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수술로놓쳐버린가을잔치…외롭고슬펐어요”
삼성이 준PO 2차전을 승리로 장식하던 9일 밤, 삼성 권오준(28·사진)은 미국 LA발 비행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입단 직후인 1999년에 이어 두 번째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귀국하는 길이었죠. 같은 부위에 같은 수술, 그리고 같은 재활. 권오준은 “다시는, 죽어도, 절대 수술 같은 건 안하려고 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립니다. 수술을 경험한 선수들은 누구나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듭니다. 수술 자체보다 그 후에 이어지는 재활 훈련이 너무나 길고 고통스러워서입니다. 누구보다 그 아픔을 잘 아는 권오준이 왜 또 수술을 선택했을까요. “방법이 없었어요. 할 수 있는 건 정말 다 해봤는데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았어요. 어쩔 수 없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그러고도 여전히 속이 상한지 “이건 정말 반쯤 미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애써 웃습니다. 여전히 붓기가 가라앉지 않은 팔꿈치를 바라볼 때마다 ‘다시 내 실력을 찾을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1999년에도 같은 고민을 했고, 결국 이겨냈습니다. 두 번째는 더 쉬울 거라고 생각하고 싶답니다. “아직 나이도 많은 편이 아니고, 앞으로 시간도 많이 남았잖아요. 앞으로 10년 이상 선수 생활을 할 거니까 1년쯤이야, 뭐….” 그래도 기다림은 여전히 외롭고 지루합니다. 눈만 뜨면 경산 볼파크로 달려가 기초 트레이닝을 하고 있지만 공은 최소한 내년 3월이 돼야 던져볼 수 있습니다. 또 실전에 나설 수 있을 만큼 구위를 회복하려면 1년은 걸립니다. 재활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빨라야 내년 9월에나 그를 볼 수 있다는 얘깁니다. 팀의 가을잔치 역시 집에서 TV로 지켜봐야 합니다. 2년 전만 해도 권오준이 버티던 대구 마운드인데 말입니다. 2006년의 그는 9승에 32홀드, 방어율 1.69를 기록한 ‘철벽’이었습니다. 불펜에 그가 몸을 풀면, 상대팀은 추격 의지를 잃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내가 야구장에 없다는 사실이 실감나면서 외롭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복잡한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팀이 꼭 우승했으면 좋겠어요.” 권오준이 복귀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듯 삼성도 그를 기다립니다. 그가 있어야 삼성의 ‘KO 펀치’와 ‘쌍권총’이 완성되거든요. 언젠가는 이 기다림이 반드시 꽃을 피울 거라고, 권오준은 굳게 믿고 있습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