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하늘에서뚝떨어진장난감

입력 2008-10-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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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이제 돌이 갓 넘은 예쁜 아들‘지석’이가 있습니다. 아들이 태어난 뒤부터 왜 그렇게 아들 물건만 눈에 띄던지… 마트를 가든, 백화점을 가든 항상 아들 게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그 순간 ‘아∼ 내가 정말 엄마가 되긴 됐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눈에 들어온다고 모두 아들에게 사 줄 수는 없었습니다. 마음 같아선 다 사주고 싶었지만, 1년이라도 빨리 집 장만하려면 알뜰살뜰 모으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뭘 하나 살 때마다 이게 꼭 필요한지, 아들이 좋아할지 꼼꼼하게 따져서 물건을 사게 되었습니다. 한번은 동네 아는 언니네 집에 놀러갔는데, 우리 아들이 그 집에 있는 장난감 하나를 너무 잘 갖고 노는 겁니다. 그 장난감은 굴리면 영어로 알파벳 노래가 나오는 공이었습니다. 한번 굴리고 웃으면서 쫓아가고, 또 한번 굴리고 또 쫓아가고 너무 재밌어 하며 놀았습니다. 속으로‘저 장난감 하루만 빌려달라고 할까?’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다른 엄마들이 “어머∼ 지석이가 저 공을 너무 잘 가지고 논다∼ 저게 되게 맘에 드나봐∼ 지석이 엄마, 저 공 하나 사줘야겠다∼” 이러면서 동네 마트에 저 공 있다고 한번 가보라고 그러셨습니다. 처음엔 사줄 마음이 없었는데, 주변 엄마들이 하도 가보라고 하니까, 남편하고 같이 그 마트로 가봤습니다. 그런데, 무슨 공 하나가 삼만 원씩이나 했습니다. 저랑 남편은 무척 고민했지만, 그래도 아들이 너무 재밌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니까, 두 눈 딱 감고 장난감을 사줬습니다. 아들은 그 공을 받은 첫날은 잘 갖고 노는가 싶더니, 어느새 시들해져서 그냥 구석에 처박아두고 찾지도 않았습니다. 남편과 저는 삼만 원어치의 본전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에 아들 앞에서 공을 굴리기도 하고, 저희 두 사람이 가지고 놀기도 하면서 아들의 흥미를 끌려고 했습니다. 아들은 그 장난감을 오래 가지고 놀지 않았습니다. 그 날 이후 아들이 아무리 잘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있어도 잘 안 사주게 되었습니다. 아들이 장난감이 없어서 그런지 어느 순간부터 방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놀고, 싱크대 밑에 있는 냄비를 꺼내서 놀기도 하고 그렇게 조금 불쌍한 모습으로 놀고 있었습니다. ‘장난감이 너무 없어서 그런가’싶은 게 보는 마음이 너무 짠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얼마 전에, 사촌 언니에게서 아주 반가운 전화를 받았습니다. 언니가 “우리 집에, 우리 애가 안 갖고 노는 장난감이 좀 있는데, 혹시 괜찮으면 가져가서 지석이 놀게 해줄래?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 쓸만하거든∼” 하면서 미안하다는 듯이 전화를 했습니다. 저와 남편은 그 전화가 너무 너무 고마웠습니다. 다음 날 자동차로 한 시간을 가야 하는 사촌언니네 집으로 지석이를 태우고 달려갔습니다. 물론 빈손으로 가기 뭐해서 작은 선물을 챙겨서 가져갔습니다. 언니는 저희 앞에 자동차 장난감이며, 타고 노는 작은 말, 미끄럼틀까지 장난감을 잔뜩 꺼내줬습니다. 마치 언니가 제 맘을 알고 있는 것처럼 제 맘에 쏙 드는 장난감들만 꺼내주었습니다. 저희는 한꺼번에 가져가려고 차에 이리저리 넣어봤습니다. 도저히 자리가 안 나서 결국 미끄럼틀은 다음에 가져가기로 하고 다시 저희 집으로 향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마치 보물섬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입이 찢어져라 좋아했습니다. 거실에 한가득 장난감을 풀어놨을 때, 지석이도 너무 너무 좋아했습니다. 사실 요즘은 쓰던 물건 주변에 나눠주고 싶어도 속으로 욕할까봐 그러지 못 한다고 하는데, 저희 집은 장난감 안 쓰는 것 준다고 하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다음에도 또 이런 기쁜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편지 보내봅니다∼ 경기 시흥 | 송승환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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