고 얘기를 했지만 다른 시즌보다 약간의 부담감이 더 있었음은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컵스와 같이 100년 동안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팬들의 답답한 심정이야 오죽하랴만 불확실성과 미래에 대한 예측불허는 스포츠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구단도 투자 등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선수들도 최선을 다했다면 팬들도 패배에 대해 조금은 너그러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또 내년 시즌은 다가오는 것이고, 영원한 승자가 없듯이 영원한 패자도 없을 테니까. 송 재 우 메이저리그 전문가 인생은 돌고 돌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제자리다.아무리 멀고 험난한 길을 돌아가더라도 평안함을 주는 무엇이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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